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통신넷= 김현태기자] 이완구 국무총리는 23일 자신이 원안대로 추진할 것을 주장했던 세종시에 대해 “이게 베스트(최선)였나 싶은 생각이 든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준비된 총리’는 예상과 달리 ‘양파 총리’ 였다. 지난 10~11일 국회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언론관, 부동산 투기, 병역 등에서 의혹이 잇따라 터져나왔다. 특히 이 후보자의 언론관이 담긴 녹취록이 공개되면서 여론이 급격히 악화됐다.
결국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 임명동의안은 지난 16일 국회 본회의에서 가까스로 통과됐다. 총리 인준 찬성률은 52.7%로 김대중 정부 때인 200년 6월 3표 차로 가결된 이한동 총리 후보자(찬성률 51.1%) 이후 15년 만에 최저 찬성률로 국회 문을 통과했다.
이완구 신임 총리는 16일 오후 귀갓길에서 기자들로부터 총리 인준 소감에 대한 질문을 받고 “여러가지로 감사드리고 한편으로는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면서 “아주 낮은 자세로 국민을 잘 모시고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 이 총리는 이날은 추가 일정 없이 자택에 머물겠다는 뜻을 밝힌 뒤 집으로 돌아갔다.
이완구 총리는 1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취임식에서는 “국무총리로서 무엇보다 먼저 경제 살리기에 온몸을 바치겠다”고 밝혔다. 이 총리는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성공적으로 추진해 가시적인 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정부의 모든 역량을 최우선 집중해갈 것”이라면서 “박근혜 정부 3년차인 올해가 우리 경제 도약을 이루는 결정적 시기라고 생각하며 경제 활성화로 국민의 어려움을 풀어가겠다”고 덧붙였다.
또한 “이번 국회 청문회를 거치며 저의 공직생활 40년을 냉철히 되돌아보고, 국무총리직에 대한 기대와 국민을 위해 제가 해야 할 일이 얼마나 막중한지 다시 생각하게 됐다”면서 “이 자리가 저의 공직 마지막 자리라는 각오로 헌법과 법률에 규정된 국무총리로서 권한과 책임을 다하는 데 저의 신명을 바치겠다”고 말했다.
이 총리는 이날 첫 국무회의 참석을 시작으로 박근혜 정부 제2대 총리 일정을 시작했다. 이날 첫 일정으로 기자단과 상견례를 가지면서 “(언론외압 녹취록과 관련해) 이번에 다소 오해의 소지가 있는 것 같아서 송구스럽고 미안한 생각 갖고 있다”면서 “언론자유는 어떤 기본권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가치”라고 밝혔다.
이 총리는 취임 당일인 17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총리공관에 부인과 함께 입주했다.
이완구 총리는 설 연휴 첫날인 18일 서울 종로소방서를 찾았다. 이 총리는 “가짜 방화복 납품행위는 어떤 이유로도 설명할 수 없는 범죄행위”라면서 국민안전처가 앞서 수사기관에 고발한 불량 방화복 문제를 챙겼다. 이 총리는 이날 소방관과 경찰을 격려한 데 이어 독거노인과 아동복지시설을 방문해 민생행보에 나섰다.
이완구 총리는 19일 설을 맞아 전직 대통령 등을 예방했다. 이 총리는 서울 동교동 김대중도서관으로 이희호 여사를 예방하고 “200년 6·15(남북정상회담) 때 이해찬 당시 국회의원과 함께 대통령을 모시고 (평양에) 갔다. 그때 여러가지로 남북관계 초석을 깔아주신 덕분에 (남북관계가) 많이 발전했는데 요새 경직된 것 같아 걱정”이라면서 “(남북이) 잘 관계를 회복할 수 있도록 박근혜 정부 하에서도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이완구 총리는 연희동 자택으로 전두환 전 대통령을 예방했다. 전 전 대통령은 “통일을 우리가 주도해서 해야 한다. 총리가 잘 해달라”고 말했다. 이 총리는 “대통령께서 통일할 수 있는 기반을 구성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 총리는 김종필 전 국무총리의 청구동 자택도 찾아 김 전 총리에게 큰 절을 했다. 충청 출신인 이 총리는 ‘포스트 JP’라는 별명으로도 불려 이날 만남이 관심을 모았다. 김 전 총리는 “총리가 일인지하에 만인지상이고, 큰 긍지와 책임이 같이 온다. 대통령을 잘 보좌해드려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아무래도 여성(대통령)이라 생각하는 게 남자들보다 섬세하다. 절대로 거기에 저촉되는 말을 먼저 하지 말고 선행하지 말라”고 충고했다. 이 총리는 “네”라고 답했다.
