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 왕
소통(疏通)이란 무엇일까요? ‘막히지 아니하고 잘 통함’을 말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소통을 제대로 하는 방법은 무엇인가요? 그건 ‘통즉구(通卽久)’라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주역(周易)》<계사전(繫辭傳)>에서 나온 이 말은 ‘통하면 오래간다.’라는 뜻입니다. 원문을 보면,「궁즉변(窮卽變), 변즉통(變卽通), 통즉구(通卽久)」라 하여 ‘궁하면 변하고, 변하면 통하며, 통하면 영원하다.’라는 말입니다.
소통을 신체 건강에 비유하면 혈액 순환과 비슷합니다. 혈액이 구석구석까지 잘 통하는 사람은 피부색도 좋고 아픈 곳이 없습니다. 혈액순환만 원활해도 신체는 대체로 별 문제가 없다고 합니다. 반면에 혈액 순환이 막히면 신진대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곳곳이 아프고, 손발이 저리고, 만성 피로에 시달리지요.
제가 몇 년 전부터 다리가 아파 잘 걷지를 못합니다. 30여년 당뇨병을 알았더니 양 쪽 다리의 동맥이 막혀 피가 잘 통하지 않아 생긴 당뇨합병증이라 하네요. 두 차례에 걸친 시술을 받아 지금은 통증은 거의 사라졌지만 아직도 잘 걷지를 못합니다.
그런데 이 소통의 문제는 인간의 몸만이 아닙니다. 모든 조직에서의 소통도 이와 흡사합니다. 소통이 잘 되는 조직은 건강합니다. 각자가 서로 믿고 협력하기 때문에 막힐 곳이 없고 문제가 생겨도 쉽게 해결되기 때문이지요.
반면에 소통이 안 되는 조직은 문제투성입니다. 서로를 믿지 못하기에 곳곳에서 막히고 충돌하고, 사소한 입장 차이도 큰 논란거리로 발전합니다. 또 부서 이기주의가 만연하고, 갈등이 확대되며, 충돌이 심화됩니다. 이렇게 소통이라는 것은 개인 건강과 조직 모두에 중요합니다. 그런데 왜 소통이 잘 안될까요? 가장 큰 원인 중의 하나는 고집(固執)입니다.
고집은 쉽게 말해 ‘자기 의견을 바꾸거나 고치지 않고 굳게 지켜서 우기는 것’입니다. 또는 ‘생각이 한쪽으로 쏠려 있는 상태’를 말함이지요. 그러니 고집으로 꽉 차 있는 생각을 약간은 성기게 만들어야 우리 몸에 피가 통하듯 소통이 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현실은 어떤가요? 내가 정확하게 설명하면 상대방도 똑같이 받아들일 거라고 생각하면 오산입니다. 이게 바로 ‘불통’의 원인입니다. 소통은 내가 얼마나 정확하게 설명했는지도 중요하지만 상대방이 어떻게 받아들였는지가 더 중요한 것입니다. 왜냐하면 소통에는 언제나 상대방이 있기 때문이지요.
내가 정확하게 말하는 것은 그냥 ‘전달’에 불과합니다. 내가 아무리 정확하게 전달해도 상대방이 달리 알아들으면 무용지물일 것입니다. 상대방이 정확하게 받아들일 때 비로소 소통이 일어납니다. 소통의 사전적 의미는 ‘서로 뜻이 통하여 오해가 없는 것’입니다. 일방적으로 전달하는데 그치는 게 아니라, 서로 뜻이 통하고 오해가 없어야 비로소 소통이 이루어진 것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조직에서의 모든 일은 소통을 통해 이루어집니다. 일의 목적과 방향을 함께 정하고, 일을 추진하는 방법을 합의하며, 각자의 역할과 책임을 정하는 방식으로 일을 진행하는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소통은 절대적 수단입니다. 합의한 목표와 추진방법을 서로 다르게 이해한다면 이만저만 낭패가 아닙니다. 목표를 잘못 이해했다면 서로 다른 길로 갈 것이고, 추진방법을 오해했다면 서로 엉뚱한 일을 하게 됩니다. 또한 서로 엇박자가 나고, 오해하며, 불신하게 되지요.
최근 문재인 대통령의 파격적인 소통행보가 우리나라 국민뿐만 아니라, 외신들도 극찬일색이라고 합니다. 지난 5월 초, 취임식 현장에서 국민들에게 “대화하고 소통하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약속한 문재인 대통령입니다. 국민이 원한다면 함께 ‘셀카’도 찍고, 사인공세도 주저하지 않는 탈권위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또한 국가 주요사안은 대통령이 직접 기자들에게 발표하며 언론과도 원활한 소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러한 문재인 대통령의 탈권위적이고 수평적인 소통방식에 대해 외신들은 “굉장히 신선하다”고 평가했습니다. 그리고 문대통령을 말 그대로 ‘소통 왕’으로 인정했다고 합니다. 그럼, 여기서 문대통령이 청와대를 운영하는 소통방식에 대해 알아보면 어떨까요?
첫째, 회의는 짧게 합니다.
그리고 누구나 자유발언을 합니다. 청와대에는 회의가 많고, 회의에 치여서 산다고 합니다. 수석 보좌관 회의라도 최대한 줄이는 게 참모들을 도와드리는 길이라고 대통령은 말합니다. 참모들과 함께 커피를 마시며 회의를 하거나, 함께 식사를 하며 의견을 주고받는 모습에서 권위적인 모습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습니다. 이런 분위기에서 회의를 한다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누구나 자신의 의견이나 아이디어를 자유롭게 이야기할 수 있지 않을까요?
둘째, 종이에 받아쓰지 않습니다.
그 대신 전자문서로 자동저장 한답니다. 가급적 종이문서 사용하지 않고 노트북 회의를 하는 것입니다. 그러면 모든 것이 ‘e-지원’에 전자문서로 자동으로 저장되고 보관될 수 있다고 합니다. 그러면 언제 어디서나 본인과 관련한 업무에 접속할 수 있고, 중요한 일정과 업무를 놓치지 않고 처리할 수 있습니다.
셋째, 먼저 찾아가 소통합니다.
섬김의 리더십인 것입니다. 대통령과 대화를 필요로 하는 사람과 식사하고 싶은 분은 직원식당으로 가면 됩니다. 대통령으로 취임하자마자 첫 외부일정으로 비정규직 전환을 위해 인천국제공항으로 찾아가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들었습니다.
엘리베이터를 타다 누군가 “대통령님~!” 하고 부르자, “지금 나를 부른 사람이 누군가요?”라고 화답하며 함께 셀카를 찍은 대통령입니다. 상대의 눈높이에서 소통할 준비가 된 겸손한 리더십이야 말로 이 시대에 필요한 지도자의 덕목이 아닐까요?
어떻습니까? 왜 우리는 진작 이런 대통령을 가지지 못했을까요? 미국 언론의 표현이 재미있습니다. 문재인 정부를 ‘달빛(Moonshine) 정부’로 비유했습니다. 과거 ‘햇볕(Sunshine) 정책’에 빗댄 것입니다. 이 때문인지 한국 언론에서도 문 대통령을 ‘달빛대통령’으로 부르기도 합니다. 우리 ‘달빛대통령’도 좋지마는 ‘소통 왕’으로 부르면 더 좋지않을까요!
단기 4350년, 불기 2561년, 서기 2017년, 원기 102년 6월 9일
덕 산 김 덕 권(길호) 합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