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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산 김덕권 칼럼] 법불아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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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산 김덕권 칼럼] 법불아귀

김덕권 기자 duksan4037@daum.net 입력 2017/04/04 07:14

덕 산 김 덕 권(길호) 합장 법불아귀
 

 
지난 3월 21일 박근혜 전 대통령이 검찰에 나와 조사를 받고, 또 3월 30일에는 사전구속영상 조사를 받기 위해 법원으로 나가는 것을 지켜보면서 마음이 여간 착잡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거기다가 또 올 것이 오고야 말았습니다. 3월 마지막 날 새벽 결국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구속영장이 발부되어 구치소로 향했습니다. 머리 풀고 치친 대통령의 초췌한 그 모습이 견딜 수 없이 안타까웠습니다.


3월 30일자 양키타임스 보도에 의하면 박근혜 전 대통령은 영장실질심사를 받는 판사 앞에서 이렇게 울부짖었다고 합니다.


“나는 뇌물 받아 삼키려고 미르 케이재단 만들지 않았다. 최순실 고영태 이런 년 놈들이 나의 좋은 플랜을 등쳐먹으려고 한 짓이다. 백성이 국가를 등쳐먹고 정치모리배들이 이것을 약점 잡아 대통령을 탄핵시키고 언론이 가세하면 죄 없는 자가 죄인이 된다. 그런 나라는 암흑국가다. 430억이 내 통장에 들어오지 않았다. 삼성의 이재용 부회장은 억울하다.


국가를 위해 헌금했는데 박 특검이 뇌물로 엮어 나를 탄핵시키고 그것도 모자라 나를 구속시키려 한다. 나는 국정을 농단하지 않았다. 꼬투리를 잡아 침소봉대 시키고 나의 지시받은 공직자들을 강압적으로 구속을 시켰다. 이런 나라가 지구상에 또 있겠나?” 이렇게 박 전 대통령이 영장실질 심사장 강부영 판사 앞에서 울부짖었다고 하네요.


사자성어(四字成語) 중에 ‘법불아귀(法不阿貴)’라는 말이 있습니다. 춘추전국시대 제자백가(諸子百家) 가운데 법가(法家)는 법의 다스림(法治)을 통해 부국강병과 체제 개혁을 모색하고자 했습니다. 법가의 계보는 춘추시대 초기 정(鄭)나라 재상 자산(子産)으로부터 시작합니다. 그 이후, 전국시대 위(魏)의 재상 이극(李克), 진(秦)의 상앙(商), 조(趙)의 신도(愼到), 한(韓)의 신불해(申不害)를 거쳐 한비자(韓非子)가 법가의 사상을 집대성하기에 이릅니다.


한비자 이전의 법가는 법적 체계를 갖춘 이론이라 보다 현실 정치무대에서 활용되는 정치 술(政治術)의 범위에 머물렀습니다. 이런 것을 한비자가 법치(法治), 세치(勢治), 술치(術治)를 근간으로 법적 사상체계를 구축해 유가(儒家)와 묵가(墨家), 도가(道家), 음양가(陰陽家), 명가(名家)와 함께 이른바 육가(六家)의 반열에 오른 것입니다.


한비자는 인간과 권력의 상관관계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력에 더해 색다른 철학을 담은 명저《한비자》를 남겼습니다. 제왕(帝王)의 해야 할 바를 논하고 부국강병과 체제개혁을 설파했지요. 중세 유럽의 마키아벨리즘이라 불릴 만합니다. 여섯 나라를 아울러 천하를 통일한 진의 시황제(始皇帝)가 한비자의 또 다른 저서,『고분(孤憤)』과『오두(五)』두 편을 읽고 감탄하면서 그를 만나보길 간절히 원한 끝에 기용했을 정도의 인물이 한비자입니다.


