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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산 김덕권 칼럼] 문고리권력..
오피니언

[덕산 김덕권 칼럼] 문고리권력

김덕권 기자 duksan4037@daum.net 입력 2017/05/15 08:17

문고리권력
 

 
덕 산 김 덕 권(길호) 합장  지금은 문고리를 많이 쓰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옛날 한옥엔 문고리를 잡아당겨야 문을 열었습니다. 문을 열어 방으로 들어가려면 당연히 문고리를 당겨야 하겠지요? 문고리를 쥐지 못하면 문을 열 수 없는 것은 당연합니다.
 

이와 같이 문고리는 ‘문을 여는 역할’ 그리고 ‘문을 잠그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굉장히 중요한 의미를 지닙니다. 특히 조선시대에, 뇌물과 매관매직이 성행했던 시절에는 관직에 줄을 대거나 특정 이권을 바랄 때, 권력가 혹은 세도가를 만나기 위해 문고리권력 앞에 줄을 서지 않으면 권력자의 곁으로 다가설 재간이 없었지요.


그 와중에 줄을 서지 않고 빨리 권력가를 만나려거나, 뒷문으로 몰래 들어가려면 문지기를 매수하는 방법밖에 도리가 없었습니다. 권력자들에게 온갖 뇌물을 바치면서 어찌 문고리에게 떡고물들이 떨어지지 않겠습니까? 이러한 문고리권력은 바로 ‘권력자에게 통하는 문지기’로, 그 문의 문고리를 잠글 수도, 열어줄 수도 있는 권력이니 어찌 막강한 힘을 지니지 않겠습니까?


이런 부패권력의 속성을 전 박근혜 대통령 때의 청와대 인사들에게 적용시켜 이를 ‘청와대 문고리삼인방’ 이라고 불렀습니다. 그 문고리 삼인방이 단순히 대통령의 비서관을 지칭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들이 문고리권력을 빌미로 큰 권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이 있기에 문고리삼인방 이라고 부르는 것 입니다.
 

물론 대통령의 입장에서는 오래 자신을 보필해온 인사들이기 때문에 믿을 수 있고, 의지할 수으며, 편할 수 있다는 것은 이해합니다. 하지만 대통령이 공기관 공조직 보다 훨씬 신임하기 때문에 문고리권력의 폐해가 생기고 비판받고 있는 것입니다.


다산(茶山)의《목민심서(牧民心書》<이전(吏典)>의 두 번째 조항이 ‘어중(馭衆)’입니다. 모든 부리는 사람들은 어떻게 인도해줄 수 있는 것인가에 대한 논의이지요.「부리는 사람들을 인도해주는 방법은 위엄과 믿음(威信)뿐이다. 지도자의 위엄은 청렴(淸廉)에서 나오고, 믿음은 지도자의 성실성에서 나오는 것이니, 성실하고도 청렴할 수 있어야만 모든 아랫사람이 따르게 할 수 있다.(馭衆之道 威信而已 威生於廉 信由於忠 忠而能廉 斯可服衆矣)」
 

다산은 지도자로서의 위엄은 청렴에서 나오고, 지도자가 아랫사람에게 믿음을 줄 수 있음은 지도자의 성실성에서 나온다고 했으니 모든 일을 성실하게 처리하여 거짓이 없을 때에만 부하들이 지도자를 믿게 된다고 한 것입니다. 지도자가 위엄과 믿음을 얻을 수 있으려면 어떤 사안에도 ‘편향(偏向)’을 버리고 ‘공명정대(公明正大)’하게 일을 처리해야 합니다.


다산은 “마음에 털끝만큼의 편향이 있어서는 안 된다. 만일 편향이 있으면 반드시 사람들이 알게 된다.”라고 합니다. 편향이 있으면 숨길 수 없습니다. 그러므로 지도자는 당연히 공명정대하여야지 털끝만큼의 편향도 있어서는 안 됩니다. 다산은 공정하고 공평함에서 벗어나 한편으로 치우치는 편향이 있다면 지도자로서의 위엄과 믿음은 무너지고 만다는 경고를 했습니다. 특정인이나 패거리에 휩싸여 정도에서 벗어나면 위엄과 믿음은 세워지지 않음을 말하고 있는 것이지요.


다산은 또 ‘지도자와 부하와의 소통문제’에 관심을 기울였습니다. “지도자와 부하들 사이가 환히 틔어 가림이 없도록 해야 한다”라고 했지요. 부하들이 지도자를 따르도록 하기 위해서는 그들과의 사이에 가로 막히는 일이 없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 부분에서 다산은 문고리권력의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문졸(門卒)’이라는 이름의 문고리 권력은 지위는 낮고 천한 문지기들이지만 지도자와 백성들 사이의 소통을 가로막고 온갖 권력의 횡포를 부리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권력자는 언제나 주변에서 거들어주는 사람이 많습니다. ‘어중’에서 말하는 중(衆)은 바로 많은 사환(使喚)을 말합니다. 신분도 낮고 생활도 어려운 사람들이지만 권력자가 이들을 제대로 통솔하지 못한다면 국가 대사를 그르칠 수 있다는 경고이지요.


사환은 최측근에서 권력자를 돌보고 있는 사람들입니다. 그래서 무능한 권력자는 이들의 농간 때문에 똑바른 정치를 할 방법이 없게 됩니다. 그러므로 그들을 통솔하는 대원칙이 바로 위엄과 믿음인 것입니다. 위엄은 청렴에서 나오고 믿음은 성실에서 나오는 것입니다.
 

한비자(BC280?~BC233)는 <팔간(八姦)> 편에서 문고리권력의 폐해가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논한 것이 있습니다. 그 중 문고리에 해당하는 네 가지를 알아봅니다.


첫째는 동상(同牀)입니다.

잠자리를 함께하는 자를 말합니다. 귀부인과 총애하는 첩 그리고 마음에 드는 미녀들로서 이들이 군주를 유혹하는 자들입니다.


둘째는 재방(在傍)입니다.

군주 곁에 가까이 있는 자를 말합니다. 광대 또는 측근들로서 이들은 군주가 명하지 않았는데도 안색을 살펴서 군주의 심중을 앞서 헤아리는 자들입니다.


셋째는 부형(父兄)입니다.

방계의 숙부나 서자나 형제 공자로서 군주가 친애하는 이들인데 대신이 되어 군주와 함께 일을 획책하는 이를 말합니다.
 

넷째는 유세객(遊說客)입니다.

부하들이 입심 좋은 변사(辯士)들을 지도자의 곁에 두게 합니다. 그들이 지도자에게 이익이 되는 말을 하게 하면서 교묘하고 유창한 언사와 변설로 지도자를 꾀는 것입니다.
 

어떻습니까? 지도자가 문고리권력의 폐해를 막으려면 우선 이 네 가지 유형의 측근을 막으면 되지 않을까요? 사심(私心)이 공(空)하여야 공심(公心)이 나고, 공심이 나야 단합이 됩니다. 그리고 단합이 되어야 시방(十方)을 화(和)하는 참 주인이 되는 것입니다. 부디 문재인 대통령은 위엄과 믿음으로 공심 있고 시방을 화하는 참 마음의 소유자를 문고리권력으로 삼으면 좋겠네요!


단기 4350년, 불기 2561년, 서기 2017년, 원기 102년 5월 15일
 
덕 산 김 덕 권(길호) 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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