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PT 활용 연설…30분간 ‘일자리 44번·청년 33번’ 언급
[뉴스프리존, 국회= 김현태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33일 만인 12일 국회를 찾아 일자리 추가경정예산안 편성을 위한 국회 시정연설을 했다. 현직 대통령이 추경안 관련 국회 연설을 한 것은 1987년 개헌 후 처음이다. 문 대통령이 일자리 문제를 얼마나 절박하게 여기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추경예산과 관련돼서 집중해서 그 이유와 설명 그리고 협조를 부탁, 대통령이 국회에 와서 소통하는 모습 국민공감 얻어네, 박근혜 전 대통령은 본예산과 관련해서 3년 연속 시정연설을 했다. 그런데 추경 예산을 가지고 대통령이 직접 한 것은 헌정사상 처음이다. 지금 꼬여있는 정국도 풀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가장 큰 것은 정부의 역할이 무엇이고 정치의 책임이 무엇인가. 지금은 경제는 적절한 시기를 놓치지 말아야 하는데 현재 실업 대란을 방치하면 국가재난 수준의 경제 위기를 맞이할 수 있다라는 부분이다.
이런 부분들을 적절히 인식을 하고 국회와 같이 이 난국의 헤쳐나가겠다는 대통령의 의지를 아주 강력한 메시지를 통해서 전달을 한 시정연설이라고 대부분 인식했다.
문 대통령은 시정연설에서 ‘고용절벽’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의 청년 실업과 소득 양극화 심화 현상을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는 상황 인식을 드러냈다. “제발 면접이라도 한번 봤으면 좋겠다”는 취업준비생, “다음 생에는 공부를 잘할게요”라는 말을 남기고 극단적 선택을 한 청년, 과로로 사망한 우편집배원 등의 사례를 들어가며 “국민의 삶이 고단한 근본원인은 바로 일자리”라고 강조했다. 또 “국민의 지갑이 얇아지니 쓰는 돈이 줄고 주로 저소득층이 종사하던 일자리가 줄었다”며 “극심한 내수 불황 속에서 제일 어려운 계층이 벼랑 끝으로 몰렸다”고 지적했다.
호소력을 높이기 위해 시정연설 사상 처음으로 프레젠테이션 자료를 활용하며 연설을 이어 간 문 대통령은 “이런 흐름을 바로잡지 않으면 대다수 국민은 행복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국민은 버틸 힘조차 없는데 기다리라고 할 수는 없다. 국민이 힘들면 지체 없이 손을 내밀어야 한다”며 추경 편성의 당위성을 역설했다.
문 대통령은 “고용 악화와 소득 격차 확대가 계속되면 지속 성장도, 통합된 사회도, 실질적 민주주의도 달성할 수 없다”며 일자리를 늘려 성장을 이루는 경제 패러다임의 대전환을 주문했다. 좋은 일자리가 늘어나면 국민 가처분소득이 증가해 내수가 진작되고 경제도 활성화된다는 이른바 ‘소득주도 성장론’이다.
문 대통령은 약 11조2000억원 규모의 추경안 내용을 청년-여성-노인-지역·국민안전 일자리 순으로 조목조목 상세하게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중소기업이 청년 2명을 채용하면, 추가로 1명을 더 채용할 수 있게끔 추가 고용 1명의 임금을 국가가 3년간 지원하겠다”며 “이로써 5000명의 추가채용이 이뤄질 수 있다”고 이번 추경안의 고용창출 효과를 일례로 소개했다.
연설문에 자주 등장한 단어는 일자리(44번), 청년(33번), 국민(24번), 정부(20번), 추가경정예산·추경(19번), 국회(17번), 고용(11번), 실업·실업자·실업률(11번) 순이었다. 예산 편성권을 가진 국회의 협력을 당부하는 말도 수차례 있었다. 이 대목에선 프레젠테이션 화면에 “함께 갑시다”라는 문구가 떠오르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세수 실적이 좋아 증세나 국채 발행 없이도 추경 편성이 가능하다”며 “이렇게 대응할 여력이 있는데도 손을 놓고 있는다면 정부의 직무유기이고 우리 정치의 직무유기”라고 했다. 또 지난 대선 당시 여야 후보들이 공히 좋은 일자리 창출을 가장 시급한 경제과제로 꼽은 점을 언급하면서 이번 추경안에 육아휴직급여 확대, 국공립 어린이집 확충 등 여야 공통공약이 반영돼 있음을 강조했다.
특히 PPT를 통해 감성적인 호소를 더했다. 연설 내용에 맞춰 준비된 22장의 슬라이드에는 청년층의 팍팍한 삶을 담은 이미지가 포함됐다. 면접을 기다리는 구직자가 손을 모은 채 찍힌 사진 위에는 ‘면접이라도 한번 봤으면 좋겠어요’라는 문구가 적혔다. ‘잘 지내지?’라는 자살 방지 문구가 적힌 한강의 다리 난간도 등장했다. 30분 가까이 연설이 이어지는 동안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15차례 박수로 호응했고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일부 의원들도 함께 손뼉을 쳤다. 그러나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 의원 중에서는 장제원, 김학용 의원 등을 제외하고는 박수를 보낸 의원을 찾기 힘들었다. 한국당은 ‘인사실패 협치포기 문재인 정부 각성하라’, ‘국민약속 5대 원칙 대통령은 이행하라’ 등의 손팻말 문구를 컴퓨터 화면 뒤에 붙인 채 연설을 들었다.
문 대통령은 연설을 마친 뒤 한국당 김성원·곽상도 의원 등을 비롯해 본회의장 앞줄에 앉은 여야 의원들과 악수를 했다. 이어 추미애 대표와 우원식 원내대표 등 민주당 지도부와 인사한 뒤 야당 중진 의원들이 있는 본회의장 뒤편을 찾았다. 한국당 서청원·심재철·정진석·나경원·원유철·이주영 의원, 국민의당 박주선 비상대책위원장과 김동철 원내대표, 박지원·정동영·천정배·주승용·조배숙 의원, 바른정당 주호영 원내대표, 유승민 의원 등과 악수했다. 한국당 정우택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시정연설 전 진행된 간담회에도 불참했다. 문 대통령은 연설을 마치고 본회의장을 퇴장하는 과정에서 정 원내대표와 인사하고 대화를 나눴다. 정 권한대행은 “오늘 차담회에 못 갔는데 (대통령이) 그것 때문에 일부러 자리를 찾아오셨다고 해서 감사하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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