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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찾은 팽목항, 유가족은 진실만 요구..
사회

다시 찾은 팽목항, 유가족은 진실만 요구

임병용 기자 입력 2015/02/15 00:47
[연합통신넷= 임병용기자]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는 14일 전남 진도 팽목항 세월호 희생자 분향소로 들어가는 길목에서 세월호 도보행진단과 마주쳤다. 도보행진단은 경기도 안산을 출발해 20일간의 550km의 여정을 마무리하는 시점이었다. 노란색 세월호 모형물을 만들어 상여처럼 짊어지고 '세월호를 인양하라'를 깃발을 손에 든 채 문 후보를 향해 걸어오고 있었다.

간극이 가까울수록 문 대표의 입은 점점 더 굳게 다물어져 졌다. 전명선 위원장 등 4.16 세월호 참사 가족대책협의회 임원들과 짧게 인사를 나누고 몇몇 도보행진단과 가벼운 인사를 나누기는 했지만 그 뿐이었다. 도보행진단은 그의 방문에 환대로 냉대도 하지 않았다.

도보행진을 끝낸 유가족들이 분향소로 들어갈 때까지 문앞을 기다리던 문 대표는 20여명의 유가족들 옆에 서서 아무 말없이 차례를 기다렸다. 김영록 수석대변인과 김현미 비서실장, 이낙연 전남지사 등 10여명이 그의 곁을 지켰다.

추모를 기다리고 있는 도보행진단을 의식한 듯 1분여만에 헌화와 묵념을 끝냈다. 이어 세월호 실종자 가족이 머물러 있는 임시거처로 자리를 옮겼다. 이 때까지도 그의 '한일(一)자 입'은 좀처럼 열리지 않았다.

100여명의 취재진이 그를 둘러싸고 취재경쟁을 벌이자 다소 부담스러운 듯한 모습을 드러내기도 했다.

저 멀리 노란 부표가 보였다. '여기 세월호가 있다'는 걸 알 수 있는 유일한 증표다. 노란 부표를 눈에 담은 세월호 실종자 가족들은 감정을 억누르지 못하고 울분을 토했다.

"다윤아! 다윤아! 다윤아!"

"내 딸 은화! 내 껌딱지! 세상에 하나뿐인 내 딸!"

"여보, 곶감 좋아하지? 이거 먹고 빨리 나와."

지난달 26일 경기도 안산을 출발한 세월호 도보순례단이 종착지 진도 팽목항에 도착한 14일, 실종자 가족들은 배를 타고 세월호 참사 현장을 찾았다. 도보순례단이 더 나아갈 수 없는 물길을 따라 '해상순례'에 나선 것이다.

▲ "세상에 하나 뿐인 내 딸!"지난달 26일 안산을 출발한 세월호 도보순례단이 종착지 진도 팽목항에 도착한 14일, 실종자 가족들은 배를 타고 세월호 참사 현장을 찾았다. 도보순례단이 더 나아갈 수 없는 물길을 따라 '해상순례'에 나선 것이다. 실종자 가족 6명과 유가족 5명은 이날 오전 10시 30분께 팽목항에서 1km 떨어진 진도 서망항에서 10톤급 배에 올라 약 1시간을 달려 사고 현장에 도착했다. 세월호 참사 실종자 조은화양의 어머니 이금희씨가 딸의 이름을 부르며 울부짖고 있다.

실종자 가족 6명과 유가족 5명은 이날 오전 10시 30분께 팽목항에서 1km 떨어진 진도 서망항에서 10톤급 배에 올라 약 1시간을 달려 사고 현장에 도착했다. 저마다 마지막으로 사고 현장을 찾았던 날은 달랐지만, 이날 사고 현장에서 느끼는 감정은 같았다.

실종자 권재근씨 형이자 권혁규군의 큰아버지인 권오복씨는 "도보순례단은 팽목항까지밖에 올 수 없으니 실종자 가족들이 이렇게 사고 현장까지 나서는 것"이라며 "정부는 어서 선체를 인양해 실종자 가족과 유가족에게 희망을 줬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세월호 침몰사고 실종자 허다윤양의 어머니 박은미씨가 딸의 이름을 부르며 울부짖고 있다.

 

▲노란 부표는 '여기 세월호가 있다'는 걸 알 수 있는 유일한 증표다

"나도 이렇게 보고 싶은데, 넌 얼마나..."

