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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은 임기 인사가 만사… 이것만, 했으면..
정치

"남은 임기 인사가 만사… 이것만, 했으면

김현태 기자 입력 2015/02/25 09:30
임기 절반도 못 채우고 ‘레임덕’ 위기 [박근혜 정부 2년] 중도지식인 6명에게 길을 묻다

우리 사회의 중도지식인들은 박근혜정부 향후 3년의 가장 시급한 과제로 인사 문제를 꼽았다. 또 세대간 통합을 비롯한 사회갈등 요인의 관리와 보다 현실적ㆍ구체적인 정책 제시를 주문하는 이들도 많았다.

ㆍ역대 대통령 ‘지지율 법칙’

[연합통신넷= 김현태기자] 박근혜 대통령 지지율이 지난달 말 30%선이 붕괴된 후 게걸음을 하고 있다. 지난해 세월호 참사 등 각종 악재에도 40~50%의 ‘콘크리트 지지율’을 유지하던 것과 비교하면 격세지감(隔世之感)마저 든다. 박 대통령도 결국 ‘대통령 지지율의 법칙’에서 못 벗어난 셈이다.
 

1987년 대통령 직선제 도입 후 역대 대통령 지지율은 ‘초고말저(初高末低)’ 패턴을 반복했다. 특히 반환점인 집권 3년차에 위기를 맞으며 내리막길을 걷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제왕적 대통령’으로 시작해 ‘레임덕 대통령’으로 끝나는 것이다.


24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열린 '박근혜 정부 취임 2주년에 즈음한 민주수호 서울시민 1000인 원탁회의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지난 2년간의 주요 사건을 들어 보이고 있다. 호소하는 =조헌정목사

 
[연합통신넷= 김현태기자] 박근혜정부 출범 2주년을 하루 앞둔 24일 인문ㆍ사회학자, 문화평론가 등 중도지식인 6명에게 앞으로 박 대통령이 집중해야 할 과제를 물은 결과, 전원이 인사분야를 언급했다. 이는 지난 2년간 박 대통령에게 집중됐던 국민통합ㆍ소통 부족에 대한 비판과 궤를 같이 한다.
 

문화평론가인 이택광 경희대 교수는 “‘정윤회 문건’ 파동 이후 국민들 사이에선 박근혜정부의 국정 운영이 이너써클에 의해 독단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인식이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면서 “외부의 목소리를 경청함으로써 정책 결정 과정이 합리적으로 이뤄지도록 해야 하고 이를 통해 국민적 신뢰를 회복하는 게 최우선 과제”라고 말했다.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은 “민심이 외면하는 상황에서 박 대통령이 자기 편만 중용하면 남은 임기 내내 국민적 에너지를 모아낼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왕조시대 임금들도 ‘내 사람’만 쓰지는 않았다”면서 “객관적이고 중도적인 입장에 서 있는 인사는 물론 박 대통령 본인에게 비판적인 인사도 적극 껴안아야 한다”고 충고했다.
 

소설가 김진명은 대통령 직속 ‘세대간 통합위원회’(가칭)의 구성을 주문했다. 그는 “사회 양극화가 심화하면서 젊은층은 사회로부터 버림받았다는 피해의식이 크고 이는 기성세대에 대한 불만과 증오로 이어지고 있는 게 현실”이라며 “박 대통령이 의지를 갖고 기성세대와 젊은층의 화해를 이뤄내지 못하면 경제살리기는 고사하고 다른 모든 국정운영에서 추동력을 확보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송호근 서울대 교수는 “정권 차원의 큰 목표부터 세워야 한다”고 제안했다. 송 교수는 “경제살리기와 같은 추상적인 얘기를 앞세우면 기업ㆍ노동계ㆍ정부가 제각각 작은 프로그램을 들고 나올 수밖에 없고 결과적으로 ‘우리’의 목표는 사라진다”면서 “우리 사회의 현실적 과제인 불평등 완화ㆍ생산성 향상ㆍ복지 확대 등 3가지를 연동시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서 국민에게 제시하는 게 바로 정부의 역할”이라고 지적했다.

 
박근혜 대통령 취임식 모습. 오대근기자
 

소설가 김훈도 현실적인 정책 제안을 강조했다. 그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국정연설에서 관념적ㆍ추상적 언어를 쓰지 않고 가계소득과 보육 등 현실적인 문제를 국민의 언어로 설명하더라”며 “박 대통령도 국민소득 4만불 시대 같은 추상적인 목표 대신 ‘맞벌이 가구가 많은 현실에서 경제살리기의 첫걸음은 보육이니 여기에 집중하겠다’는 식의 실질적인 정책을 얘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호기 연세대 교수는 한발 더 나아가 노동분야 개혁에 매진할 것을 제안했다. 김 교수는 “심각한 비정규직 문제에서 보듯 현행 노동관계법은 2000년대 이후 변화된 현실을 반영하지 못함으로써 사회적 갈등을 확산시키고 있다”며 “시간이 다소 걸리더라도 노사의 의견이 공론화 과정을 거쳐 충분히 반영되는 노동시장의 개혁을 이뤄내야 중장기적인 사회 발전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기 절반도 못 채우고 ‘레임덕’ 위기

