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업일신
덕업일신(德業日新)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덕(德)은 즉, 인간이 스스로의 수양을 통해서 얻어지고 그것이 다시 실천을 통해 나타남을 말하는 것이지요. 쉽게 말하면 어느 곳, 어느 일을 막론하고 오직 은혜가 나타나는 것을 이름입니다. 하늘이 도를 행하면 하늘의 은혜가 나타나고, 땅이 도를 행하면 땅의 은혜가 나타나며, 사람이 도를 행하면서 사람의 은혜가 나타납니다.
그래서 천만 가지도를 따라 천만 가지 덕이 화하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천도(天道)ㆍ지도(地道)ㆍ인도(人道)에 따라 천덕(天德)ㆍ지덕(地德)ㆍ인덕(人德)이 나타나는 것이지요. 이 세 가지 덕 중에 제일 큰 덕은 곧 대도를 깨달은 사람으로서 능히 유무를 초월하고 생사를 해탈하며 인과에 통달하여 삼계화택(三界火宅)에 헤매는 일체중생으로 하여금 한 가지 극락에 안주하게 하는 덕인 것입니다.
그리고 업(業)은 몸과 입과 뜻으로 짓는 선악의 소행을 말합니다. 그러니까 어떠한 일을 하고자 하는 의욕이 의업(意業)이고, 그 의지를 신체적 행동과 언어적 표현으로 나타낸 것이 신업(身業)과 구업(口業)입니다. 이를 신(身) · 구(口) · 의(意) 삼업(三業)이라 합니다. 그러니까 인간의 행위는 반드시 선한 쪽에서 이루어져야 하는 것입니다. 선한 행위만이 인간에게 씌워진 죄업의 굴레를 벗게 하여 참다운 행복을 가능케 하는 것이지요.
마오쩌둥이 등장하기 전까지 중국 군대는 약탈과 강도, 폭행, 심지어 살인까지 악행이란 악행은 다 저지르고 다녔습니다. 하지만 마오쩌둥이 이끄는 군대는 전투 능력이 뛰어났을 뿐 아니라 기강도 엄격해서 물건을 사면 반드시 돈을 내야하고, 빌린 물건은 반드시 갚아야 하는 등의 규율을 말단의 병사에 이르기까지 철저히 교육시켰다고 합니다.
그 결과 국민들은 마오쩌둥의 군대에 지지를 보냈습니다. 국민들의 마음을 공략하고자 한 마오쩌둥의 전략이 멋지게 성공한 것입니다. 이처럼 역사적으로 탁월한 리더는 모두 상대방의 마음을 공략하는 데 주력했습니다. 중국 고전에 대한 전문가로 알려진 모리야 히로시는 리더라면 반드시 갖추어야 할 [덕(德)으로 세상을 얻는 5가지 방법]을 제시했습니다.
첫째, 자신의 이익만 챙기면 원망을 산다.
《논어》에도 ‘이익에 따라 행동하면 원망을 많이 받는다.’는 말이 있습니다. 남의 원망을 사는 것만큼 쓸데없는 일은 없지요. 언젠가 반드시 그에 대한 보복을 당할 각오를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오랫동안 그런 행동을 계속한다면 결국 그 원망이 사람들의 가슴 속에 지워지니 않는 기억으로 각인될 것입니다.
둘째, 신의가 있어야 인심을 얻는다.
삼국지에서는 ‘무(武)를 통솔함에 있어 대신(大信)을 근본으로 삼다.’라고 했습니다. 제갈공명이 촉(蜀)의 군대를 이끌고 위(魏)의 영토로 진격했을 때였습니다. 병사들에게 휴식을 주기 위해 5명 중 1명을 교대로 귀국시키며 항상 8만 명의 병력으로 싸우기로 했지요. 그런데 막상 전투가 시작되자 참모들은 불안해하며 “적이 너무 강력해서 지금의 병력으로는 도저히 상대할 수가 없으니 교대요원의 귀국을 연기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진언했습니다.
