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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산 김덕권 칼럼] 군맹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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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산 김덕권 칼럼] 군맹무상

김덕권 기자 duksan4037@daum.net 입력 2017/05/25 11:56

군맹무상


▲ 덕산 김 덕 권(길호) 합장 군맹무상(群盲撫象)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 말은《열반경(涅槃經)》에 나오는 말로 장님 코끼리만지기라는 뜻입니다. 그리고 모든 사물을 자기의 좁은 소견과 주관으로 그릇되게 판단하는 것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지요.

 

얼마 전 5월 3일은 음력 4월 초파일(初八日)부처님 오신 날이었습니다. 예로부터 석가모니(釋迦牟尼)를 흰 코끼리에 비유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코끼리의 고사를 통해 모든 중생들이 석가모니를 부분적으로 이해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비유적으로 말하는 것이 이 군맹무상이라는 말이지요.

 

《열반경(涅槃經)》에 나오는 이 말은 여러 맹인이 코끼리를 만진다는 뜻입니다. 무릇 범인(凡人)은 모든 사물을 자기 주관대로 그릇 판단하거나 그 일부밖에 파악하지 못합니다. 그러나 부처님은 우주의 진리를 대각(大覺)하시어 일체지(一切智)를 터득하신 분이라 중생과는 다르시다는 비유이지요.

 

인도의 경면왕(鏡面王)이 어느 날 맹인들에게 코끼리라는 동물을 가르쳐 주기 위해 그들을 궁중으로 불러 모았습니다. 그리고 신하를 시켜 코끼리를 끌어오게 한 다음 만져 보라고 했습니다. 얼마 후 경면왕은 맹인들에게 “너희들은 코끼리를 만져 보았을 것이다. 어떤 것이더냐?”

 

상아(象牙)를 만진 이는 “무와 같사옵니다.” 귀를 만진 이는 “키와 같나이다.” 다리를 만진 이는 “기둥과 같사옵니다.” 그리고 꼬리를 만진 이는 “새끼줄과 같사옵니다.”라고 답합니다. 그러자 경면왕은 “맹인뿐만이 아니다. 세상 사람들은 모두 진리에 미약해서 자기가 생각하는 것을 옳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니 그들을 비웃을 수는 없는 것이다. 불쌍한 자들이여! 부질없이 싸우면서 사실이라고 생각하며, 자기를 고집해서 타인을 비난하며, 한 마리의 코끼리로 두 가지의 원한을 만드는구나.” 그리고 또 말합니다. “선남선녀(善男善女)들이여! 이 소경들은 코끼리와 몸뚱이를 제대로 말하고는 있지 않지만 그렇다고 말하고 있지 않는 것도 아니다.” 즉, 모든 중생이 불성(佛性)을 부분적으로 이해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는 것입니다.

 

저는 석가모니 탄신경축식에 다녀와서 이 장님 코끼리 만지기라는 군맹무상을 떠올렸습니다. 제 주관에 빠져 제 멋대로 판단하고 있지는 않은지, 세상을 종합적으로 바라보고 있는지 생각해 보았습니다. 소경이 아닌 우리들이 맹인과 마찬가지로 사물을 전체적으로 보거나 기억하지 못하고 부분적으로 보고 해석하기 때문에 우리 중생들이야말로 눈뜬장님이 아니고 무엇인지요?

 

《중아함경(中阿含經)》에 보면 부처님과 부처와 다름이 없는 아라한(阿羅漢)과의 차이점에 대한 얘기가 나옵니다. 우리 범부중생과는 달리 부처님도 해탈하신 분이고, 아라한 역시 해탈한 성인(聖人)입니다. 그런데 어떠한 차이점이 있을까요?

 

석가모니 부처님께서 어느 때, 제자들과 마갈타국으로 유행(遊行)을 하셨습니다. 그런데 마갈타 국에는 아라한을 성취한 ‘울비라가섭(鬱毗邏迦葉)’이라는 존자(尊者)도 있었지요. 울비라가섭가섭 존자는 그 나라 모든 국민에게 아주 대단한 인물로 정평이 나 있는 분입니다. 마갈타 국왕과 국민들이 부처님을 뵈려고 부처님께 나아갈 때, 부처님을 전혀 뵙지 못했었던 여러 국민들은 과연 석가세존과 울비라가섭 중 누가 더 스승인지 궁금해 했습니다.

