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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을 아십니까,. 가상? 전설?..
오피니언

용을 아십니까,. 가상? 전설?

이승식 기자 입력 2017/04/10 10:55
 용(龍)을 아십니까?
 
용은 실존하지 않는 상상 속에서 파생된 동물이지만 우리는 흔히 용꿈을 꾸게 되면 대단한 길몽으로 치부하며 시쳇말로 복권이라도 사야할 정도로 여깁니다. 대게 깊은 못이나 늪, 호수에 살면서 여의주를 물고 무궁무진한 조화(調和)를 부리며 길흉화복과 비바람을 다스린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엄밀히 말하면 중국에서 만들어진 용이 우리나라에 전래된 것이지만 고대 이집트를 비롯한 바빌로니아문명 등 동서를 막론하고 문명의 발상지마다 숭상의 대상일 뿐만 아니라 신화나 전설 속에도 끓임 없이 등장하고 민간사이에 용신신앙(龍神信仰)의 대상으로서도 대단히 큰 비중을 차지해왔습니다.
 
중국 위나라 시절 ‘장읍’이라는 학자가 찬술한 광아(廣雅) 익조(翼條)편에 용의 형상을 소상하게 소개했습니다. 인충(鱗蟲) 가운데 가장 우두머리로서 그 모양은 다른 짐승들과 아홉 가지가 흡사한 모습인데 머리(頭)는 낙타(駝), 뿔(角)은 사슴(鹿), 눈(眼)은 토끼(兎). 귀(耳)는 소(牛), 목덜미(項)는 뱀(蛇), 배(腹)는 큰 조개(蜃), 비늘(鱗)은 잉어(鯉), 발톱(爪)은 매(鷹), 주먹(掌)은 호랑이(虎)와 같다. 아홉 가지 모습 가운데 몸통에는 9X9 양수(陽數)가 되는 81개의 비늘이 돋아있고 그 소리는 구리로 만든 쟁반(銅盤)을 울리는 듯 하며 입 주위에 긴 수염과 턱 밑에 빛나는 명주(明珠)가 있다. 목 아래에 거꾸로 박힌 비늘(逆鱗)이 돋아있으며 머리 위에는 박산(博山:공작꼬리무늬 같은 빛깔의 보물)이 있다.”고 묘사했습니다.
 
춘추전국시대 제(齊)나라의 유명한 사상가 관중(管仲)이 쓴 관자 수지편(管子 水地篇)에 “용은 물에서 생겨나 오색(五色)을 자유자재로 변화시킬 수 있는 신통력과 작아지려 한다면 애벌레처럼 작아지고 커지려고 한다면 천하를 모두 덮어버릴 만큼 커질 수 있다. 높이 오르고자 한다면 구름 위로 치솟고 잠기고자 한다면 깊은 심해에 잠길 수 있는 변화무쌍(變化無雙)하고 상하무시(上下無時)한 신이다.”고 소개하였습니다. 또 용은 춘분이면 승천하여 구름 속에 머물고 추분이 되면 깊은 연못에 잠긴다고 하며 인간의 상상 속에서 탄생되기는 하였지만 용은 능력이나 모습까지 신비롭고 신성한 대상으로 그려져 왔습니다.
 
동국여지승람 42권 안악 산천조(東國輿地勝覽 卷四十二安岳山川條)에 “겨울에 연못의 얼음이 깨어질 때 세로로 갈라지기도 하고 가로로 갈라지기도 한다. 읍인(邑人)이 이것을 용경(龍耕)이라 부르며 가로로 갈라지면 흉년이 들고 세로로 갈라지면 그 해에 물이 많아 풍년이 든다.”고 했습니다. 고려사 세가 5(高麗史 世家 五)책에는 서해 용왕이 왕건(王建)의 조부 작제건(作帝建)에게 “군지자손 삼건필의(君之子孫 三建必矣) 즉 동방의 제왕이 되려면 세울건(建)자를 넣은 이름으로 자손 3대를 거쳐야 한다.”고 용이 가르쳐 주었다는 기록도 있습니다. 조선 말기 왕명으로 우리나라 고금의 문물제도(文物制度)를 수록한 문헌비고(文獻備考)에 신라 시조 때부터 조선시대인 1714년 사이 스물아홉차례 용 출현에 관련된 기록을 엿볼 수 있습니다. 
 
삼국사기 제32권 잡지제일(三國史記卷三十二雜志第一)의 신라시대 사해제(四海祭), 사독제(四瀆祭), 고려사 세가 42편(高麗史 世家 四十二)의 고려시대 사해,사독제 및 조선시대 전국에서 모셔지던 용신제는 지방마다 약간의 차이가 있으나 모두가 용을 대상으로 한 의식으로 생명의 원천이요 농경의 절대 필수적인 물이 풍족하기를 간절히 원하는 마음에서 비롯되었던 것입니다. 고래로 용은 곧 황제를 나타내는 뜻으로 왕의 옷은 용포, 왕의 자리는 용상, 왕의 얼굴까지 용안으로 지칭했으니 용문양은 왕과 왕족외의 그 누구도 절대 사용할 수 없었습니다. 만약 누군가 용 문양을 몰래 사용하다 발각된다면 곧 역적이며 반역자인 셈이니 그 일가친척은 물론 구족까지 목숨을 부지하기 어려운 처지에 놓이게 된답니다.
 
1527년에 최세진이 쓴 훈몽자회(訓蒙字會)는 ‘龍(용)’자를 ‘미르 룡’이라 하였는데 순수한 우리말 ‘미르’는 용을 뜻하는 말입니다. 언어학적 측면에서 ‘미르’는 물(水)의 옛말인 ‘믈’이니 ‘미리(豫)’의 옛말과 맞닿아 생겨난 말로서 근간에 어느 멍청한 뇬이 이 신성한 말을 개인의 욕심주머니를 채우려는 도구로 함부로 쓰자 옛말로 용포를 휘감은 조금 더 멍청한 뇬까지 덩달아 쓰다가 요즘에 아주 된통 혼쭐이 나고 있습니다. 또한 주인을 잃은 용상을 보고 국가발전과 국민안녕은 손톱만큼도 관심 없는 온갖 잡것들이 기회를 놓칠세라 용이 되겠다고 기름발린 입술 사이로 개짓는 소리만 뱉어내고 있는 이 참담한 현실에 진정 용다운 용이 나타나 국태민안 하기를 간절히 기원해 봅니다.
 
                         이   승  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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