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통신넷= 임병용기자] 헌법재판소가 위헌 결정을 내리며 기혼자와 간통한 상대방(상간자)도 형사처벌을 면하게 됐지만 민사적인 책임은 피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간통으로 인해 상대의 배우자가 입은 손해를 배상해야 하기 때문이다.
1953년 형법 제정 이후 62년 동안 존폐 논란을 일으켰던 간통죄가 사실상 사문화(死文化)된 조항이었다는 점이 다시 한 번 확인된 셈이다.
6일 법무부 등에 따르면 헌재의 위헌 결정이 있었던 지난달 26일 기준으로 간통죄로 실형을 선고받아 전국 교도소·구치소에 복역 중이던 인원은 총 9명이다.
이들 중 5명은 위헌 결정으로 형 집행 근거가 사라지면서 즉각 석방됐다. 이들은 재심을 청구해 무죄 판결을 받은 뒤 국가를 상대로 구금기간에 대한 형사보상을 청구할 수 있다.
나머지 3명은 간통죄 외에 다른 범죄로 벌금형을 선고받았다가 벌금을 내지 않아 노역장에 유치됐다. 이들 역시 벌금을 내면 석방조치된다.
그외 다른 1명은 간통죄 말고도 다른 범죄로 실형을 선고받아 풀려나지 못했다. 현행법은 여러 개의 행위로 여러 범죄를 저지른 '실체적 경합범'에 대해서는 가장 중한 죄의 형에 2분의1까지 가중하게 돼 있기 때문이다. 석방되지 않은 1명은 간통죄와는 다른 시점에 별개의 범죄를 저질러 그에 대한 실형을 선고받았기 때문에 형기를 채워야만 한다.
검찰 관계자는 "석방 인원이 많지 않다는 것은 간통죄로 실형을 선고받은 경우가 그만큼 적다는 의미"라며 "간통죄로 재판에 넘겨진 이들 대부분이 집행유예 형을 선고받았다"고 말했다.
실제로 대검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간통죄 선고를 받은 769명 중 9명만 실형을 선고받았다. 나머지 456명은 집행유예를 선고받았고, 304명은 공소가 기각되거나 무죄가 선고됐다. 올해도 지난달 24일까지 간통죄 선고를 받은 105명 가운데 4명에게만 실형이 내려졌다. 54명은 집행유예를, 47명은 공소기각 판결이나 무죄를 선고받았다.
앞서 헌재는 지난달 26일 형법상 간통죄에 대해 재판관 7(위헌) 대 2(합헌) 의견으로 위헌 결정을 내렸다. 헌재는 다수 의견을 통해 "혼인과 가정의 유지는 당사자의 자유로운 의지와 애정에 맡겨야지, 형벌을 통해 타율적으로 강제될 수 없다"며 간통죄가 위헌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5월 개정된 헌재법에 따라 헌재의 위헌 결정 효력은 종전 합헌 결정이 있었던 2008년 10월30일 이후부터 발생한다. 2008년 10월30일 이후 간통죄로 유죄 확정판결을 받아 처벌된 사람들은 법원에 재심을 청구해 무죄 판결을 받을 수 있다. 다만 2008년 10월31일 이후 실형을 선고받은 사람이 110명에 불과해 보상 규모는 그리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기혼자닷컴은 한국판 애슐리매디슨을 표방한다. 애슐리매디슨은 2001년 '인생은 짧아요, 바람을 피우세요'라는 표어를 내걸고 캐나다에서 시작돼 36개국 2500만여 명의 회원을 둔 기혼자 소개팅 사이트다. 지난해 3월 한국에 처음 진출해 일주일 만에 회원 7만여 명을 모았지만 한 달도 채 못 가 자취를 감췄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일반인의 간통을 방조하거나 조장해 사회적 해악을 확산하고 건전한 법질서를 현저히 해할 우려가 크다"며 국내 접속을 차단한 것이다.
간통은 이제 범죄가 아니니 애슐리매디슨 사이트 접속을 허용해야 하는지도 논란거리다. 박경신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지난해 차단 조치 배경에는 애슐리매디슨이 간통이라는 범죄를 교사·방조한다는 측면이 있었지만 이젠 교사·방조할 범죄가 없는 만큼 요청이 들어오면 차단 조치를 철회해야 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반면 손정혜 한국여성변호사회 공보이사는 "정보통신망법에 '성풍속 문란 행위'를 금지 항목으로 추가해 불륜 조장 사이트를 제재할 법적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