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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산 김덕권칼럼] 역지행지의 길..
오피니언

[덕산 김덕권칼럼] 역지행지의 길

김덕권 기자 duksan4037@daum.net 입력 2017/01/06 08:33

역지행지의 길 

 

소통과 공감의 핵심 비결은 ‘역지사지(易地思之)’입니다. 그리고 타인의 감정까지 입장을 바꾸어서 느껴보고, 상대방의 마음을 헤아릴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 ‘역지감지(易地感之)’입니다. 또 이 ‘역지감지‘의 완성이 ‘역지행지(易地行之)’ 라고 하네요.
 

‘역지사지는《맹자(孟子)》제8편 <이루 하(離婁 下)> 29장(章)에 나오는 ‘역지즉개연(易地則皆然)’에서 유래한 것입니다. 즉, ‘처지(處地)를 바꾼다 해도 하는 것이 서로 같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역지사지’와 ‘역지즉개연’의 뜻풀이 입니다.
 

역지즉개연은 ‘처지를 바꾸어본다고 해도 모두 그럴 것이다’라는 긍정적인 의미인데 비해 역지사지는 ‘처지를 바꾸어 생각하라’는 다소 부정적인 분위기를 풍기는 것이지요. 그래서 두 성어(成語)는 서로 비슷한 것 같으면서도 다르고 다른 것 같으면서도 비슷한 것입니다.
 

공자의 제자인 안회(顔回)는 누추한 골목 안에 살면서 한 그릇의 밥, 한 표주박의 물만으로도 만족하며 자신이 선택한 길을 즐겁게 걸었다고 합니다. 또 상고시대의 성인으로 추앙받는 하우(夏禹)는 세상 사람들 중에 물에 빠진 이가 있으면 자기가 치수(治水)를 잘못하여 그렇다며 스스로를 탓했습니다.
 

그리고 후직(后稷)은 천하에 굶주리는 사람이 있으면 자신이 일을 잘못하여 그들을 배고프게 했다면서 자책했다고 합니다. 맹자는 이 세 사람이 같은 도(道)를 지향하고 있음으로 서로의 위치를 바꾼다고 해도 달라질 것이 없다고 생각한 것이지요. 역지즉개연의 경지는 바로 이런 것입니다. 그러나 그들은 성인이었고 깨우친 사람들입니다.
 

그러나 걸핏하면 실수를 저질러 남의 가슴을 아프게 하는 범부중생들과는 비교가 되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역지사지는 그런 범부중생들에게 던지는 경고요 가르침이 아닐 런지요? 그런데 <역지행지>는 타인의 입장에서 생각해보고, 또 상대방의 마음을 헤아릴 줄 알았다 하더라도, 가장 중요한 것은 바뀐 입장을 고려해서 행동을 해야 비로소 공감과 소통이 완성된다는 것입니다.
 

우리 집에서는 매년 10월 말이면 대봉 감 농장에서 감을 신청해 겨우내 먹습니다. 아주 무공해 감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그 농장주의 말에 따르면 사람들이 감을 사가면서 덤을 주느니 안 주느니 하는 모습을 보면 정말 화가 난다고 하소연을 합니다. 그럴 때마다 “아주머니가 덜 드시지요. 이 가격도 싸게 드리는 겁니다.”라고 정중하게 거절을 한다고 말합니다.
 

그 얘기를 들은 다음부터 우리는 농산물을 싸다 비싸다 탓해본 적이 없는 것 같습니다. 소비자와 생산자가 둘 다 만족할 수 있는 가격, 농부가 가격결정을 할 때 진정한 농사꾼이 웃을 수 있다는 말이 생각나네요. 산지 배추 값이 싸서 갈아엎을 때 정말 마음이 아픕니다. 그러니 농산물 값 비싸다말고 감사히 사먹을 수 있으면 그것이 ‘역지행지’가 아닐까요?
 