 

그만큼 울비라가섭 존자가 그 나라에서는 유명했다는 뜻이지요. 석가세존께서 그들의 마음을 읽으시고, 울비라가섭에게 먼저 여의족(如意足), 즉 신족통(神足通)을 모두에게 보여주라고 명하십니다. 육신통(六神通) 중의 하나인 신족통을 여의신족통, 여의 족 등으로 부릅니다. 신족통은 자유자재로 다양한 신통변화를 보여주는 그런 신통력을 말합니다.

 

울비라가섭이 먼저 허공에 붕 떠서 사위의(四圍儀)를 보여줍니다. 허공을 걷고, 허공에 머물고, 공중에서 가부좌하고, 허공에서 눕습니다. 또 온 몸에서 물과 불을 내 뿜기도 합니다. 이런 신통력을 보여주는 이유는 잘난 척하기 위함이 아니고, 중생들의 교만을 꺾기 위함과 믿음을 주기 위한 것입니다.

 

존자 울비라가섭은 여의신족을 멈춘 다음 부처님께 예배하고 아뢰었습니다. “세존이시여! 세존께서는 곧 저의 스승이시고 저는 세존의 제자입니다. 세존께서는 일체지(一切智)가 있으시고, 저에게는 일체지가 없습니다.” 세존께서 말씀하십니다. “그렇다. 가섭이여, 내게는 일체지가 있지만 너에게는 일체지가 없다.”

 

이렇게 국민들의 궁금증을 풀어주기 위해 울비라가섭은 세존께서 그의 스승이며, 그는 세존의 제자임을 명확하게 밝힌 것입니다. 또한 ‘아라한인 자신에게는 일체지(一切智)가 없고, 스승인 석가부처님께는 일체지(一切智)가 있다.’ 라고 인정하신 것이지요. 아라한과 부처님의 가장 큰 차이가 바로 이 일체지(一切智)가 있는 가없는 가인 것입니다.

 

그럼 일체지(一切智)란 무엇인가요? 글자 그대로 <모든 걸 다 아는 지혜>라는 의미입니다. 이 세속에서 일어나는 모든 인연도 다 아시고, 또 깨달음의 본질인 제법실상(諸法實相)도 역시 다 아는 지혜가 바로 일체지(一切智)인 것입니다. 즉, 진제(眞諦)와 속제(俗諦)를 완전히 다 아는 최고의 지혜이지요. 그러므로 아라한, 벽지불(僻地佛), 보살(菩薩)에게는 이 일체지가 없는 것입니다. 오로지 부처님만이 가지고 계신 지혜가 바로 일체지입니다.

 

이 일체지(一切智)는 완전한 깨달음, 즉 ‘아뇩다라삼먁삼보리(無上正等正覺)’을 성취했을 때 얻어지는 것입니다. 지난 번 여섯 번에 걸쳐 대선출마자들의 TV토론 하는 것을 지켜봤습니다. 한 결 같이 막말에다 편협하기 짝이 없는 주의 주장만 쏟아내고 있었습니다. 적어도 일체지를 갖추지 못한 범부들이 과연 이 나라를 이끌고 갈 수 있겠는지 저는 심한 의구심에 빠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 세상에는 크고 작은 산이 많이 있습니다. 그러나 그 중에 가장 크고 깊고 나무가 많은 산이라야 수많은 짐승들이 의지하고 살 수 있는 법입니다. 적어도 한 나라를 이끌어가는 새 문재인 대통령은 일체지야 바라볼 수는 없겠지만 군맹무상을 면하는 최소한의 깨달음이 있으면 좋겠네요!

 

단기 4350년, 불기 2561년, 서기 2017년, 원기 102년 5월 25일
 

덕 산 김 덕 권(길호) 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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