하지만 제갈공명은 이렇게 말했지요. “나는 군을 통솔할 때 <신의를 지키는 것>을 기본으로 삼았다. 지금 상황이 곤란해졌다고 해도 이미 약속한 것은 반드시 지켜야 하오.” 그러자 이 이야기를 전해들은 병사들은 승상께서 우리를 그렇게까지 생각해 준다는 생각에 감격해서 귀국을 포기하고 싸우기를 청해 용맹하게 적을 물리쳤다고 합니다. 이처럼 신의는 통솔의 근본일 뿐 아니라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 데도 빼놓을 수 없는 조건인 것입니다.
셋째, 우직함으로 신뢰를 얻는다.
《한비자(韓非子)》에 ‘교사(巧詐)는 졸성(拙誠)만 못하다.’는 말이 있습니다. 교사(巧詐)는 거짓말을 하거나 사기를 치는 등 교묘한 말로 남을 속이는 것입니다. 그리고 졸성(拙誠)은 변변치 못한 정성, 즉 우직함이라고 할 수 있지요. 당장의 성공 확률만 따지자면 교사가 더 높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설령 속임수가 성공한다 해도 반발을 사거나 앙금이 남게 됩니다.
반면에 졸성은 속효성(速效性)은 없을지 몰라도 조금씩 상대방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보면 더 큰 성공을 거둘 가능성이 있는 것입니다. 교사로는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도 없으며 주위의 신뢰도 얻지 못합니다. 교묘한 속임수보다는 변변치 못한 정성이 더 낫지 않은가요?
넷째, 위정자의 덕이야말로 나라의 지킴이다.
《사기(史記)》에 ‘만일 군주가 덕을 쌓지 않는다면 배 안의 사람들은 모두 적이 될 것이다.’ 라는 말이 있습니다. 병법서 <오자(吳子)>의 저자 오기는 정치가로서도 큰 치적을 남긴 인물로 알려져 있습니다. 오기가 위의 무후를 섬길 무렵, 무후를 보좌해 배를 타고 서하를 내려가던 중 무후가 뒤를 돌아보며 오기에게 “이 험준한 지형을 보게. 멋지지 않은가. 이것이야말로 위의 보배일세.”라고 말했습니다.
그러자 오기는 이렇게 대답했다고 합니다. “외람된 말씀이지만, 나라의 보배는 지형이 아닙니다. 위정자의 덕이야말로 나라의 보배입니다. 군주가 덕으로 나라를 다스리지 않는다면 이 배에 탄 사람들까지 모두 적국의 편이 될 것입니다.” 위정자의 덕이란 국민으로부터 존경을 받고 지지를 얻을 수 있는 정치를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런 정치야말로 나라의 보물이며 지킴이 아닐까요?
다섯째, 인간의 길을 벗어나지 마라.
《맹자(孟子)》는 ‘한 가지 불의를 행하고 한 사람의 불고(不辜)를 죽여 천하를 얻을 수 있다 해도 아무도 그렇게 하지 않았다.’라고 했습니다. 불의는 인간의 길을 벗어나는 것, 즉 비인도적인 행위를 말합니다. 그리고 불고(不辜)는 죄가 없는 사람을 뜻하지요. 옛날의 훌륭한 리더들은 그런 짓을 하면서까지 천하를 차지하려 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어떻습니까? 날로 덕을 쌓고 좋은 업을 나날이 지으면 천하도 얻을 수 있습니다. 지금 우리나라에서 지금 벌어지고 있는 대통령 탄핵의 사태는 위정자가 덕을 쌓지 못하고 나쁜 업을 지은 결과일 것입니다. 우리 새 해에는 ‘덕업을 일신’하여 온 천하에 큰 은혜가 나타나게 하면 얼마나 좋을 까요!
단기 4350년, 불기 2561년, 서기 2017년, 원기 102년 1월 13일
덕 산 김 덕 권(길호) 합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