노태우 전 대통령은 집권 2년차 지지율이 30% 아래로 떨어진 뒤 내림세를 거듭한 끝에 10%대 초반으로 임기를 마쳤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역대 최고·최저를 기록하는 ‘롤러코스터 지지율’을 겪었다. 하나회 해체 등 개혁 행보로 임기 초 지지율이 94%까지 치솟았지만, 1995년 삼풍백화점 붕괴 등 ‘사고공화국’ 오명 속에 속락했다. 임기 마지막 해인 1997년 차남 김현철씨 비리, 외환위기로 한 자릿수까지 폭락했다.
 

이에 비해 김대중 전 대통령 지지율은 집권 3년차까지 50%를 넘나드는 안정된 흐름을 보였다. 외환위기를 극복한 리더십에 대한 긍정 평가가 작용했다. 그러나 측근 비리로 임기 말 20%대까지 하락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임기 첫해 20%대까지 떨어진 지지율을 회복하지 못해 줄곧 20~30%대였다. 임기 초 측근 비리와 대북송금 특검, 이라크 파병으로 지지층이 이탈했고, 2005년 대연정 제안이 여론 역풍을 맞으면서 권력누수를 불렀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50%대 지지율로 출발했으나 임기 초 미국산 쇠고기 수입 파동으로 20%대 초반까지 급락했다. 이후 친서민·중도실용 노선을 표방해 50%대까지 회복했지만, 2010년 세종시 수정안 추진으로 친박계와 갈등하면서 지지율이 하락, 20%대로 끝났다.
 

전문가들은 대통령 지지율 등락이 심한 이유를 높은 기대감과 실망감의 반영으로 풀이한다. 새누리당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이 지난 5일 발간한 ‘여연 브리프’는 “한국에선 정책 이슈보다 대통령 개인 이미지, 비리 사건 등에 더 큰 영향을 받는다”면서 “세제개편안같이 국민들이 피부로 느끼는 체감지표를 관리해야 한다”고 밝혔다.

박근혜 정부 탄생의 주역인 ‘개국공신’들은 집권 3년차에 들어선 박근혜 대통령에게 어떤 조언을 할까. 대선 당시 캠프 참모들 중에서도 ‘1등 공신’인 김종인 가천대 석좌교수(75), 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장(68),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64)는 약속이라도 한 듯 한목소리로 “말할 게 없다”고 밝혔다.

경향신문은 이들에게 박 대통령이 ‘3년차 국정’을 어떻게 풀어가야 할지 조언을 구했지만 돌아온 반응은 싸늘했다.

김종인 교수는 “지금까지 한 대로 하겠지, (새롭게) 더 나올 게 있겠느냐”고 말했다. 김광두 원장은 “뭘 이야기하겠나. 별로 할 말이 없다”고 했다. 이상돈 교수는 “(언론·전문가들이) 지금부터 뭘 잘해야 한다고 그러는데, 앞으로 잘할 거라고 보는 사람이 별로 없다”고 말했다.


이들 모두 정권 출범 2년여 만에 체념 단계에 와 있는 듯했다. 국민대통합과 노동개혁 등 구체적 개혁 아젠다에 대한 질문을 받은 김 교수는 “뭘 가지고 (정부가) 대통합을 하겠느냐. 국회 상황이 저래서 노동개혁 되겠느냐”는 등 회의적 반응을 보였다.


이 교수는 ‘앞으로 3년’보다 ‘지난 2년’ 평가에 치중했다. 이 교수는 “대통령의 제일 중요한 권한인 인사권을 인사청문회 트라우마 때문에 제대로 행사 못하고 국회의원에게 총리·부총리를 시켰다”며 “임명을 해놓고도 권한과 책임을 안 주니까 조직도 안 움직였다”고 지적했다. ‘남은 3년’에 대해서는 “(대통령이) 바뀌느냐의 문제인데 스스로 바뀌지는 않을 것”이라며 “3년 남았다고 보기도 어렵다. 내년 4월 총선이 분기점이 돼 억지로 바뀔지는 모르겠다”고 했다.

‘원조 친박’ 새누리당 이혜훈 전 최고위원(51)은 대선 ‘공약 1호’에서 이제는 사실상 폐기된 ‘경제민주화’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 전 최고위원은 “수출 대기업이 아무리 돈을 벌어놔도 그 돈이 중소기업·근로자·소상공인에게로 흘러가지 않고 단절돼 문제가 생기는 것”이라며 “이 물이 제대로 흘러가게 해 주려면 ‘경제 보일러’ 공사에 해당하는 경제민주화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근혜 정부에서 임명된 윤덕민 국립외교원장(56)은 남북관계와 관련해 “북한은 김정은 유일 지배 체제를 만들어가는 과정이어서 남북관계 개선에 시야를 둘 수 없는 롤러코스터 같은 상황”이라며 “조급하게 대처해선 안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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