화창한 날씨 덕에 물살도 잔잔했다. 지난해 4월 16일, 부실한 배와 허술한 구조로 아수라장이 됐던 곳이라곤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평온했다. 하지만 그 평온함이 실종자 가족과 유가족에겐 더 큰 아픔으로 다가왔다. 사고가 났던 그날도 이날처럼 잔잔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잔잔한데, 어떻게 배가 뒤집어졌다는 거야. 아이고, 정말…."

실종자 가족들은 수차례 자식, 부모, 형제의 이름을 불렀다. 목놓아 울기도, 악을 쓰며 땅을 치기도 했다. 그들이 아직 버티고 있을 바닷속 세월호를 생각하며 분통을 터뜨렸다. 분노, 슬픔, 외로움, 고통이 뒤섞인 울부짖음이 진도 앞바다를 메웠다.

이들은 준비해 간 꽃과 음식을 바다에 내던지며 하루 빨리 그들의 가족이 나오길 기원했다. 눈물을 흘리고, 가족의 이름을 부르느라 일부 실종자 가족들은 몸을 가누지 못하고 쓰러지기도 했다.

"왜 (세월호에서) 안 꺼내 주는 거야! 나도 이렇게 보고 싶은데, 내 딸은 (가족이) 얼마나 보고 싶을까!"

잠시 진정된 실종자 가족들의 외침은 사고 현장에서 다시 서망항으로 돌아오기 위해 배를 돌리자 다시 한 번 높아졌다. 이날 실종자 가족들과 동행한 문규현 신부는 울부짖는 실종자 가족들을 위로하며 함께 눈물을 흘렸다.

 

▲실종자 가족들이 던진 꽃다발이 바다 위에 떠 있다.

▲세월호 참사 실종자 허다윤양의 어머니 박은미씨가 사고 현장에서 울다 지쳐 휴식을 취하고 있다.

"실종자 9명 못 찾으면 진상 규명이고 뭐고..."

이날 해상순례에는 유경근 4·16 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과 '4·16TV(바로가기)'를 운영하는 지성 아빠, 호성 아빠 등 유가족 5명도 함께 했다.

지성 아빠는 "두 번 다시, 세 번 다시, 네 번 다시, 다섯 번 다시 이런 한이 없도록, 이런 죽음이 없도록 (온전한 선체 인양을) 하자고 말하는데 왜 돈 이야기가 나오는지 모르겠다"며 "열 달 동안 품고, 똥 기저귀도 보물처럼 여기며 키운 새끼를 바다에서 잃었는데 몇 안 되는 개떡 같은 권력자들 때문에 우리가 이러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오늘은 아이들이 잠들었던 바다를 뒤로한 채 아무 소득 없이 돌아가지만 언젠가 이 바다는 진실을 드러낼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 대변인도 "실종자 9명을 찾지 못하면 진상 규명이고 뭐고 다 안 되는 것"이라며 "그 무엇도 실종자 9명을 찾는 것보다 중요한 건 없다"고 강조했다.

이날 배를 몬 진도 주민 박태일 선장(63)는 사고 당시를 떠올리며 씁쓸한 표정을 내보였다. 박씨는 "사고 당일도 오늘처럼 날씨가 좋아서 그냥 나오라고만 하고, 바다 위 아무 곳이나 뛰어내렸으면 다 건졌을 것"이라며 "오늘처럼 유가족, 실종자 가족들과 다시 사고 현장을 찾곤 하는데 올 때마다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이어 "사고 당시 동거차도로 옮겨져 있던 생존자 학생들과 이야기를 나눴었는데 (그들에 따르면) 세 차례 '가만히 있으라'는 방송이 나왔다고 한다"며 "그 말만 믿고 안에서 살려달라고 발버둥쳤을 사람들을 생각하면…"이라며 말끝을 흐렸다.

한편 세월호 도보순례단은 이날 오후 4시 진도 팽목항에 도착해 오후 5시 20분부터 열리는 '진실규명을 위한 세월호 인양촉구 팽목항 범국민대회'에 참석, 19박 20일의 일정을 마무리했다.

 

▲세월호 침몰사고 실종자 양승진씨의 아내 유백형씨가 배의 창밖으로 보이는 바다를 보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예은 아빠' 유경근 4·16 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이 사고 현장에서 돌아오는 배 위에서 씁쓸한 표정을 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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