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과 마음은 텅 빈 것(3)
마지막으로 ‘조견오온개공(照見五蘊皆空)’의 결과가 ‘도일체고액(度一切苦厄)’이라는 것입니다. ‘도일체고액’의 뜻은 ‘일체의 괴로움을 건너간다.’는 말입니다. 일체의 괴로움을 건너간다는 말은 결국 모든 문제가 완전히 해결된 상태를 뜻합니다.
‘도(度)’라는 말은 ‘건너다.’ ‘제도한다.’는 뜻으로 번역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도’란 괴로움의 세계에서 즐거움의 세계로 건너가는 도피안(度彼岸)의 의미로 받아들이면 됩니다. 또 고통의 바다에서 허우적거리는 중생들을 건진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도 있지요. 결국 ‘도’의 의미는 일체의 문제가 해결된 상태를 말한 것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다음으로 ‘일체’라는 말은 ‘그 속에 모든 것이 다 들어 있다’는 뜻입니다. 불가(佛家)에서는 ‘일체’라는 말을 잘 씁니다. ‘일체’의 의미를 보다 선명히 이해할 수 있는 일화 한 가지를 소개합니다.
옛날에 어떤 스님이 길을 가다가 우연히 부부싸움 하는 것을 목격했습니다. 그런데 그 스님은 갑자기 싸우는 부부 앞에 나아가 자기가 잘못했노라고 용서를 빌었습니다. 그들 부부는 생전 처음 보는 알지도 못하는 스님이 잘못했다고 하니 어이가 없었습니다. 그 스님은 세상에서 일어나는 일체의 문제 속에는 자기 자신도 포함된다고 말하는 것이었지요.
여기서 ‘일체’라고 하는 것은 바로 그런 의미를 지닙니다. 어떤 일을 막론하고 이 세상에서 일어나는 그 모든 일은 ‘일체’라고 하는 말 속에 모두 포함되어 있는 것입니다. 계속해서 ‘고액’의 의미를 해석하면 바로 ‘문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인간에게 있어서 문제는 시시각각으로 일어나는 것이며, 도처에 산재해 있습니다.
예를 들어 몸에 병이 나서 아픈 것도 문제이며, 남편의 승진도 문제이며, 자녀의 진학도 문제에 해당됩니다. 이러한 문제를 감당하지 못하면 마음은 늘 괴롭고 어두운 상태가 되는 것입니다. 문제란 우리에게 아프고 쓰라린 강물과 같습니다.
이 세상을 살아가는 동안 ‘고액’은 넘고 또 넘어야 할 거대한 산과 같으며, 건너고 또 건너야 할 엄청난 강입니다. 또 ‘고액’은 우리의 기억 속에서 완전히 사라지기 전까지 뇌리에 남아서 우리를 괴롭히는 것입니다. 이러한 ‘고액’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그 지혜는 몸과 마음이 텅 빈 것이라는 존재의 실상을 꿰뚫어 보는 안목을 말하는 것입니다.
우리에게 아무리 아프고 괴로운 일이 있다고 해도 자신의 몸과 마음이 텅 비어서 없다고 한다면 그것은 이미 괴로움이 아닌 것입니다. 즉, 괴로움의 실체는 없는 것입니다. 존재의 실상이 공하다는 인식에서는 일체의 고통이 저절로 사라지고 마는 것이지요.
이렇게 볼 때 ‘조견오온개공 도일체고액’은 바로 불교의 목적이며, 우리 인생의 길잡이인 것입니다. 이것이야말로 불법(佛法)의 진수를 깨닫는 것이며, 불교 전체를 이해하는 열쇠가 됩니다. 그 나머지는 ‘조견오온개공 도일체고액’에 대한 부연 설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결국《반야심경》은 우리의 몸과 마음 즉, 육신과 정신을 텅 빈 것으로 관조하는 것입니다. 그렇게 할 때 우리의 모든 문제가 해결되고 저 피안에 도달하게 되는 것이지요!
단기 4350년, 불기 2561년, 서기 2017년, 원기 102년 4월 12일
덕 산 김 덕 권(길호) 합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