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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산, 김덕권 칼럼] 미친 고민상담소..
오피니언

[덕산, 김덕권 칼럼] 미친 고민상담소

김덕권 기자 duksan4037@daum.net 입력 2017/02/23 09:25

▲ 덕산, 김덕권미친 고민상담소
 

 

지난 주 왼쪽 눈의 백내장(白內障)을 수술을 받았습니다. 간단한 수술이라는데 제 체력이 달려서인지 무척 고생을 했습니다. 설상가상으로 장염(臟炎)이 걸려서 며칠을 두고 밤새도록 화장실을 들락거리는 고통에 시달렸습니다. 온 몸에 기운이 쏙 빠져 팔다리가 후들거립니다.
 

모든 것을 놓고 눕고 싶습니다. 그런데 그럴 수 없는 것이 하나 있습니다. 매일 같이 쓰는 저의 졸문(拙文) *덕화만발*을 쓰는 일입니다. 마누라는 옆에서 꼭 ‘마군(魔軍?)’이처럼 붙어 앉아 며칠 쉬라고 잔소리가 이만 저만이 아닙니다. 저를 보고 미쳤다는 것이지요. 그래도 저는 컴퓨터 앞에 앉아 이 글을 쓰지 않을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저는 눈이 감기기 전까지는 *덕화만발*을 쓰기로 서원(誓願)을 했거든요.
 

제가 사는 <덕산재(德山齋)>에는 많은 분들이 찾아오십니다. 물론 회의 차, 또는 제가 보고파 찾아오시는 분들도 있지만, 대개는 저를 만나 인생 상담을 하고자 하는 분들이 아주 많습니다. 저는 그런 분들을 위해 어디를 가리지 않고 달려가기를 게을리 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몸을 사리지 않고 전 세계를 좇아 달린 과보(果報?)인지 그만 다리가 아파 잘 걷지를 못합니다. 그러니 저를 만나려는 분들은 할 수 없이 먼 일산까지 달려오시는 것이지요.
 

그런데 저처럼 미친 사람이 또 있습니다. 임재영이라는 정신과의사입니다. “정신과는 미친 사람들만 가는 데라는 편견이 있잖아요.” “저는 정신과 의사입니다. 제 환자들은 ‘누가 볼까 봐’ 절 찾아오지 못합니다. 그러니 아직까지 병원에 오지 못하신 분들은 얼마나 많을까요?”
 

그러다 이 미친 정신과 의사는 지난 2월초부터, 빈 진료실에서 환자들을 기다리지 말고 환자들을 찾아 나서기로 결심했습니다. 병원을 나오면서 ‘정신 나간 것 아니냐, 혼자서만 착한 척한다.’는 손가락질에 마음이 많이 아팠다고 합니다. “15년 동안 고생한 끝에 얻은 안정된 사회적 지위도, 억대 연봉도 포기해야 했지만 저는 하나도 아깝지 않았습니다.”
 

마음의 병을 앓고 있는 사람들이 조금이라도 더 행복해졌으면 하는 마음에 고민하지 않고 병원을 나온 것입니다. 그는 중고 탑차 하나를 사서 ‘찾아가는 고민 상담소’를 차렸습니다. 내부도 직접 아늑하게 꾸렸습니다. 학교, 마트, 도서관, 주민센터 등등, 9개월째 매일 이 차를 타고 다니며 고민을 함께 나누기 위해 거리를 누비고 있는 것입니다.
 

한 분도 만나지 못하는 날도 있다고 합니다. 그래도 이젠 정기적으로 방문하는 곳도 생기고, 기다리는 분들도 계십니다. 그런 분이 한 분이라도 계시면 그걸로 만족합니다. ‘남들에게 피해 안 가게 죽고 싶다’는 노인 분께, ‘인생이 허무하다’는 주부에게, 크고 작은 고민을 안고 사는 사람들에게 이 미친 의사와의 만남이 삶의 전환점이 되면 얼마나 좋을까요?
 

