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의 한 밤에
찬 바람 매섭게 불어도
골목길 잎 다 떨군 플라타너스는
아무 말이 없고
처마에는 고드럼도 달리지 않아
허리 굽은 구십 할매
끌끌 혀를 차네
추워도 추운 맛이 없다고
세상 인심 전 같지 않다고
까치밥도 다 먹힌 까만
감나무 휑한 가지 사이로
바람 또 불어
하루 한 달 해달이
뜨고 지거니
차라리 믿고자 하면
바람같은 저 세월에 기대라
손주 고추만한 고드럼이라도
때 따라 얼었다 녹느니
그 순리야 변함 있으랴
허전한 감나무 가지마다
아슴거리는 별 달고 휘청거려도
새 봄엔 이쁜 싹이 돋지 않겠나
애 우는 소리도 개 짖는 소리도 없는
밤 깊은 골목길 가득
찬 바람에 흔들리는 그림자 위로
한 사람의 발자국 울린다.
ㅡ산경 1.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