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뉴스프리존

[덕산 김덕권 칼럼] 화복의복..
오피니언

[덕산 김덕권 칼럼] 화복의복

김덕권 기자 duksan4037@daum.net 입력 2017/04/05 10:02

화복의복
 

 
화복의복(禍福倚福)이라는 말이 있습니다.《노자도덕경(老子道德經)》58장에 나오는 말로 이 말은 ‘화는 복의 옆에 기대 있고 복은 화속에 엎드려 있다’라는 뜻입니다.


 
「화혜복지소의(禍兮福之所倚), 화란 것은 복이 의지하는 바이고,/ 복혜화지소복(福兮禍之所伏), 복이란 것은 화가 숨어있는 곳이니,/ 숙지기극(孰知其極), 누가 그 끝을 알 수 있겠는가./ 기무정(其無正), 절대적으로 옳은 것은 없다.」
 

 
명(明)나라 원굉도(袁宏道 : 1568~1610)의 '광장(廣莊)'에 이런 얘기가 나옵니다.


 
「어느 날 얼굴에서 환한 빛이 나는 신녀(神女)가 대문을 두드렸다. “어찌 오셨습니까?” “나는 공덕천(功德天)이다. 내가 그 집에 이르면 복을 구하던 자가 복을 얻고 지혜를 구하는 자는 지혜를 얻는다. 아들을 빌면 아들을 낳고 딸을 빌면 딸을 낳는다. 모든 소원을 다 뜻대로 이룰 수가 있다.” 주인은 입이 함지박만 하게 벌어져 목욕재계를 한 후 공덕천을 집의 가장 윗자리로 모셨다.
 

 
잠시 뒤 얼굴이 시커멓고 쑥대머리를 한 추녀(醜女)가 찾아왔다. 주인이 퉁명스레 말했다. “너는 어찌 왔느냐?” “나는 흑암녀(黑暗女)이다. 내가 그 집에 이르면 부자가 가난해지고, 귀한 자는 천하게 된다. 어린아이가 요절하고, 젊은이는 병들어, 남자가 대낮에 곡을 하고, 여자는 밤중에 흐느끼게 된다.” 주인이 팔을 내저으며 몽둥이로 그를 문밖으로 내쫓았다.
 

 
공덕천이 말했다. “안 된다. 나를 섬기려는 자는 또한 저 사람도 섬겨야 한다. 나와 저 사람은 형상과 그림자의 관계요, 물과 물결의 사이이며, 수레와 바퀴의 관계다. 내가 아니면 저도 없고, 저가 아니면 나도 없다.” 주인이 경악해서 손을 저으며 공덕천마저 내보냈다.」


 
인간의 화복(禍福)이 서로 맞물려 있어, 복만 받고 화는 멀리하는 이치란 없다는 뜻입니다. 그렇다면 변고를 만났을 때 이를 복으로 돌리는 지혜와, 복을 누리면서 그 속에 잠복해 있는 화를 감지해 미연에 이를 막는 슬기를 어떻게 갖추느냐가 문제입니다. 눈앞의 복에 취해 그것이 천년만년 갈 줄 알고 멋대로 행동하다가 제 발로 파멸의 구렁텅이에 빠지고 맙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정국의 핵심 인물 중의 하나가 최순실 이라는 여인입니다. 대통령의 위엄을 등에 업고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며 국정을 농단한 희대의 인물이지요. 최순실은 공덕천만 보았지 흑암녀는 못 본 것입니다. 만약 그녀가 공덕천과 흑암녀가 결코 둘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던들 오늘의 이 비극은 아마 일어나지 않았을 런지도 모릅니다.


 
재앙을 만나면 세상에 저주를 퍼붓고 하늘을 원망해 복이 기댈 여지를 스스로 없애는 우를 범한 것입니다. 공덕천을 맞아들이려면 흑암녀가 따라 들어옵니다. 흑암녀가 무서운데 공덕천이 어찌 겁나지 않겠습니까? 좋기만 한 것은 세상에 없습니다. 물론 나쁘기만 한 것도 없지요. 나쁜 것을 좋게 돌리고, 좋은 것을 나쁘게 되지 않게 하려면 매사에 삼가고 두려워하는 자세를 잃으면 안 됩니다.


