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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산 김덕권 칼럼] 소통의 미학..
오피니언

[덕산 김덕권 칼럼] 소통의 미학

김덕권 기자 duksan4037@daum.net 입력 2017/05/17 16:07

소통의 미학


덕 산 김 덕 권(길호) 합장  요즘 우리나라는 대통령 한 사람이 바뀌었을 뿐인데 청와대 분위기와 국가 전체의 분위기가 맑고 밝고 훈훈하게 완전히 달라진 모습을 느낄 수 있습니다. 돌이켜 보면 박근혜 정권의 치명적 실패는, 소통(疏通) 부재 내지 불통(不通)에서 비롯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국가권력의 최고의 중추(中樞)에 해당하는 청와대 내에서 소통이 단절되면, 국정 전반에 심각한 동맥경화를 초래하게 되는 것은 너무나 자명한 사실일 것입니다. 이제는 더 이상 공적인 조직을 떠나, 사적(私的)인 비선에 의해, 소통이 행해지는 비정상적 시스템은 결코 용인하면 안 됩니다. 새로 취임한 문재인 대통령은 정부의 공적라인을 민주적으로 건강하게 운용하여 나라를 발전시키면 좋겠습니다.


소통은 ‘막히지 아니하고 잘 통함’을 말합니다. 그리고 ‘뜻이 서로 통하여 오해가 없음’이라는 두 번째 뜻이 있습니다. 그런데 소통을 잘 하게 하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그건 역시 소통이라는 한자에 함축되어 있습니다.


먼저 소통의 소는 ‘성길 소(疎)’입니다. 성긴 것은 간격이 빽빽하지 않고 드문드문 멀어짐을 의미합니다. ‘곡식이나 긴 물건 따위를 짝이 되도록 성기게 묶는다.’와 같이 쓰입니다. 농작물은 촘촘히 싹이 나면 솎아주어야 잘 자랍니다. 이와 같이 모든 것이 꽉 조이면 통하지 않습니다. 조금 헐렁해야 통하는 것입니다. 그러니 소통하고 싶다면 사람이 어느 정도 헐렁해야 합니다.


구멍이 있어야 바람이 통하듯, 상대의 의중이 들어갈 구멍이 있어야 하는 것이지요. 그래서 진정 소통을 원한다면, 나는 헐렁한가. 성긴 가, 여유가 있는 가, 생각해보아야 합니다. 그래야 소통할 수 있습니다. 통할 ‘통(通)’은 ‘길 용(甬)’과 ‘책받침 착()’ 즉, ‘쉬엄쉬엄 갈 착()’이 합쳐진 글자입니다. ‘다른 사람과 연결한다.’는 뜻이지요.


여기서 길을 의미하는 '용(甬)'은 속이 빈 피리처럼 곧게 뻗은 길을 뜻합니다. 비어 있는 것은 통하고 꿰뚫습니다. 소통하려면 기본적으로 나를 비우고 상대의 마음을 담으려 해야 하는 것이지요. 결국 ‘소통할 소’, ‘성길 소’와 ‘통할 통’, ‘알릴 통’의 소통(疏通)은 채움이 아니라 비움에서 나오는 것입니다.


오늘날 사람들이 남은 배려하지 않고 자기 이야기만 하기 때문에 소통이 잘 안 되는 것입니다. ‘말하다’의 반대말은 ‘듣다’가 아니고, ‘기다리다’라고 합니다. 조금 더 성기게 자신을 비우고 다른 사람의 말을 기다려보는 사람이 바로 훌륭한 지도자가 되는 것입니다.


제주도는 삼다(三多)의 섬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돌도 많고, 여자도 많고, 바람도 많다는 뜻입니다. 제주사람들은 바람을 극복하기 위한 수단으로 돌로 담을 쌓았습니다. 그 담을 ‘강담’이라고 합니다. 흙을 쓰지 않고 돌로만 쌓은 담이지요. 그 강담은 흔한 현무암으로 주먹이 드나들 정도의 구멍이 숭얼숭얼 드러나 있습니다. 결코 바람에 담이 너머지는 법이 없지요.


