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24일 내놓은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19대 총선결과와 비교하면 어떤 차이가 있을까. 분석 결과 야권이 근소한 차로 앞서는 것으로 나왔다. 여권은 서울·경기권에서 야당은 부산·울산·경남권역에서 더 많은 의석을 배정받을 수 있었다.
[연합통신넷= 김현태기자] 19대 총선에서는 크게 4개의 정당이 경쟁했다. 여권은 새누리당과 선거 이후 합당되는 자유선진당이 있었고 야권은 새정치민주연합의 전신인 민주통합당과 지금은 해산된 통합진보당이 야권을 이루고 있었다.
먼저 지역별 정당의석수를 분석하기 위해서는 먼저 선관위가 내놓은 6개 권역별 의석수를 배정해야 한다. 당시 인구비례로 나누어 각 권역별 의석수를 배정하면 △서울 59석 △경기·인천·강원 98석 △부산·울산·경남 47석 △대구·경북 31석 △광주·전남·전북·제주 34석 △대전·충남·충남·세종 31석 등이다.
각 권역내의 의석수는 해당 권역에서의 정당별 지지율에 따라서 결정된다. 권역별 의석수를 종합한 결과 여권인 새누리당과 자유선진당은 각각 138석, 9석으로 총 147석을 얻는 것으로 나타났다. 민주통합당은 118석을 통진당은 33석으로 154석으로 야권이 과반을 넘기는 걸로 분석됐다.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통진당이다. 통진당이 정의당과 분당하기전에 치러진 선거였고 야권연대 역시 크게 작용했던 선거였음을 감안하더라도 약 30여석의 의석을 확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교섭단체 구성 요건이 20명임을 볼 때 교섭단체도 만들수 있는 결과였다.
지역별로 보면 서울과 수도권은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의 득표율이 큰 차이가 없어서 대체로 비슷한 숫자의 의석수를 확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권역별로 정당간 희비는 엇갈렸다. 서울의 경우 현재 새누리당 16석이며 새정치민주연합이 약 두배 가까이 많은 31석이지만 이번 분석에서는 오히려 새누리당은 27석으로 24석을 얻은 새정치민주연합보다 더 많은 의석을 배정받을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현상은 경기도에서도 마찬가지다. 현재는 새정치민주연합이 새누리당보다 6석이 더 많지만 이번 분석에서는 새누리당이 45석 새정치민주연합은 40석으로 나타났다.
영남권에서는 부산·울산·경남 권역 결과가 흥미롭다. 전체 47석 중에서 민주통합당이 무려 15석을 확보하며 통진당도 5석을 얻을 수 있었다. 민주통합당은 불모지였던 대구·경북지역에서도 5석을 확보 할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에 반해 새누리당은 광주·전남·전북·제주 지역에서 성적표는 야당에 비해서 초라하다. 전체 34석중에서 새누리당은 4석에 그쳤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24일 제안한 권역별 비례대표제의 경우 의석수 배분이 정당득표로 정해져 사실상 권역별 정당투표가 된다. 외형상 소선거구를 유지하지만 본질적으로는 6개 권역별 득표율이 의석수를 결정하는 '무늬만 소선거구제'가 돼 국회 논의과정에서 수용여부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권역별 비례대표...무늬만 소선구제, 정당투표가 선거결과 결정
선관위가 제출한 권역별 비례대표제도의 경우 크게 3단계로 나뉜다. 가장 먼저 전국을 6개의 권역으로 쪼갠다. 전체 국회의원 300명을 권역간의 인구 비례에 따라서 분배한다.
그 다음 권역내의 정당별로 배정받을 총 의석수를 정한다. 이는 1인 2표제에 따른 권역내 정당득표율에 따라 정해진다. 예를 들어 어떤 권역이 50석이며 A정당이 60%의 정당득표율을 획득하면 이 정당은 지역구 선거결과와 상관없이 최소 30석의 의석을 확보하게 된다.
권역내의 지역구 선거 결과는 현행처럼 진행된다. 선관위안에 따르면 권역내의 지역구와 비례대표의 비율이 2대 1을 넘지 못한다. 총 의석이 50석이면 지역구는 34석, 권역내 비례대표는 16석이 된다.
앞서 A정당은 정당별 득표율에 따라 30석을 배정받았다. A정당이 34개 지역구에서 약 25석을 얻었다고 가정하면 A정당의 비례대표는 배정받은 30석에서 지역구 의석(25석)을 뺀 5석이다. 권역별 비례대표 명부에 있는 1번부터 5번까지가 비례대표로 당선되는 방식이다
권역별 비례대표제의 경우 초과의석 발생 우려도 있다. 정당지지율에 의해서 배정받은 총 의석수 보다 지역구 당선자가 더 많은 경우다. 가능성이 높지는 않지만 정당득표율에 따라 의석수를 배정하기 때문에 나타날수도 있다.
