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판결은 대통령기록물관리법에 대해 법원이 판단을 내린 사실상 첫 사건이라는 점에서도 주목됐다. 재판부는 “대통령기록물 ‘생산’으로 보려면 결재권자가 내용을 승인해야 하는데 노무현 전 대통령이 ‘승인’이 아닌 ‘재검토ㆍ수정’지시를 내려 기록물 생산으로 볼 수 없다”고 밝혔다. 당시 노 전 대통령은 대화록 초본의 ‘처리의견란’에 “내용을 한번 더 다듬어 놓자는 뜻으로 재검토로 합니다”라고 기재했다. 검찰 수사 당시 “최종본을 만든 뒤 초안을 삭제하는 건 당연하다”는 견해가 많았는데도 기소를 강행함으로써 자초했던 정치적 편향성이 법원 판결로 다시금 확인된 셈이다.
돌이켜보면 애초 이번 사건의 발단은 새누리당의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유출이었다. 2012년 대선을 앞두고 새누리당은 ‘노 전 대통령이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포기했다’는 취지의 주장을 했고, 대선 후에는 국가정보원이 국면전환을 위해 회의록을 무단 공개하면서 파장이 커졌다. 하지만 수사결과 노 전 대통령의 NLL포기 발언은 없었던 것으로 결론 났는데도 검찰은 고발된 10명 중 김무성 의원 등은 제외하고 정문헌 의원에 대해서만 벌금 500만원에 약식기소를 했다. 대화록 초본 삭제를 문제 삼아 노무현 정부 인사 2명을 정식으로 기소한 것과 비교하면 균형이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많았다. 더구나 정 의원의 경우 지난달 법원이 사안이 중하다며 정식 재판에 회부하고 검찰 구형보다 많은 벌금 1,000만원을 선고했다. 이것만 봐도 검찰의 ‘정권 봐주기’ 행태를 여실히 알 수 있다.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유출과 관련한 일련의 사건은 여권이 선거에서 이득을 보기 위해 퍼부은 정치공세로 드러난 바 있다. 최고 정보기관인 국정원까지 나서 정상회담 기록 공개라는 전대미문의 파문을 낳은 것은 어느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 백해무익한 일이었다. 이명박 대통령은 최근 출간된 회고록에서 남북정상회담 물밑 접촉 내용을 공개한 것만으로도 엄청난 비난에 시달렸다. 하물며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을 낱낱이 공개한 행위가 얼마나 국익을 해치는 저급한 행위였는가를 이제라도 새누리당은 깨달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