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프리존=김재현 기자]SeMA, 서울시립미술관(관장 김홍희)은 오는 3월 19일까지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 1층에서 2016 Seoul Focus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전>을 개최한다.
지난 1985년 창설된 서울미술대전의 후신으로 31회째를 맞는 올해 서울 포커스는 매체나 장르를 기준으로 현대미술의 다양한 영상을 소개해 왔던 예년의 전시와는 달리, 오래된 서울이 가지고 있는 지역의 역사성과 장소성에 주목해, 창인동, 을지로 등 청계천을 따라 연결되는 도심형 제조 산업과 현대미술의 관계를 조명하는 전시로 탈바꿈했다.
전시 제목이 시사하듯, 이번 전시는 산업도시의 근간을 이루는 공산규 작품에 대한 사유부터 시작해 볼트, 너트 등 기계 산업화를 상징하는 최소한의 부품들의 등속성이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개별 작가의 조형 예술 언어를 통해 참신한 가치의 현대미술로 재탄생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참여 작가들은 도심 한 가운데 자리잡은 세운상가, 낙원상가 등 오래된 주상복합건물에서 느껴지는 이질적 풍경, 비슷한 디자인의 제품들이 개성 없이 늘어서 있는 종로3가의 귀금속 전문상가, 창신동의 오르막길에서 내려다본 다세대 주택 옥상의 보급식 물탱크, 오래된 도시 곳곳을 부유하고 있는 노인들의 형상 등 일상생활 속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삶의 풍경 뿐 아니라 광장으로서의 청계천 지역 일대의 역사적 상징성을 내포하고 있는 작품을 선보인다.
구동희는 서로 상관없이 보이는 이미지가 연결되는 과정을 통해 새로운 의미를 생성하고 관객에게 다양한 해석의 여지를 남기는 작품들을 선보여왔다. <Cross X Pollination(2016)은 맥주 가게와 욕조라는 두 공간과 이들을 이어주는 의외의 이미지를 교차해서 보여주는 작품으로, 사방이 거울로 둘러싸인 두 개의 방과 무심하게 등장하는 강냉이, 뽁뽁이, 맥주거품 등 도시의 통속적인 일상의 단면들을 나타내는 쇼트들은 어느 순간 하나의 공간으로 상호 통합됨으로써 이질적 풍경을 연출한다.
또한 산업근대화가 급속하게 진전 중이던 70-80년대, 저작권 인식의 부재로 인해 무차별적으로 복제된 디자인 창작물의 결과물들을 재제작한 작품과 함께 도시의 경관을 이루는 공공조각설치 작품의 조형과 재료의 역학관계를 표본화하는 작품을 통해 건축법과 제도에 의해 무분별하게 증식되고 있는 공공미술과 디자인 복제 제품 등 우리가 극복해야 하는 현실의 ‘규경과된’ 한계를 지적한다.
백승우는 합성, 확대, 아카이브라는 사진의 속성을 이용해 그의 주된 관심사인 현실과 비현실, 실제와 허구에 대한 이야기를 다양한 방식으로 풀어낸다. 이번 전시에서는 전통적인 포토그래퍼의 역할에서 근대의 유토피아를 상징하는 세운상가, 대림상가, 신성상가와 이곳에서 제조, 생상, 유통되는 산업제품의 소재에 초점을 맞춰 시효가 만료된 산업근대화 이면에 존재하는 도시의 중층을 새롭게 기록해 온기를 불어넣는 작업을 선보인다.
이번 전시에는 2000년부터 현재까지 꾸준하게 활동하고 있는 구동희, 백승우, 잭슨홍부터 독자적인 영역에서 자신만의 조형언어를 구축하고 있는 이은우, 이천표, 정윤석, 그리고 EH, 박정혜, 변상환, 윤지영, 이수경, 이우성, 최윤 등 다양한 세대의 작가들이 참여해 주제에 공감한 신작 혹은 근작을 선보인다.
김재현 기자, jaehyun321@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