제 아내가 제주도 사람입니다. 아내와 처음 만나 제주도를 갔을 때, 그 강담을 보고 어느 설치미술가의 작품이 아닌가 생각한 적이 있습니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제주사람들의 오랜 삶의 지혜가 깃들어 있음을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이와 같이 ‘소통의 미학(美學)’이란 자신을 지키는 힘이 되고 상대를 이해할 수 있는 열쇠가 아닐까요?


소통(疏通)이란 ‘서로 이해하여 막힘이 없이 잘 통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소통은 이해집단 간의 대립과 갈등을 극복하는 데에 순기능으로 작용하는 것입니다. 역사적으로 보더라도 소통이 국가의 흥망을 가르는 중요한 갈림길이 되기도 합니다.


소통에 충실한 군주는 성군(聖君)으로 추앙받았습니다. 반면에 백성들과의 소통을 무시하고 절대적 권력에 의지하여 불통(不通)의 정치를 자행한 폭군들은 결국 권좌에서 쫓겨나고 말았지요. 그 예로 진시황의 뒤를 이은, 진(秦)나라 2세 황제 호해(胡奚)는 오로지 환관인 조고(趙高)의 말만 듣고 따라, 편파적인 정치를 펼쳤습니다. 공론(公論)을 무시하고 어느 한 쪽 말만 듣고 정치를 행한 것이지요.


조고는 황제의 권력을 좌지우지하는 문고리 권력이 되어 황제의 권력을 전횡(專橫)하고 농단하였던 것입니다. 그 결과 천하를 통일했던 진나라는 진시황 사후 불과 30여년 만에 멸망하고 말았지요. 박근혜 정권은 이른바 ‘비선(秘線)’에 의존함으로써, 공적인 소통이 소홀히 되었습니다. 공적 소통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될 수가 없었던 것이지요.


제 19대 문재인 대통령은 전임대통령과 달리 ‘소통의 미학’을 철저하게 실행하는 대통령이 되시면 좋겠습니다. 요즘 불과 며칠 동안에 펼치는 문재인 대통령의 소통의 미학은 국민들의 눈과 귀를 즐겁게 해 줍니다. 그 소통의 미학을 한시도 잊지 말고 펼치시라는 의미에서 몇 가지 제언을 드려봅니다.


첫째, 상처를 보듬어 주는 대통령이 되시면 좋겠습니다.

지난 정권에서는 상처에 소금을 뿌리던 정권이었습니다. 세월 호에서 가족을 잃은 유가족들에게 세금도둑, 종 북, 선동 꾼이라고 매도를 했습니다. 제대로 된 세월호 참사 등의 사건의 진상규명을 통하여 국민의 억울한 상처를 보듬어 주는 대통령이 되시면 좋겠습니다.


둘째, 역사를 바로 세우는 대통령이 되시면 좋겠습니다.

‘국정교과서 폐지’와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만으로 끝나서는 안 됩니다. 역사왜곡은 막아야합니다. 대통령께서 그 중심이 되셔서 잘못된 역사를 바로 세워주시면 좋겠습니다.


셋째, 위기대처를 잘하는 국가로 만들어주시면 좋겠습니다.

세월호. 메르스. 강릉산불까지 나라의 대처능력이 미약했습니다. 이번정부만큼은 사고에 잘 대처해서 피해를 최소하고 무탈하게 넘어가면 좋겠습니다.


어떻습니까? 이 소통의 미학이요! 분명히 소통은 미학입니다. 조금은 성기고 약간은 바보처럼, 이 세 가지 제언을 무조건 베푸시며, 지금처럼 초지일관 맨발로 뛰시는 대통령이 되어주시면 천하제일의 대통령으로 청사에 길이 남을 것입니다. 머리가 어지러우면 끝이 따라서 어지럽고, 머리가 바르면 끝도 따라서 발라집니다. 그러므로 일체의 책임이 다 지도자에게 있음을 잊지 않으시면 좋겠네요!


단기 4350년, 불기 2561년, 서기 2017년, 원기 102년 5월 17일

덕 산 김 덕 권(길호) 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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