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영 논리로 극한 대립은 잘못…화해·화합 계기 되길”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14일 오전 경남 김해 봉하마을을 찾아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묘역을 참배했다.
[연합통신넷= 심종완기자]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14일 오전 경남 김해 봉하마을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찾아 참배했습니다. 노 전 대통령 서거 직후 조문을 위해, 서거 1주기 때인 2010년 5월 한나라당 원내대표 자격으로 방문한 걸 포함해 김무성 대표의 봉하마을 방문은 오늘(14일)이 3번째입니다. 마지막 방문 이후 4년 9개월 만입니다. 김태호 최고위원과 김학용 비서실장, 박민식, 유재중, 하태경, 박대출 의원 등 여당 의원도 여럿 함께 묘역을 찾았습니다. 부산 경남 지역 시의원과 도의원들도 김 대표의 방문에 맞춰 현장에 모습을 나타냈습니다.
'아침이슬' 연주곡이 울려퍼지는 가운데, 김무성 대표는 동료 의원들과 함께 묘에 헌화하고 분향한 뒤 묵념했습니다. 노 전 대통령이 묻힌 너럭바위 뒤편 위로 노 전 대통령이 투신한 부엉이 바위가 김 대표 일행을 맞이했습니다.
김무성 대표는 권양숙 여사를 예방하려 했지만, 일정이 엇갈려 성사되지 않았습니다. 대신 권 여사는 김경수 노무현재단 본부장과 민홍철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으로 하여금 김 대표를 "잘 맞아달라"고 당부했다고 김경수 본부장이 전했습니다.
김 대표는 참배 뒤 기자들과 만나 노 전 대통령과의 일화를 전했습니다.
"노 전 대통령이 13대 초선으로 계실 때 저는 통일민주당 행정실장이어서 (노 전 대통령과) 대화할 기회가 많았다. 당시 (5공비리) 청문회 정국이었는데, 우리나라에서 청문회를 처음할 때여서 청문회에 대한 인식이 부족했다. 당에서 처음 청문위원 명단 만든 것을 보니 청문회에 적합하지 않아, 제가 행정실장으로서 청문회 성격에 맞는 의원들을 주로 율사출신들로 선정해서 김영삼 총재께 결재 받았다.
그 때 노무현 의원을 제가 추천했다. 김광일, 노무현, 이인제 의원을..처음에는 명단에 없었는데 그렇게 선임됐고 청문회 앞두고 여의도 맨해튼 호텔에 방을 몇 개 잡아서 함께 숙식하면서 청문회에 대비했던 추억이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일약 스타로 떠오른 것은 1988년 5공 비리 청문회 때였습니다. 당시 초선이던 노무현 의원은 전두환 전 대통령이 앉은 증인석을 향해 명패를 집어던지며 깊은 인상을 남겼고, 그런 활약이 정치적 자산의 주춧돌이 됐습니다. 김무성 대표는 당시 '당직자'로서 노 전 대통령을 한국 현대사의 주요 장면에 등장시키는 데 역할을 했다는 점을 얘기하고 싶은 듯 했습니다.
노 전 대통령과 김무성 대표는 김영삼(YS)의 통일민주당이라는 한 뿌리에서 출발했지만, 이후 YS의 3당 합당을 거치며 제 갈길을 갔습니다. 김 대표가 YS 정권에서 청와대 비서관과 내무부 차관을 거치며 경력을 쌓는 동안 노 전 대통령은 YS에 합류하지 않고 국회의원(13대. 15대 보궐) 활동과 야당 활동을 계속하며 지역주의 타파를 위해 싸웠습니다.
김무성 대표는 묘역 방명록에"망국병인 지역주의와 권위주의 타파를 위해 온몸을 던지셨던 서민 대통령께 경의를 표합니다. 참 멋있는 인생이셨습니다"라고 적었습니다. 이념과 정책 방향은 다르더라도 지역주의, 권위주의 해소를 위해 노력한 데 대해 존경의 뜻을 표한다고도 말했습니다. 김 대표는 다만, 노 전 대통령의 NLL 녹취록 포기 발언 논란과 관련한 비판에 대해선"정치적 소신에 대해서는 사과할 문제가 아니다"라며 선을 그었습니다.
지난 9일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이승만, 박정희 전 대통령의 묘역을 참배한 데 이어 오늘 김무성 대표의 봉하마을 참배로 여야 대표 모두 화해와 통합의 메시지를 던졌습니다. 하지만 여의도 국회로 돌아오면 상황은 녹록치 않습니다. 당장 모레 이완구 총리후보자의 인준 표결을 놓고 여당은 단독으로라도 표결을 진행하겠다는 입장인 반면 야당은 이 후보자의 자진사퇴를 요구하며 맞서고 있습니다. 시시각각 맞부딪히는 국회 상황이야 그렇다 하더라도, 여야 정치인들이 포용과 통합, 화해를 위해 이렇게라도 자꾸 이벤트를 벌이는 것은 나쁘지 않습니다. 묘역 참배든 어떤 식으로든 만남이 이어지고, 대화와 접촉이 계속되면 상대를 이해하고, 역지사지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는 것이니까요.
노 전 대통령 묘역 참배에는 당 지도부에서 김태호 최고위원, 이군현 사무총장,김학용 대표비서실장, 박대출 대변인, 하태경 박민식 의원과 김해지역 도의원·시의원도 동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