‘역지사지’를 이야기했던 맹자는《맹자》<이루 편>에서 “남을 예우해도 답례가 없으면 자기의 공경하는 태도를 돌아보고, 남을 사랑해도 친해지지 않으면 자기의 인자함을 돌아보고, 남을 다스려도 다스려지지 않으면 자기의 지혜를 돌아보라”라는 말을 하고 있습니다. 즉, 맹자는 자기중심의 시각이 아니라 상대의 시각에서 자신의 행동을 헤아려 보라는 삶의 지혜를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지요.
 

그러니까 역지사지, 역지감지, 역지행지는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느끼고, 행동할 때 비로소 진정한 소통과 공감이 완성된다는 말씀이지요. 그런데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느끼고, 행동하는 역지사지, 역지감지, 역지행지의 기본마음이 바로 배려(配慮)입니다.
 

배려의 사전적 의미는 ‘보살펴 주려고 이리저리 마음을 써줌’입니다. 여기에서 ‘배(配)’는 술 유(酉)와 몸 기(己)가 합쳐진 모양입니다. 술 단지를 늘어놓는 모양에서 ‘늘어놓다’라는 뜻을 가집니다. 그리고 ‘려(慮)’는 빙빙 돈다는 뜻의 로(盧)와 마음 심(心)이 합쳐진 말로 ‘마음을 정하지 못하여 근심하다, 걱정하다’라는 뜻을 가집니다.
 

그러므로 배려는 상대방 입장에서 이리저리 두루두루 생각해 보는 것을 말하니 바로 ‘역지사지’와 동일한 의미입니다. 훌륭한 부모, 훌륭한 교사, 존경받는 지도자에게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그들은 공감 능력이 뛰어나고, 배려와 역지사지의 자세로 상대를 내 편으로 만든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힐링’은 우리말로 ‘치료’ 또는 ‘치유(治癒)’라고 번역됩니다. 하지만 ‘치유’라는 뜻으로 더 많이 쓰이지요. 사실 치료와 치유는 조금 다른 개념입니다. 치료는 의사의 도움으로 병을 고치는 것이고, 치유는 스스로의 노력으로 병을 낫게 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힐링’의 방법은 생각보다 간단할 수 있습니다. ‘힐링’이 되려면 점 2개만 찍으면 됩니다. 즉, ‘힐링’에 점 2개를 찍어 넣어 ‘헐렁’해지면 치유가 된다는 말이지요. 실은 이것이 농담만은 아닙니다. 연구를 통해서도 입증된 사실이며, 지도자의 공감 능력과 의사소통을 촉진하는 방법이기도 합니다. 결국 치유는 사람들이 감수성을 갖고 마음의 여유를 갖는 게 중요한 것입니다.
 

보살펴 주려고 이리저리 마음을 써주는 것이 배려입니다. 이렇게 상대편의 입장에서 역지사지, 역지감지, 역지행지를 하는 것입니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상대방 입장입니다. 이를 두루두루 생각해 주는 것이 바로 지도자이입니다. ‘나눌 배’, ‘생각할 려!’ 배려(配慮)의 뜻을 보면 마음이 따뜻해집니다.
 

배려란 서로 상대방의 입장을 이해하고 배려하며 차별이 없는지 스스로 생각해보는 것입니다. 내가 먼저 인사하고, 작은 도움에도 고마움을 표현합니다. 그리하여 질책보다는 격려를 통하여 상처를 주는 일이 없도록 하며, 사소한 것에도 칭찬하고 아울러 따뜻한 말 한마디로 상대방을 감동시킬 수 있도록 실천하는 것이 ‘역지행지’가 아닐까요?
 

모든 일을 화(和)와 유(柔)로써 하면 능히 강(剛)을 이길 수 있습니다. 그리고 말 한 마디에도 죄와 복이 왕래하는 것입니다. 우리 정유년(丁酉年)에는 ‘역지사지’와 ‘역지감지’를 뛰어넘어 ‘역지행지’를 실행하는 한 해가 되면 어떨 까요!

 

단기 4350년, 불기 2561년, 서기 2017년, 원기 102년 1월 6일

덕 산 김 덕 권(길호) 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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