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팔 미
사람이 얼마나 나이를 먹어야 인생의 참 맛을 알 수 있을까요? 인생의 맛을 알기란 쉽지 않습니다. 나이만 먹는다고 알 수 있는 일도 아니지요. 적어도 인생의 요도(要道)와 공부의 요도를 깨쳐야 참맛을 알 수 있습니다. 요도란 ‘요긴한 길’이라는 뜻입니다. 그러니까 ‘요도’는 사람으로서 반드시 걸어가야 하는 길을 말하는 것이지요.
인생의 요도란 사람이 일생을 살아가면서 반드시 행해야 할 도를 말합니다. 그리고 공부의 요도란 공부(修養)를 함에 있어 반드시 닦아야 할 도를 의미합니다. 그러니까 인생의 요도는 이를테면 약재(藥材)와 같고, 공부의 요도는 의술(醫術)과 같은 것입니다.
약재인 인생의 요도는 천지 부모 동포 법률의 네 가지 큰 은혜(四恩)입니다. 그리고 의술인 공부의 요도는 정신수양 사리연구 작업취사 삼학(三學)입니다. 이 두 가지공부를 해야만 인생에서 서로 보살펴 주고. 모자라는 부분을 채워주고. 언제나 아름답게 사랑하면서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요?
누가 또 이런 말을 했습니다. ‘인생에서는 지식보다 경륜이 삶을 윤택하게 한다.’고요. 온갖 고난을 겪고 산전수전 겪다보면 삶의 지혜도 깨닫고 사랑이 뭔지, 인생이 뭔지, 아픔이 뭔지 따로 배우지 않아도 터득하며 살아갈 수 있다는 것입니다.
행복을 추구하려면 배려와 희생이 필요하고, 만면에 웃음을 지으려면 마음이 순백해야 하고, 사랑을 받으려면 먼저 사랑을 베풀어야 합니다. 마음을 비운다는 얘기가 있습니다. 무엇을 비워버릴까요? 욕심을 비워버리고, 성냄을 비워버리며, 어리석음을 비워 버리면 진정 인생이 무엇인지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중용(中庸)》4장에「人莫不飮食也, 鮮能知味也」‘사람들은 음식을 먹으면서 그 음식 맛을 제대로 알지 못한다.’는 ‘지미(知味)’의 철학이 나옵니다. 맛을 느끼지 못하고 오로지 배를 채우기 위해 먹는 것은 인생을 살면서 삶의 참맛을 제대로 느끼지 못하며 사는 것과 같다는 뜻이지요. 2040년에 이르면 한국인의 평균 수명이 90세가 넘는다고 합니다. 그런데 아무리 인간의 수명이 길어진다고 해도 인생의 맛(味)을 모르고 그저 나이만 많이 먹는다면 장수(長壽)가 특별한 의미를 지니는 게 아니지요.
왜 사람들은 인생의 맛을 모르고 사는 것일까요? 똑똑하고 잘난 사람들은 늘 넘치고, 어리석고 못난 자들은 늘 뒤처지기 때문일 것입니다. 유능하고 잘난 사람들은 사회적 명예와 성공을 위해 인생의 맛을 제대로 알지 못하며 나이를 먹어갑니다. 그리고 어느 날 문득 자신의 인생이 그리 맛있는 인생이 아니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겠지요. 또한 무능하고 어리석은 사람들 역시 인생의 제대로 된 맛을 알며 살기에는 역부족일 것입니다.
인생의 맛을 알며 사는 지미의 인생은 저 멀리 떨어져 있거나 어렵고 힘든 일이 아닙니다. 송(宋)나라 소강절(邵康節)이라는 사람은 어느 날 늦은 저녁 밤하늘의 달을 보고, 스치는 바람을 느끼며 인생의 가장 맛있는 순간이라고 읊었습니다. 그 일상의 맛을 ‘일반청의미(一般淸意味)’라고 정의한 것입니다. 그 맛은 어느 누구에게도 설명할 수 없는 나만이 느끼는 인생의 맛이라는 것이지요.
이렇게 인생을 제대로 사는 사람을 인생의 맛을 아는 사람이라고 합니다. 음식에서만 맛이 느껴지는 것이 아닙니다. 인생에도 맛이 있습니다. 인생의 참맛을 아는 사람은 인생의 즐거움을 누리는 사람이 아닐까요?
《중용(中庸)》4장에 나오는 인생의 여덟 가지 맛, 즉 인생 팔 미(人生八味)를 알아봅니다.
제 1미, 음식미(飮食味)입니다.
그저 배를 채우기 위해 먹는 음식이 아닙니다. 맛을 느끼기 위해 먹는 음식의 맛입니다.
제 2미, 직업미(職業味)입니다.
돈만을 벌기 위해 일하는 것이 아닙니다. 삶의 의미를 찾기 위해 일하는 직업의 맛입니다.
제 3미, 풍류미(風流味)입니다.
남들이 노니까 노는 것이 아닙니다. 진정으로 즐길 줄 아는 풍류의 맛입니다.
제 4미, 관계미(關系味)입니다.
어쩔 수 없어서 누구를 만나는 것이 아닙니다. 만남의 기쁨을 얻기 위해 만나는 관계의 맛입니다.
제 5미, 봉사미(奉仕味)입니다.
자기만을 위해 사는 인생이 아닙니다. 봉사함으로서 행복을 느끼는 봉사의 맛입니다.
제 6미, 학습미(學習味)입니다.
하루하루 때우며 사는 인생이 아닙니다. 늘 무언가를 배우며 자신이 성장해감을 느끼는 배움의 맛입니다.
제 7미, 건강미(健康味)입니다.
육체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닙니다. 정신과 육신의 균형을 느끼는 건강의 맛입니다.
제 8미, 인간미(人間美)입니다.
자신의 존재를 깨우치고 완성해 나가는 기쁨을 만끽하는 인간의 맛입니다.
이렇게《중용》에서는 세상 사람들이 음식을 먹으면서 그 음식의 진정한 맛을 제대로 알지 못한다고 안타까워하고 있습니다. 사람들 중에 음식을 먹지 않는 사람은 없지만 음식의 진정한 맛을 아는 사람은 드뭅니다. 하물며 이 ‘인생 팔 미’는 높은 자리에 있거나 많은 재산을 소유하고 있다하여 얻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인생의 참맛을 느끼며 사는 ‘인생 팔 미’는 생각을 바꾸고 관점을 바꾸면 우리의 일상적인 삶 속에서 얼마든지 찾아 느낄 수 있습니다. 인생의 참맛은 평범한 일상에 있습니다. 우리 인생의 참 맛을 느낄 수 있는 <인생의 요도>와 <공부의 요도>를 저와 함께 공부해 가시면 어떨 까요!
단기 4350년, 불기 2561년, 서기 2017년, 원기 102년 4월 21일
덕 산 김 덕 권(길호) 합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