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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선채 절단, 사실상 부술 가능성 높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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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선채 절단, 사실상 부술 가능성 높아

김현태 기자 입력 2017/03/25 14:11
▲ 세월호의 선체 일부가 바지선과 접촉하는 문제 때문에 인양 작업이 일정기간 지연되게 됐다. 세월호인양추진단은 23일 오후 10시 진도군청에서 긴급 브리핑을 열어 "세월호의 좌현 선미 램프 부분이 잭킹바지선에 걸려 절단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해수부와 인양업체 상하이 샐비지는 이날 오후 8시부터 잠수사들을 투입해 램프 절단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은 23일 오후 전남 진도 인양작업 중 잭킹바지선에 근접한 세월호 후미 램프의 모습(빨간원).

[뉴스프리존= 김현태기자] 정부가 세월호 선미(배 뒷부분) 왼쪽 램프(대형 화물칸 출입문)가 열린 탓에 인양이 어려워지자 이를 절단한 것을 두고 논란이 커지고 있다. 세월호가 참사 당시 빠르게 침몰한 원인을 밝혀낼 핵심 증거물이 훼손됐기 때문이다. 지난 1년6개월간 인양업체 상하이샐비지 잠수사들이 바다 밑으로 수없이 내려갔고, 시험인양까지 했는데도 램프 문제를 알아채지 못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철조 해양수산부 세월호인양추진단장은 지난 23일 밤 10시께 긴급 브리핑을 열어 “세월호 왼쪽 선미 램프가 원래 닫혀 있어야 하는데, 잠금장치 일부가 파손돼 아래 방향으로 열린 채 발견됐다”고 밝혔다. 램프는 선박의 대형 화물칸에 달린 출입문으로 부두에 닿았을 땐 자동차 등이 드나드는 다리 구실을 한다. 가로 7.9m, 세로 11m의 크기로 승선할 때는 열었다가 배가 출발하면 다시 닫는다.해수부의 설명은 이렇다. 왼쪽으로 누워 있는 세월호 높이는 22m다. 세월호를 수면 위로 13m까지 끌어올리게 되면 아래 9m는 물에 잠긴 상태가 된다. 세월호를 실어야 할 반잠수식 선박은 수심은 13m까지 잠수할 수 있다. 물에 잠긴 세월호 부분이 9m라는 점을 고려하면 반잠수식 선박이 13m 잠수했을 때 여유 공간은 4m 정도 나온다. 하지만 세월호 밑에 리프팅빔(받침대) 등 각종 장비가 설치돼 있어 4m의 공간은 작업에 빠듯하다. 여기에 아래로 축 처진 램프까지 있으면 세월호를 반잠수식 선반에 실을 수가 없다는 것이다. 결국 밤샘작업 끝에 24일 오전 6시45분 선미 왼쪽 램프는 절단됐다.

▲ 세월호의 미수습자


세월호 참사 관련 증언과 자료들을 집대성한 <세월호, 그날의 기록>을 보면, 2014년 10월 재판에서 이동곤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선임연구원장은 “세월호 같은 경우 램프와 D데크에 있는 현문(1층 갑판에 있는 옆문)이 제대로 방수되었다면 30도 경사에서 더이상 침수가 되지 않았을 것”이라며 “물이 스며들었기 때문에 침수가 일어난 것”이라고 증언했다. 물이 들어왔을 것으로 의심되는 곳 중의 하나가 램프다. 세월호 일등 항해사 강원식씨는 수사 과정에서 “램프 문 테두리에 고무 패킹이 돼 있고, 문을 닫은 다음 유압 핀 스위치를 작동시킨 뒤 위쪽으로 핸들레버 2개를 돌려 수밀(물이 새지 않게 하는 것)을 한다”며 “그날은 모두 했는데 램프 하부에서 빛이 들어오는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준석 세월호 선장의 발언도 눈에 띈다. 이 선장은 수사 과정에서 “2014년 4월15일 출항 전 선상회의에서 카램프에 균열된 부분이 조금 있으니까, 쉬는 날 공장에 의뢰해야겠다고 얘기를 했다”고 증언했다. 세월호가 바다에 닿을 정도로 기울어졌고, 램프의 틈으로 바닷물이 쏟아져 들어왔을 공산이 있는 셈이다. 세월호 인양 뒤 사실 여부를 따져봤어야 할 부분인데, 이를 절단함으로써 검증할 기회가 사라진 셈이다.

문제는 정부의 부실한 선체 인양 준비다. 상하이샐비지는 2015년 8월 인양업체로 선정된 뒤 잠수사가 수시로 바다에 들어가 세월호 상태를 살폈다. 지난해 말에는 램프가 자리 잡은 선미 부분에만 리프팅빔(받침대) 10개를 설치했는데도 램프 상태를 살피지 못했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하지만 김형욱 전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 조사관은 “해수부의 말은 100% 거짓말이다. 배를 올리기 전에 선체의 끝에서 끝까지 계속 체크해왔다”며 “시험인양 때도 확인하지 못했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더 심각한 것은 램프가 언제부터 열려 있었는지조차 불분명해서 유해와 유품 등이 유실됐을 위험이 있다는 점이다. 김형욱 전 조사관은 “50톤짜리 문이 유실방지망 없이 열려 있었을 수 있다는 것인데, 이는 해수부의 직무유기다. 그곳으로 뭐가 빠져나갔는지 알 수 없는 것 아니냐”며 “다른 곳에 대해서도 유실방지를 제대로 했는지 의구심이 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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