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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쟁으로 시작한 '사초 실종 사건' 법원 "완성본과 혼동..
사회

정쟁으로 시작한 '사초 실종 사건' 법원 "완성본과 혼동 우려 폐기 타당"

온라인뉴스 기자 입력 2015/02/25 10:30


정쟁으로 시작한 '사초 실종 사건' 법원 "완성본과 혼동 우려 폐기 타당"

朴 경정 등 "대통령기록물 아냐" 생산주체 특정 여부가 쟁점될 듯

6일 법원은 백종천 전 청와대 외교안보실장과 조명균 전 청와대 안보정책비서관에게 무죄를 선고하면서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초본(이하 대화록)'의 비밀 기록물로서의 가치,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결재 여부 등 핵심 쟁점에 대한 검찰의 주장을 모두 기각했다. "중대 범죄"운운하며 사회ㆍ정치적 갈등을 증폭했던 검찰의 무리한 기소에 비판이 일고 있다.

대화록 초본 당연히 폐기돼야 했던 것

검찰은 2013년 11월 대화록 폐기 사건 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백 전 실장과 조 전 비서관이 대화록 초본 및 문서관리카드를 삭제하고 대통령 기록관에 이관하지 않은 것을 "중대 범죄행위"라고 규정했다. 당시 검찰은 대화록 완성본이 존재한다 해도 초본의 역사적 가치를 무시할 수 없다고 강조했고 백 전 실장의 공직자 윤리의식까지 언급하며 유죄입증에 자신감을 보였다.

하지만 재판부의 판단은 전혀 달랐다. 재판부는 "초본에 대한 수정ㆍ보완을 거쳐 다른 내용의 대화록(완성본)이 작성돼 노 전 대통령의 승인을 받았고 국가정보원을 거쳐 1급 비밀로 생산된 상황에서 초본은 더 이상 보존ㆍ사용 가치가 없다"며 "완성본과 혼동될 우려도 있으므로 속성상 폐기되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뿐만 아니라 재판부는 "사실조회 결과 등에 따르면 (통일부와 국정원, 대통령 비서실도) 최종적인 완성본만을 보관하거나 비밀로 생산할 뿐 그 이전 단계의 초본들은 폐기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이 같은 판단에 근거해 대화록 초본이 첨부된 문서관리카드 역시 백 전 실장과 조 전 비서관에게 부여된 정당한 권한에 따라 폐기 절차를 밟은 것으로 문제될 것이 없다고 결론 내렸다.

노 전 대통령 재검토 지시, 결재 안 해

검찰은 노 전 대통령이 전자서명을 한 만큼 대화록 초본은 결재 과정을 마친 엄연한 대통령 기록물이라고 주장했지만 이 역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문서ㆍ전자문서 형태의 대통령 기록물은 ▦대통령의 직무 수행과 관련되고 ▦생산 주체가 대통령 또는 그 보좌기관 등이고 ▦생산 완료(결재)돼야 한다는 요건을 모두 충족하는 자료여야 한다고 전제했다. 재판의 최대 쟁점은 법적 구속을 받는 생산 완료 문서, 즉 결재를 마친 문서냐는 점이었다.

재판부는 우선 법령에 규정되지 않은 결재의 개념에 대해 "결재권자(노 전 대통령)가 자신에게 보고된 문서관리카드의 내용을 승인, 공문서로 성립시킨다는 의사에 기하여 전자문서 서명을 하는 행위"라고 정의했다. 검찰은 노 전 대통령이 '열람'하기 위해 전자서명한 사실을 강조했지만 법원은 노 전 대통령이 내용 승인 의사가 없었다고 판단한 것이다. 재판부는 "당시 노 전 대통령의 의사는 (대화록) 작성자에게 반환해 내용을 재검토하여 수정하도록 지시한 것이 명백하다"며 "(열람 항목을 누른 것으로는) 결재가 이뤄졌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정윤회 문건 파문 재판에도 영향 미칠 듯

모호했던 대통령기록물 성립 요건에 관한 법원의 구체적인 판단이 나옴에 따라 같은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 혐의 등으로 기소된 '청와대 정윤회 문건' 파문 연루자들의 재판도 적잖은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조응천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과 박관천 경정, 한모 경위는 '정윤회씨 국정개입 동향 보고' 등 모두 17건의 문서에 대한 유출 혐의 등을 받고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피고인들 모두 해당 문서들이 대통령기록물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하며 무죄를 다투고 있는 상황이다.

법조계 관계자는 "검찰이 공소사실에 넣은 문서 17건 각각에 대해 생산주체가 민정수석실이나 공직기강비서관실 또는 대통령 비서관실 등으로 특정될 수 있는지, 해당 보좌기구의 결재권자가 결재를 마친 것인지 여부를 두고 변호인들이 첨예하게 다툴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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