한비자는 <외저설(外儲說)> ‘유도(有度)편’에서 ‘법불아귀(法不阿貴), 승불요곡(繩不撓曲)’이라고 했습니다. ‘법불아귀’는 ‘법은 귀하고 천하고를 가리지 않고 적용돼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일단 세워진 법(法)은 지혜 있는 자가 마다할 수 없고 용감한 자라도 이를 다툴 수가 없다는 것입니다. 출신, 신분, 지위, 관계를 구분해 법의 잣대를 들이댈 일이 아니라는 것이지요.


지난 3월 27일 김수남 검찰총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습니다. 오랜 고심과 고민 끝에 결단을 내렸다고 합니다. 김수남 검찰총장은 바로 박근혜 전 대통령이 임명한 총장입니다. 헌법재판소의 파면 결정으로 박 전 대통령은 재임 중 보장된 ‘불소추특권(不訴追特權)’에서 배제됐습니다. 그녀가 받고 있는 혐의는 13가지나 됩니다.


검찰이 내건 영장 청구 사유는 피의 사실의 중대성(범죄의 중대성)과 증거 인멸 우려 및 구속 기소된 관련 공범과의 형평성 등입니다. 김 총장은 일찍이 총장취임사와 고위 간부회의 등을 통해 한비자의 ‘법불아귀’를 강조해온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법불아귀’는 한비자와 김수남 검찰총장이 강조한 바가 아니라도 그 누구도 법 위에 군림할 수는 없는 것입니다. 법 앞에 만인은 평등해야 합니다. 뚜렷한 죄책(罪責)의 피의자 신분에다 탄핵에 이은 파면으로 불 소추특권까지 배제된 전직 대통령이라면 ‘법불아귀’의 적용은 당연할 것입니다.


김수남 검찰종장은 3월 23일 취재진에게 “오로지 법과 원칙, 수사진행 상황에 따라 판단돼야 할 문제”라고 말하는 등, 수사 외적 요소에 대한 고려 없이 영장 청구 여부를 판단할 거라고 했습니다. 그간 김수남 총장의 취임사와 대검 간부회의 등에서 ‘법불아귀’라는 사자성어를 거듭 강조한 것으로 보아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특별대우는 없지 않겠느냐는 해석을 낳았습니다.
 

검찰은 이날 이미 구속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공범들과의 법적 형평성, 증거인멸 가능성, 혐의의 중대성 등을 볼 때 박 전 대통령을 구속할 필요성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6일간의 장고를 끝낸 김수남 검찰총장의 결정은 결국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였습니다. 취임사에서 강조했던 ‘법불아귀’는 자신을 임명한 박 전 대통령에게도 예외가 될 수 없었던 것입니다.


박 전 대통령은 전두환 · 노태우 전 대통령에 이어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한 세 번째 전직 국가원수가 됐습니다. 또 전직 대통령 중에서는 처음으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았습니다. 만약 여기에서라도 자신의 부덕을 인정하고 법과 국민 앞에 용서를 빌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요?


영장실질심사에서도 박근혜 전 대통령은 일관되게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혐의사실을 부인했다고 합니다. 그러다 보니까 영장전담판사 입장에서도 지금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태도가 변화된 부분도 전혀 없고 범죄혐의는 어느 정도 입증됐고 본 것 같습니다. 그리고 계속 부인을 하는 건 증거인멸의 우려가 크다는 것과 사실상 같은 얘기라고 생각한 것 같네요. 게다가 여론조사에서 국민 80%가 구속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응답했습니다.
 

육신의 발자취는 땅에 남고, 마음이 발한 자취는 허공에 도장 찍힙니다. 그리고 사람의 일생 자취는 끼쳐둔 공덕으로 세상에 남게 됩니다. 이제라도 박근혜 전 대통령은 법 앞에 만인이 평등하다는 ‘법불아귀’의 정신을 인정하고 참회 반성한다면 국민들의 싸늘한 여론이 다시 연민(憐愍)의 정으로 바뀔 수 있지 않을 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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