이에 대해 선관위 관계자는 "초과의석은 지역구를 많이 받았을 경우밖에 없다"면서 "비정상적으로 정당지지율이 낮은데 지역구를 많이 받으면 발생하는 경우인데 거의 없을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권역별 비례대표제가 현행 소선거구제와 가장 크게 다른 것은 권역내의 정당별 의석수가 정당득표율에 의해서 먼저 정해진다는 것이다. 지역지지기반이 약한 정당의 경우 정당득표율에서 3%이상만 획득하면 비례대표 의석을 확보할 수도 있다.
이 방식은 특정 정당이 열세지역에서 비례대표 의원을 배출할 수 있어 지역구도 해소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승자독식의 소선거구제에 비해 사표를 줄이는 효과도 있다.
◇지역구도 줄이고, 소선거구제도 무력화...정치권 수용 쉽지 않아 보여
선관위의 이번 안은 상당히 파격적인 안으로 평가된다.
기존 소선구제 기반의 국회의원 선거가 권역별 정당득표율이 중심의 선거제도로 바뀌게 된다. 선거 결과가 지역구 승패가 아닌 정당득표율에 따라 결정되는 것.
무엇보다 지역구 의석수를 한두석도 아니고 무려 46석을 줄이고, 그만큼 비례대표를 늘리게 된다. 현역 지역구 의원들의 반발은 물론, '대의 민주주의' 취지에 역행한다는 반발도 있을 수 있다.
19대 총선결과를 토대로 분석하면 영호남에서 각각 열세 정당들이 의석이 생기지만 여당은 전체적으로 의석이 줄고, 야당은 수도권에서 약세가 예상돼 수용이 쉽지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당초 야당은 선관위 안에 환영한다는 입장이었지만 하루만에 신중론이 나오고 있다. 야
당의 한 관계자는 "현재 선관위 안에 대해서는 더 논의를 해봐야겠지만 이 상태로는 수용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며 "영남에서 의석이 생기지만 수도권도 봐야 한다"고 말했다.
여당의 한 의원은 "각 의원들마다 태도가 다른 것으로 안다. 야당 의원들 중에서도 호남의원들은 반대할 것이다. (지역구와 비례대표 비율을) 2:1로 맞추다 보니 지역구 줄여야 하는데 대부분 농촌"이라면서 "정치개혁이라는 측면에서 큰 의미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여당의 또 다른 관계자도 "(석패율제가) 지역정당 돌파구라고 하지만 군소정당을 난립 시킬수도 있다"면서 "지역구도 1석을 줄이기도 힘든 상황인데 여야간 합의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선관위 선거법 제안에 빠진 것..."핵심은 선거구"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24일 권역별 비례대표 도입을 골자로 국회에 정치관계법 개정 의견을 제출했지만 정작 권역별 비례대표제 성사를 위한 지역구 축소 방안은 내놓지 않았다.
◇ 선관위, 선거구 축소방안 '나몰라라'...지역구 비례 비율 2:1도 근거없어
선관위는 이날 권역별 비례대표 도입을 위해서 지역구와 비례대표 의석의 비율을 2대 1로 할 것을 제안했다. 국회의원 정수가 300명이고 현재 지역구가 246석임을 감안하면 46석의 지역구를 줄여야 하는 파격적인 안이다.
하지만 선관위는 지역구 축소의 근거에 된 지역구와 비례대표을 2대1로 정한 것에 대해서는 뚜렷한 근거를 제시하지는 못하고 있다.
선관위 관계자는 "자료를 가지고 산술적인 근거로 정한 것은 아니다"면서 "우리 현실에서 독일과 같이 1대 1로 지역구와 비례대표 비율을 정하는 것이 어렵고 2대1로 하는 것이 충격을 적게 줄 것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선관위가 의석수 비율을 2대 1로 제안한 것은 지난해 헌법재판소의 선거구 획정 결정을 염두한 것으로 풀이된다. 헌재는 현행 지역구간 3대 1의 인구비례를 2대1로 줄여야 한다고 결정했다. 헌재 발표에 기준으로 인구 상하한선에 걸려 통폐합 대상이 되는 지역구는 약 60여개 달한다. 이들 일부는 선거구간 조정으로 해결될 수도 있지만 상당수가 재조정이 불가피하다.
선거구 축소가 불가피한 상황임에도 선관위는 선거구 축소의 구체적인 의견은 내놓지 않았다. 선관위가 사실상 가장 논란이 될 부분을 피해간 것 아니냐는 의심을 받는 것도 이 부분이다.