이완구 총리는 설 연휴 사흘째인 20일 강원도 철원의 육군 15사단을 방문했다. 이 총리는 “튼튼한 안보와 국방이 없으면 그 어떤 것도 이룰 수 없다”고 말했다. 부대에 도착해 군복으로 갈아입은 이 총리는 부대 지휘관들과 직접 철책선을 점검하고 북한군 동향을 보고받았다.
이완구 국무총리는 21일 총리실 간부들로부터 국정현안 보고를 받았다. 총리실 관계자는 연합뉴스에 “이 총리가 설 연휴 동안 민생현장을 찾고 국가 원로를 예방하느라 취임 이후 보고를 받을 시간이 부족했다”고 말했다. 이 총리는 이날 보고를 통해 현안 점검을 하고 25일부터 시작될 국회 대정부 질문을 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완구 총리는 이번주 중 이명박 전 대통령을 예방할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이 총리는 취임 직후 이 전 대통령 측과 예방 일정을 조율했으나 일정이 맞지 않았다. 대신 취임 당일 이 전 대통령에게 취임 인사 전화를 했으며, 이 전 대통령은 덕담을 건넨 것으로 전해졌다.
이완구 총리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부인인 권양숙 여사를 예방하기로 하고 권 여사 측과 협의했으나 일정이 맞지 않아 추후 논의하기로 했다.
이완구 국무총리는 22일 취임후 첫 경제행보로 설 연휴에도 일하는 중소기업을 찾았다. 이 총리는 이날 인천 남동국가산업단지에 있는 한국전자재료를 방문했다. 또한 경기 안산시 화랑유원지에 마련된 세월호 참사 희생자 합동분향소를 조문하고 유가족들을 위로했다. 이날 간담회에서 세월호를 조속히 인양해달라는 요구를 받자 “정부에서 다각적으로 여러가지를 지속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면서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이든 총동원해서 여러분들과 함께 이 문제를 해결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오후에는 김종필 전 국무총리의 부인 고 박영옥 여사의 빈소를 찾았다. 이 총리는 지난해 김 총리가 본인을 차에 태우고 충남 부여에 마련해 둔 장지를 보여줬던 일을 회고하기도 했다.
이완구 국무총리는 23일 장·차관과 1급 이상 간부 전원이 참석한 간부회의를 주재했다. 이날 이 총리는 취임 후 처음으로 세종시를 방문해 정부세종청사에서 공식 활동을 시작했다. 앞서 이 총리는 지난 22일 저녁 공식 일정을 마친 뒤 세종 총리공관에 입주했다. 세종시로 주소도 옮길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통령에 직언하는 총리 되겠다.” 이완구 국무총리가 지난달 23일 총리 후보자로 지명된 뒤 발표한 일성이다. 이완구 총리는 당초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책임총리제’를 실현할 것이라는 이 총리는 이어 “아직도 여러 가지 불편한 점들이 있겠지만, 세종청사시대는 역사적 흐름이 좀 더 크게 보고 긍정적으로 생각해 달라”며 서울과 세종시를 오가는 공무원들을 격려했다.
그러면서 “국회 때문에 공무원들이 세종에서 서울로 몰려가는 일은 없었으면 한다”면서 “총리실의 경우 앞으로는 가능한 1급 이상 간부들만 국회 상황에 대응하도록 하고, 이같은 분위기가 다른 부처에도 확산되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