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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 30주년 특별전, ‘달은, 차고, 이지러진다’

김재현 기자 입력 2017/02/13 02:30



[뉴스프리존=김재현 기자]몇 광년의 거리를 가로지르면서 수 억 킬로미터의 여행 후에 이곳에 다다른다. 탐사의 목적지는 달, 그 중에서도 ‘풍요의 바다’ ‘맑음의 바다’ ‘고요의 바다’로, 우리는 마술피리가 이끄는 대로 각 바다의 좌표에 따라 천천히 조심스럽게, 호기심 가득한 눈빛으로 ‘미술관’ 내부를 움직인다.


그곳에는 수많은 생명체들이 있다. 그들은 예술 ‘작품’이라 불리는 것으로, ‘작품’은 작가라는 또 다른 행성의 생명체에 의해 창조돼 외계에서 떠돌다가 ‘미술관’에 입성한다. ‘미술관’에서 ‘작품’의 새로운 삶은 그에게 고유 번호가 부여되면서 시작된다.


이 전시는 신비한 광채를 발산하면서 주기적으로 차고 기울기를 반복하는 달과 같이 ‘작품’을 하나의 생명주기를 가진 생명체로 보고 마치 달을 탐사하듯 예술의 기원과 해석, 생애와 운명의 비밀을 좇아가는 경로를 보여주기 위해 기획됐다.



특히 올해는 국립현대미술관이 과천으로 신축 이전한 지 30년이 되는 해를 기념하기 위해 그간의 주요 성과인 소장품을 중심으로 전시를 구성했다. 전시는 300여 명의 작가의 작품과 자료 560여 점을 전시한다. 전시 공간은 미술관 전 층에 ‘풍요의 바다’ ‘맑음의 바다’ ‘고요의 바다’를 따라 가다보면 세 개의 주제 ‘해석’ ‘순환’ ‘발견’을 만난다.


1층의 <해석>은 1부 ‘확장’과 2부 ‘관계’로 구성됐다. 1부 ‘확장’은 서로 다른 분야의 작가, 기획자, 연구자들이 협업을 통해 소장품을 둘러싼 다층적인 소통방식을 통해 모색하고 상호간 새로운 관계 설정을 시도해, 미술관, 메타조형, 인류학, 수행성, 현대사를 주제로, 소장품을 기반으로 한 신작 제작과 일련의 퍼포먼스 기획이 이뤄진다.


2부 ‘관계’는 미술관의 대표적인 소장품 16쌍을 일대일로 전시해 관람객의 적극적인 해석 과정과 창의적인 감상 경험을 유도해, 관람객은 작품, 작가와 시공간을 초월한 새로운 만남의 기회를 제공한다.
 



2층의 <순환>은 1부 ‘이면’과 2부 ‘이후’로 구성된다. 1부 ‘이면’은 소장품과 함께 제작 이면에 드러나지 않는 과정을 보여주는 밑그림과 자료를 포함하면서, 작품의 미술관 입성 이전의 삶의 궤적을 추적하는 내용으로 구성, 작품의 의미와 가치에 대해 새로이 주목하고 재발견한다.

2부 ‘이후’는 물질의 존재로서 작품의 유한성으로부터 출발, 변화하는 속성과 지속가능한 방법 등을 보여준다. 재현과 재제작, 재생과 전이, 개념의 유지와 형식의 변형, 작가가 아닌 제3자 개입의 문제 등 현대미술 작품이 미술관이라는 제도에 소장품으로 수용되는 과정에 발생하는 제반 문제들을 제기한다.


3층의 <발견>은 미술관 소장품 데이터베이스를 탐색해 소장된 이후 오랜 기간 전시되지 않았던 작품들은 추적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소장품은 고립의 시간을 뛰어 넘어 ‘현재’의 시간, 작가, 큐레이터와 예기치 않는 만남을 갖는다. 수장고에서 발견된 작가의 과거 작품은 작업의 변천사를 보여주고 현재 작품들과 연결점을 구성하고, 또한 제작 당시와는 다른 새로운 아이디어가 첨가돼 변형된 방식으로 설치되거나, 또 다른 제작 당시와는 다른 새로운 아이디어가 첨가돼 변형된 방식으로 설치되거나, 또 다른 작품 탄생의 단초로 작용하면서 작가에게 미래의 작업 방향에 대한 실마리를 제공한다.



이 외에도 과천 30년 특별전은 2층 제2원형의 <아카이브 프로젝트:기억의 공존>과 3층 통로의 <공간변형 프로젝트:상상의 항해> 전의 개별전시들을 포함한다.


이와 함께, 1-3층을 관통하면서 각각의 바다를 연결하는 중심축이 되는 두 개의 공간은 램프코아와 중앙홀로, 나선형 구조의 램프 공간 중앙을 차지하고 있는 1003대의 TV 탑인 백남준의 <다다익선>은 이에 대한 이승택의 도전적인 해석인 <떫은 밧줄>과 수직으로 조응한다. 긴장된 에너지의 응축된 흐름을 타고 <다다익선>의 주변 공간을 대각선으로 가로지르고 있는 이승택의 밧줄은 ‘작가’와 우주, 현세와 이승, 한 세계에서 다른 세계로 넘어가는 수단이 되고, 그 매개가 되는 것은 초자연적인 ‘기’이다.

두 작가는 서로 다른 방식으로 고대와 현대의 유토피아적 이상을 구현하고자 하나 이들의 공통점은 샤머니즘의 전통을 소통의 매개로 삼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다다익선>은 다시 1층 통로가 있는 박기원의 신작 태고의 <도원경>을 거처 중앙홀에 있는 이불의 <취약한 의향>과 수평으로 연결한다. 이 설치 작업의 한 요소인 비행선이 천막으로 만든 거대한 산을 향하고 있는 광경을 2층 회랑 중앙에 있는 2층 화랑 중앙에 있는 김구림 퍼포먼스 <도>의 피라미드 위에 앉아 있는 누드 인간과 함께 목격한다.

비상 착륙하는 순간인가 아니면 충돌 직전의 순간인가. 과거와 미래의 다차원작 시.공간을 자유자재로 이동하는 비행선과 살아 숨 쉬는 ‘지금’ ‘여기’의 인간의 만남은 시.공간의 균열을 일으키면서, 숨을 멎을 듯한 현기증을 느낀다. 그 순간 현실과 상상의 세계가 공생하는 유토피아 혹은 디스토피아의 공간은 SF적  환상 세계의 공간으로 탈바꿈 한다. 여기에서 ‘작품’은 유토피아를 향한 메시지를 발산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예술과 인류의 미래에 대한 성찰을 통해 우주라는 무한 광대한 세계로 인도한다.


글=김재현 기자, 사진=오종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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