◇ '중·대선거구' 배제...지역구 의원들 기득권 인정 통해 국회반발 무마 의도
그간 학계를 중심으로 활발하게 논의했던 '중·대선거구제' 도입 여부도 제외됐다. 이번 선관위 의견은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도입하지만 기존 소선구제는 유지한다는 것이다.
중·대선거구제는 현재의 지역구를 통합해 한 지역구당 2인 이상(2~3인 중선구거제, 4인 이상 대 선거구제)을 선출하는 것이다. 이 방식을 적용한다면 헌재 결정에 따른 선거구간 인구불비례 상황도 상당히 해소할수 있다. 특정정당 우세지역에서 군소정당의 당선도 가능해져 지역구도 해소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선관위는 소선거구제를 택했다. 선거구 축소는 헌재 결정으로 불가피한 상황이라 국회에서도 논의되겠지만 중대선거구제도 도입까지 논의를 확장시키는 것에는 부담을 느낀 것으로 풀이된다. 동시에 현재 지역구 의원들의 기득권도 인정해줘 국회 반발을 무마시키는 효과도 있다.
이에 대해 선관위 관계자는 중대선거구제는 논의 대상이 아니었다는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이번 의견이) 독일식 선거제도를 가지고 주로 논의해서 (중대선구제는) 따로 검토하지 않았다"며 "해외에서도 대선거구제가 성공한 사례가 별로 없다"고 말했다.
권역별 비례대표제, '진짜' 비례대표 역차별 '논란'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24일 발표한 정치관계법 개정의견 중 핵심인 권역별 비례대표제와 석패율제가 지역구도 해소에는 도움이 되지만 비례대표 도입의 기본취지를 흔들수도 있어 향후 국회 논의과정에서 논란이 예상된다.
권역별 비례대표와 석패율제는 특정 순번에 지역구 후보자를 동시에 입후보 시키고 낙선자 중 최다 득표자를 비례대표로 당선시키는 것이다. 선관위는 석패율제 도입으로 열세지역 후보자들의 당선가능성을 높여 우리 정치의 문제로 지적되는 지역구도를 해소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권역별 비례대표제도의 전제는 권역내의 정당별 의석배분을 정당 득표율로 정한다는 점이다. 이 방식에 따르면 현재와 같이 몇 개의 지역구에서 당선자를 내는 것보다 해당 권역에서 정당지지율을 더 많이 받는 것이 휠씬 중요해진다.
만약 지역구에서 다수의 당선자를 내더라도 박빙의 정당지지율로 승패가 결정난다면 권역별 비례대표제 하에서는 지역구 당선자를 많이 낸 정당일수록 비례대표 의석을 적게 배분받게 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예를 들면 A권역의 배정된 의석수를 45석이라고 가정하고 지역구와 비례대표 비율 2대1로 정하는 선관위 방식을 적용해보면 지역구 30석 비례대표 15석이 된다.
A권역에는 두개의 경쟁하는 정당이 있다고 가정했을때 선거결과 근소하지만 지지율에 앞서고 있던 '갑'정당이 전체 지역구를 석권했다. '을' 정당은 비록 지역구에서는 전패했지만 일부 지역에서 선전한 몇몇의 후보들 덕분에 전체적으로 약 30%의 정당 지지율을 받았다.
선관위의 방식에 따르면 먼저 A권역의 의석배분은 정당지지율로 결정된다. 갑정당은 전체 45석의 70%인 34석을 을정당은 11석을 배정받게 된다. 정당 지지율로 결정된 정당별 의석수에서 지역구 당선자를 뺀 의석이 비례대표가 된다.
갑정당은 지역구에서 30석을 이겼기 때문에 비례대표로는 4석만 가능하다. 반대로 을정당은 지역구에는 한석도 없지만 정당지지율에 따라 11석을 배정받았기 때문에 비례대표만으로 이들 의석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갑 정당은 A권역에서 지역구를 석권했지만 당초에 권역내 정당별 의석수 할당이 정당지지율에 따라 결정되기 때문에 오히려 비례대표만을 놓고 볼때는 지지율과 의석 배분의 역전현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문제는 또 있다. 석패율제의 경우 지역구도 해소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장점도 있지만 정당들이 석패율제가 과도하게 적용된다면 기존 비례대표 국회의원 도입취지를 무색해지는 상황이 생길수도 있다.
선관위의 개정의견에는 비례대표 석패율제 도입의 구체적인 방법에 대해서는 정당들의 자유롭게 정하도록 돼 있다.
만약 열세지역 권역별 비례대표 앞순번에 석패율제를 집중적으로 배치하게 되면 상대적으로 '진짜' 비례대표들의 설자리가 줄어들게 돼 직능대표와 전문성을 지닌 인사들을 국회의원으로 선출한다는 비례대표 의원의 기본 취지를 위협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