 
사람마다 실패 원인이 각기 다르지만, 공통된 요인이 하나 있습니다. 한 번 성공에 대해 자만하는 것이지요. 실패한 사람들은 보통 꽤 성공을 거뒀던 과거가 있습니다. 이렇게 성공을 맛본 이들은 자신의 전략과 결과를 자랑스럽게 여기며 ‘화복의복’의 원리를 알지 못하거나 무시하기 쉽습니다. 바로 화와 재앙은 우리가 지금 복을 받은 상태에서 성공했다고 자만하는 데서 온다는 것이지요.
 

 
도대체 최순실의 탐욕의 끝은 어디까지였을까요? 한국일보는 “특검팀과 법무부 및 사정당국에 따르면, 독일 검찰과 경찰은 최씨 모녀 등이 독일을 비롯해 영국 스위스 리히텐슈타인 등 4개국에 수조원대, 최대 10조원에 이르는 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라고 보도를 했습니다.


 
‘탐욕의 끝은 사망’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한 남자가 길을 걷던 중 값비싼 보석이 길가에 묻혀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그는 욕심이 나서 그것을 캐기 위해 땅을 파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보석은 생각보다 깊이 묻혀있어 쉽게 꺼낼 수가 없었습니다. 그는 있는 힘을 다해 파고 또 팠습니다.
 

 
그때 그의 귀를 후벼 파듯 목소리가 들려 왔습니다. 보석이 주는 충고의 말이었습니다. “나는 누구에게도 해를 주고 싶지 않아 여기에 숨어 있는 거랍니다. 나를 갖는 사람들은 모두가 불행을 당하거나 죽게 되지요. 만약 당신이 나를 소유한다면 당신도 예외는 아닐 것이에요. 욕심을 버리세요. 탐욕은 늘 불행을 자초하는 위험한 짓이랍니다.
 

 
행여 나를 소유한다 해도 당신은 밤낮으로 나를 지키기 위해 삭막한 감정만을 지니게 될 거에요. 또 이웃을 의심하고 가까운 가족마저 믿을 수 없는 사람이 될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이미 탐욕에 눈이 먼 그의 귀에는 보석의 충고가 들리지 않았습니다. 그는 다시 땅을 파기 시작했고 보석은 결국 그의 손에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그때 마침 그곳을 지나가던 세 명의 강도가 남자를 보게 되었습니다. “이놈 네 손에 든 그것이 뭐냐?” 깜짝 놀란 그는 얼른 보석을 뒤춤에 감추고 대충 얼버무렸습니다. “이놈! 순순히 말할 때 당장 내놔!” 강도들은 험악한 인상을 쓰며 칼을 꺼내 들더니 반항하는 그의 손목을 베어 버렸습니다. 보석은 그의 손과 함께 땅에 떨어졌습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습니다. 보석주인은 세 명인데 보석은 하나라는 사실을 뒤 늦게 깨달은 것입니다. 강도들은 옥신각신 하더니 서로 칼부림까지 하게 되었습니다. 결국 세 사람 모두 큰 상처를 입은 채 피를 흘리며 쓰러 졌습니다. 그들은 죽어 가면서 떨어진 보석을 안타깝게 바라볼 뿐이었습니다.
 

 
어떻습니까? 탐욕의 말로가요! 탐욕에 눈이 어두워 한 순간의 행운을 쫓거나 요행을 바란다는 것은 결국 파멸을 재촉하는 일입니다. 어리석은 사람은 복을 받기는 좋아하나 복 짓기는 싫어하고, 화를 받기는 싫어하나 죄를 짓기는 좋아합니다. ‘화복의복’입니다. 공덕천의 뒤에는 흑암천이 따른다는 것을 명심하면 최소한 ‘의왕대학의 503번’ 신세는 면하지 않을 까요!


 
단기 4350년, 불기 2561년, 서기 2017년, 원기 102년 4월 5일
 
덕 산 김 덕 권(길호) 합장
 

저작권자 © 뉴스프리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