“저는 계속 환자들을 찾아다닐 겁니다. 제가 해야 할 일이라고 믿기 때문에 멈출 수가 없습니다.” 마음의 병은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습니다. 힘들거나 고민이 있을 때 혼자 끙끙 앓지 말고 누군가에게 털어놔 보는 것 자체가 행복을 찾는 계기가 되는 것입니다. 정신과 의사는 어느 누구보다도 명상적일 필요가 있다고 합니다. 왜냐하면 그들이 하는 일은 매우 위험하기 때문입니다.
 

다른 어떤 전문 직종에 종사하는 사람들보다도 정신과 의사들이 더 많이 미치며 더 많이 자살을 한다고 합니다. 정신과 의사들이 미치거나 자살하는 비율은 정말로 높습니다. 보통 사람들보다 거의 두 배나 많은 사람들이 자살을 한다고 하네요. 이것은 정신과 의사라는 직업이 위험으로 가득 차 있다는 것을 보여 주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심리적으로 혼란되어 있는 사람을 치료할 때 환자는 끊임없이 자신의 진동을 내뿜기 때문이지요. 환자는 끊임없이 자신의 에너지와 부정적인 파장을 내보내고 있습니다. 그리고 의사는 환자의 말에 귀를 기울여야 합니다. 의사는 환자를 보호해야 하고, 사랑해야 하며, 자비로워야 합니다. 그래야만 환자를 도울 수 있습니다.
 

환자는 끊임없이 부정적인 에너지를 내뿜고 있으며 의사는 그 에너지를 흡수하고 있는 것입니다. 실제로 환자의 말을 주의 깊게 들을수록 그의 에너지를 더 많이 흡수하게 됩니다. 신경증이나 정신병에 걸린 사람과 오래 생활하다 보면 무의식적으로 ‘인간이란 본래 이런 것 이고나’ 하고 생각하게 됩니다.
 

우리는 함께 지내는 사람들과 서서히 비슷해집니다. 어느 누구도 따로 떨어져 있는 섬이 아니기 때문이지요. 행복한 사람들과 함께 지내면 행복해집니다. 모든 것은 전염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신경증도 전염성이 있으며 자살도 전염성이 있다고 합니다.
 

예수가 이 땅에 살았을 때, 그는 이 세상에 적응이 안 된 사람이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예수를 십자가에 못 박아야 했지요. 예수는 그토록 낯선 사람이었습니다. 우리는 그를 관대히 봐줄 수가 없었습니다. 우리는 그에게 관심이 없었습니다. 다만 우리 자신에게 관심이 있었을 뿐이지요. 예수가 현존할 때 오직 두 가지만이 가능했습니다. 예수가 미쳤거나 아니면 우리가 미친 것이지요. 둘 다 건강할 수는 없었습니다.
 

이와 같이 사람들의 고민 상담을 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어떻게 보면 이 세상은 누구를 막론하고 미친 사람들로 가득 차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고민을 스스로 해결할 수 없는 사람은 이 고민상담소의 문을 열고 들어와야 합니다. 아는 만큼, 할 수 있는 만큼 앞길을 열어드릴 수 있을 것입니다.
 

모든 질문에 대답할 수는 없겠지요. 또 고민을 대신 해결해 드리려는 건 아닙니다. 그 고민을 함께 나누고 해법을 찾는 일에 저도 생각을 보태는 것뿐이지요. 사람의 육신이 병들지언정 근본 마음은 병이 없습니다. 따라서 그 병듦이 없는 마음으로써 육신을 치료하면 육신도 따라서 건강을 찾을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덕산고민상담소>에서는 막힌 정신적 사관을 통해주는 인생 상담을 하는 곳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인간관계에 실패한 사람들이 찾아와 고민을 털어놓고, 그 고민을 묵묵히 들어주는 것으로 마음병을 치유한다면 그 공덕 또한 크나큰 기쁨일 것입니다. 아무래도 덕산은 못 말리는 미친 사람이 아닐 런지요!
 

단기 4350년, 불기 2561년, 서기 2017년, 원기 102년 2월 23일

덕 산 김 덕 권(길호) 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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