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벌이 부모들 대체로 부정적…'등교 도우미' 구하기도
(연합통신넷= 온라인뉴스팀) 사건팀 = 새 학기부터 서울시내 초·중·고등학교에서 시행되는 9시 등교에 대해 학부모들은 학교급과 맞벌이 여부에 따라 의견이 갈렸다.
상대적으로 시간 변동이 적은 초등학교나 외벌이 학부모인 경우 등교시간을 늦추는 것에 찬성하지만 중·고등학교나 맞벌이 학부모는 늦은 등교에 비판적인 입장이었다.
이번 9시 등교에 따라 자녀의 등교를 맡아 줄 '등교 도우미'를 구하는 학부모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16일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3월 2일부터 초등학교 74.7%인 447개교는 등교시간이 오전 8시 50분∼9시로 늦춰진다. 초등학교의 등교시간은 오전 8시 40분이므로 실제 등교시간은 10∼20분 미뤄진 셈이다.
중학교는 3.7%인 14개교, 고등학교는 0.3%인 1개교에서 9시 등교로 조정되고, 중학교의 49개교(12.8%), 고등학교 48개교(15.1%)는 등교 시간이 10∼30분 미뤄졌다.
초등학생 학부모들은 대체로 반기는 분위기다.
초등 3학년생을 둔 양민정(39)씨는 "아침에 20분이라도 여유가 생겨 잠도 조금 더 잘 수 있어 아침도 천천히 먹을 수 있게 돼 좋다"며 "실제로 차이가 있을지는 시행돼 봐야 알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중·고등학생 학부모들, 특히 맞벌이 학부모는 9시 등교에 부정적이다.
고교 1학년과 중학교 1학년생 자녀를 둔 40대 학부모 박모(여)씨는 "부모의 출근 시간이 늦춰지면 모르겠으나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공감하기 어렵다"며 "출근할 때 아이들과 같이 나오는 게 낫지 아이만 집에 두고 나오는 게 얼마나 불안한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재수생과 중학 3학년생 등 두 자녀의 어머니인 김조은(46.여)씨는 "부모들 출근 시간이 9시라 하더라도 그전에 도착해야 하다 보니 부모가 출근하고 난 뒤 아이들이 남게 된다"며 "맞벌이 부부를 고려한다면 부모와 자녀가 동시에 출근·등교하는 시간이 적절하다"고 지적했다.
자녀가 고등학교 재학 중인 학부형 박모(48) 씨는 "오전 9시에 등교하면 수능시험 입실 시간인 8시 10분보다 늦어져 생활리듬이 바뀌고 시험에 영향을 주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초등생 자녀를 둔 맞벌이 학부모들은 일찌감치 '등교 도우미' 찾기에 나섰다.
강남지역 학부모들의 한 인터넷 카페에서 최근 초등 2학년 여아를 둔 한 학부모가 '월∼금요일 오전 8∼9시에 아침식사와 등교를, 화·목요일에 1시 40분∼5시 40분에 학원과 수영장 동행'에 급여를 한 달에 50만원을 제시한 등교 도우미 구인 글을 올렸다.
등교 도우미를 써 본 적이 있는 초등학교 학부모 강모(36.여)씨는 "유치원은 일찍 보내고 늦게 데려갈 수 있지만 초등학교는 그렇지 않아 일하는 엄마들이 아이가 초등학교에 들어가면 많이 관둔다"며 "한 달에 20만∼30만원 되는 등교 도우미 비용이 누군가에게는 큰 비용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학부모단체들은 성향에 따라 다른 입장을 보였다.
최은순 참교육학부모회 회장은 "학생들이 아침밥을 먹고 등교할 수 있는 건 바람직한 일"이라며 "등교시간을 교육적 관점에서 바라봐야지 맞벌이 부부에게 불편이 생긴다고 일찍 등교하라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경자 공교육살리기학부모연합 대표는 "9시 등교는 교육청이 이래라저래라 할 문제가 아니라 학교 구성원들이 의견을 모아 학교 형편에 맞게 시행할 문제"라며 "맞벌이 부부가 많은 현실에서 부모가 일찍 나감에 따라 아이들이 방치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