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프리존,경북=유상현 기자] 지방자치의 시대, 영화와는 거리가 멀었던 경상북도 예천군에서 스마트폰으로 만든 영화들의 축제가 출범한다. 지자체가 개최하는, 국내 최초의 국제스마트폰영화제인 2019 제1회 예천국제스마트폰영화제(YISFF)가 그 주인공. 이번 영화제에서는 스마트폰으로 제작된 국내외 영화 75편이 선보인다.
지난 5월부터 9월 6일까지 스마트폰영화 공모전이 진행돼, 총 202편의 단편이 접수됐다. 그 중 63편이 최종 본선에 올라 10월 18일, 19일 양일 간 메가박스 경북도청점에서 상영된다. 10월 19일 오후 6시부터 예천신도시 특설무대에서 열리는 폐회식 및 시상식에서는 대상을 비롯해 금상, 은상, 동상 등 수상작들이 가려진다. 일반부 대상작에는 500만 원, 학생부 대상작에는 300만 원의 상금이 수여된다. 심사위원으로는 심사위원장 봉만대 감독을 비롯해 신동일, 고봉수, 이사강 감독과 김종철 장애인영화제 사무총장이 위촉됐다.
개막식은 10월 18일 오후 2시 메가박스 경북도청에서 열린다. 개막작으로는 ‘베테랑 신예’ 고봉수 감독의 신작 <심장의 모양>이 선정돼, 세계 첫선(World Premier/WP)을 보인다. <심장의 모양>은 고봉수 감독이 스마트폰으로 빚어낸 장편 영화. 다름 아닌 영화제가 그 소재다. 자전적 배경의 코믹 페이크다큐멘터리 <갈까부다>로 2019 제20회 전주국제영화제 뉴트로 전주 섹션에 초대받은 고봉수 감독은 영화제 기간 중 개막식 전후, 관객과의 대화(Guest Visit/GV) 등 각종 행사들을 스마트폰으로 담았다. 관객들에게 불편을 주지 않으며, 최대한 조용히 촬영을 진행해야 했기에 간편하고 기동력 있는 스마트폰이 제격이었다고.
고봉수 감독은 단편 <어 컵 오브 커피>(2006)가 시카고영화제에서 작품상을 받으며 본격적으로 영화에 뛰어들었다. 이후 <사면조가>, <홀리테러>, <쥐포>, <사망언> 등 200편에 달하는 단편으로 특유의 연출력을 갈고 닦은 뒤, 250만원으로 찍은 네 루저들의 중창단 도전기 <델타 보이즈>로 2016 전주국제영화제에서 화려한 장편 데뷔전을 치렀다. 한국 장편 경쟁 부문 대상의 영예를 거머쥔 것. 그 기세를 몰아 어느 고등학교 레슬링부 전국체전 1승 도전기 <튼튼이의 모험>(대명컬처웨이브상), 흑백 무성의 짝사랑 이야기 <다영씨>에 이어 <갈까부다>까지 4편 연속 전주영화제에서, 동생 고민수 감독과 공동 연출한 5번째 장편 <우리마을>로는 올 제24회 부산국제영화제 한국영화의 오늘에서 월드 프리미어됐다. <우리마을>을 가리켜 정한석 프로그래머는 “고봉수 사단의 영화 애호가들을 미치게 할 만한 막무가내식 괴력으로 빚어낸 괴작”이라고 진단했다.
그밖에도 박찬욱, 박찬경 형제가 공동 감독을 맡아 2011년 61회 베를린국제영화제 단편 부문 황금곰상을 수상한 스마트폰 영화 <파란만장>을 비롯해 오인천 감독의 <폴라로이드>, 정가영 감독의 <혀의 미래> 등, 최근 한국 스마트폰 영화의 흐름을 읽을 수 있는 국내 초청작들이 선보인다. 놀라운 완성도를 보여주는 김승희 감독의 <심심>, <심경>은 스마트폰으로 찍은 단편 애니메이션의 어떤 가능성을 제시한다. 김종관 감독의 <메모리즈>는 스마트폰의 핵심 소재인 반도체를 영화의 제재로 삼아, 인간과 스마트폰의 관계에 대한 근원적 질문을 던져준다.
아직 많지는 않으나 해외에서도 스마트폰영화제가 몇 군데 있는바, 이번 예천국제스마트폰영화제에서는 올 더블린스마트폰영화제 수상작들 5편을 특별 초청해 상영한다. 향후 예천스마트폰영화제는 해외 스마트폰영화제들과, 스마트폰 영화 제작자들과도 연대해 교류를 이어나갈 계획이다.
폐막식 겸 시상식에서는 가수 소찬휘의 공연 등이 펼쳐진다. 본선 진출 감독들과 초청 영화인들, 그리고 예천에서 처음 열리는 영화 축제를 즐기기 위해 참여할 예천군민들이 어우러져 영화제를 빛낼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