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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 2년 공공기관 - 낙하산 총재 대하는 대한적십..
정치

박근혜 정부 2년 공공기관 - 낙하산 총재 대하는 대한적십자사 직원들의 자세

심종완 기자 입력 2015/02/25 09:05

새 정부가 출범할 때마다 불거지는 낙하산 인사 논란. 이를 피하기 위해 박근혜 대통령은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의 사기를 떨어뜨리는 낙하산 인사'의 척결을 약속했다. 과연 그 약속은 지켜졌을까?
 

[연합통신넷= 심종완기자] 총 303개 기관에 새로 임명된 2,109명의 경력을 분석한 결과, 박근혜 대통령의 발언이 무색할 정도로 낙하산 인사는 공공기관 곳곳에 퍼져 있었다.
 

취임할 때부터 자격 논란을 일으켰던 한국관광공사의 윤종승(자니윤) 상임 감사를 비롯, 대한적십자사의 김성주 총재, 한국청소년활동진흥원의 김선동 이사장 등 확인된 낙하산 인사는 총 318명.
 

이는 동기 대비 이명박 정부의 낙하산 인사 수보다 30%나 증가한 수치다.
 

지난 17일, 저는 지난해 10월 대한적십자사 총재로 취임한 김성주 MCM 회장을 만나기 위해 대한적십자사 본사를 찾았습니다. 새누리당 대선 선대위원장을 맡았다가, 대선 뒤"사업으로 돌아가겠다","정치는 하지 않겠다"던 김 총재가 입장을 바꾼 이유를 묻기 위해서였습니다. 또, 박근혜 정권 '낙하산 끝판왕'이라는 오명에 대해 본인은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묻고, 대한적십자사 일에 전념하겠다던 본인의 약속이 제대로 지켜지고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취재의 취지를 설명하고, 공식 인터뷰를 요청하자 김 총재 측은"정치적 중립이 필수적인 대한적십자사 총재가 정치적으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을 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거부 의사를 밝혀왔습니다. 정치적 편향성을 가진 인사가 정치적 중립을 이야기하니 아이러니한 상황이었습니다. 그래서 정치적 중립에 대해서도 질문을 할 요량으로 김 총재가 퇴근할 때 기다려 질문하겠다는 입장을 전했습니다.
 

대한적십자사 본사 건물 밖에서 4시간 정도 기다린 저녁 6시 30분쯤. 김성주 총재가 적십자사 직원 5~6명을 대동하고 현관에 나타났습니다. 신분을 소개하고, 몇 가지 질문을 하려하자 적십자사 직원들의 총재 엄호가 시작됐습니다. 질문을 하기 위해 김 총재 주변에 다가서려고 하자, 저를 밀고, 당기며 접근 자체를 막으려했습니다. 김성주 총재는 낙하산 인사라는 비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구정 잘 보내라"는 말만 반복하며 차 문을 닫았습니다.
 

● '미소'와 적반하장식 '역정'의 의미는?


그새 적십자사 직원들, 정확히는 적십자사 간부들은 질문 자체를 하지 못하게 하려는 듯 마이크를 치거나 저를 계속 밀거나 당기기를 계속했습니다. 김 총재가 탄 차량 문이 닫히자, 저를 둘러싸고 어깨를 붙잡던 간부들은 김 총재가 탄 차량이 출발하는 것을 확인하고는 우르르 건물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왜 이렇게 거칠게 대응하느냐, 밖에서 기다린다고 미리 얘기하지 않았느냐는 항의에는 뭔가 성공했다는 듯 얼굴에 미소를 띠고는 말이죠.
 

취재를 하면서 많은 사람을 만났습니다. 정부 고위 인사, 재벌가 인사 등 종류도 다양합니다. 직업이 직업인지라 마이크를 들이대는 상대를 향한 질문은 불편한 질문인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 자리를 피하려는 사람, 정확히는 그 사람 부하직원이 등과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합니다. 그래도 서로 미생으로서 각자의 입장을 이해하고 있기 때문에 용인 가능한 수준에서 큰 마찰 없이 끝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런데 가끔 마찰도 발생합니다. 대부분 윗사람에게 충성심을 과시하려는 사람들이 과잉대응을 할 때 발생합니다. 그리고 공통적으로 그런 행동을 하는 사람들이 속한 조직은 소위 그런 식으로 액션을 하는 사람들, 바꿔 말해 윗사람에 대한 충성심을 과시하려는 사람들이 높은 자리에 가는 특징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런 조직과 조직의 수장은 자주 구설수에 오릅니다.

 

↑ [생생영상]김성주i

여러 명이 '우르르' 몰려 나와 마치 경호원이라도 된 것처럼 김성주 총재를 호위하고, 질문하려는 기자를 밀거나 당기며 접근 자체를 막으려했던 대한적십자사 간부들은 어떤 경우에 포함될까요? 거친 대응에 대한 항의에 사과하겠다던 입장을 하루 만에 바꿔 오히려 사과를 받아야겠다며 큰 소리 치던 적십자사 간부는 왜 그랬을까요? 그 큰소리는 전화를 받는 사람을 향한 것이었을까요, 아니면 다른 누군가를 향한 것이었을까요?
 

"총재님이 많이 놀라셨다"는 말은 마치 누군가 들으라는 듯 큰소리를 쳤던 것이 실제로는 누구를 향한 것이었는지를 추정할 수 있게 했습니다. 그리고 총재를 과잉 경호하고 나서 얼굴이 띠었던 미소의 의미가 무엇인지를 알 수 있게 했습니다.
 

물론, 다수의 대한적십자사 직원들은 묵묵히 고생하고 있습니다. 윗사람에게 충성하려는 해바라기 인사들은 대부분 간부급 직원들이죠. 때문에 왜 적십자사 직원들을 싸잡아 비판하느냐, 기자 당신이 지질한 게 아니냐고 욕하는 분들도 있을 겁니다. 저도 모르는 바는 아닙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이 기사를 올리는 건, 대한적십자사 직원들의 행태는 낙하산 인사가 어떻게 조직을 망가뜨리는지, 그리고 그런 조직에 낙하산 인사는 왜 반복해서 내려오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는 생각 때문입니다. (이와 관련된 자세한 이야기는 다음 글에서 다루겠습니다.)
 



● 박근혜 정부 공공기관 낙하산, MB 정부보다 30% 많아


이렇게 낙하신 인사가 투하된 공공기관은 비단 대한적십자사뿐 만이 아닙니다. SBS 탐사보도팀이 박근혜 정권 2년 간 임명된 공공기관 임원을 전수 분석했더니, 낙하산 인사로 분류할 수 있는 사람이 3백 명을 넘었습니다. 대통령 비서실장까지 나서 낙하산 인사는 없다고 주장했지만, '낙하산 인사'의 연관 검색어처럼 생각되는 MB 정부보다 동기대비 오히려 30%나 많은 숫자입니다.
 

전문성 있을까 의심스런 사람들, 말 그대로 논공행상 인사들도 부지기수였습니다. 박근혜 정부 2년간의 공공기관 임원 인사 실태, 오늘(24일) 저녁 8시 55분 <뉴스토리>에서 전해드립니다. 그리고 김성주 대한적십자사 총재가 본인의 약속대로 적십자사 일에 헌신하고 있는지도 함께 전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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