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통신넷= 임병용] 뱉은 음식을 다시 먹이고, 장난삼아 울리고 정신적, 신체적으로 아이들을 학대해 온 어린이집 교사들이 무더기로 입건됐다.
어린이집 학대 문제로 온 나라가 시끄러웠는데, 아직도 이런 일이 일어나고 있다.
율동을 따라 하지 못하는 아이를 막무가내 흔들다, 주눅이 든 아이는 결국 CCTV 사각지대로 끌려간다. 아이가 내뱉은 음식은 억지로 다시 먹이려 들고, 인형을 바닥으로 던져 아이들이 겁에 질리는가 하면, 귀신흉내를 내 아이가 겁에 질려 울게 만드는 선생님, 바로 경남 고성군에서 CCTV를 통해 드러난 공립어린이집 학대 현장이 그대로 닮겨저있다. CCTV 확인 결과 이 어린이집 교사 8명 가운데 7명이 이런 식으로 보름 동안 72차례나 아이들을 학대해 왔다.
고성군은 뒤늦게 원장과 해당 교사들을 교체했지만 아이들은 여전히 악몽에 시달리고 있다.
◇분노한 학부모들, "어린이집 표보다 엄마 표가 더 많다"
법 무산에 학부모와 시민들의 분노와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회원 수 1만4000여명인 아동 학대 근절을 위한 자발적 시민 모임 '하늘소풍'은 4일 성명을 내고 "CCTV는 학대를 당해도 제대로 말도 못하는 우리 아이들을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라며 "CCTV 법안에 반대한 의원들 낙선 운동을 펼쳐나가겠다"고 밝혔다.
공혜정 하늘소풍 상임고문은 "어린이집 원장과 교사들보다 대한민국 엄마들 표가 훨씬 더 많다는 것을 꼭 보여주겠다"고 했다.
회원 수 228만명의 인터넷 육아 정보 커뮤니티 '맘스홀릭'에는 하루 종일 관련 글이 올라왔다. 한 회원은 "자기들은 CCTV까지 다 달려 있는 호화찬란한 국회어린이집에 애들 보내는데 (아동 학대) 당할 리가 있겠느냐" "국민 세금으로 호화찬란한 국회어린이집이나 만들면서 일반 시민들은 CCTV도 못 달게 하느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반대·기권 표를 낸 의원들 중에는 내년 총선을 대비해 지역에서 입김이 센 어린이집 원장들을 의식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받고 있다. 실제로 보육 단체 관계자들이 본회의를 앞두고 의원실을 돌며 입법 저지를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학부모단체들은 5일 성명을 발표하는 등 크게 반발하고 있다.
'교육과 학교를 위한 학부모 연합(교학연)'은 이날 성명을 통해 "입법 반대 의원들은 전혀 현실감을 갖지 못한 사람"이라며 "양심은 사전에만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 사람"이라고 꼬집었다.
특히 "어린이집 관계자의 로비와 협박에 참석하지 못한 의원, 기권한 의원, 반대한 의원들은 비겁하고 나쁜 사람"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또 "어린이집에서 잘못을 했을 때 증거가 되는 장치가 부담스럽기 때문에 인격이란 핑계로 반대를 하는 것"이라며 "학부모들이 선생님의 인격을 무시하는 게 아니라 의사표현도 잘 못하는 어린이 위해 제도를 만들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순희 교학연 상임대표는 "4월 이후에도 법안이 통과 안될 경우 끝까지 낙선운동을 전개할 것"이라며 "반대나 기권 했던 의원들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사무실 앞에서 항의시위도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