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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산 김덕권 칼럼] 참다운 꼰대..
오피니언

[덕산 김덕권 칼럼] 참다운 꼰대

김덕권 기자 duksan4037@daum.net 입력 2017/06/13 10:11

참다운 꼰대


▲ 덕 산 김 덕 권(길호) 합장   우리말에 ‘꼰대’라는 말이 있습니다. 은어(隱語)로 잔소리가 많은 ‘늙은이’를 이르는 말이지요. 그리고 학생들의 은어로, ‘선생님’을 비하해 이르는 말 같습니다. 꼰대는 ‘번데기 주름살’에서 유래된 것이 아닐까요? 주름살의 대표적인 사물이 이 번데기이기 때문입니다.


'번데기 앞에서 주름잡지 말라'는 속담도 있습니다. 나이 든 사람의 얼굴 모습도 이 번데기처럼 주름이 많습니다. 나이 든 어른들이 이 번데기처럼 주름이 많은 것에 빗대어 ‘꼰데기, 꼰데, 꼰대’라 하지 않았을까요? 사실 이 꼰대라는 말은 ‘어른, 교사, 교장, 아버지, 사장, 두목’등을 지칭합니다.


저 역시 꼰대대열에 들어선지 오래입니다. 그러나 아직 이마에 주름살 하나 없는 것을 보면 꼰대는 아닌 것 같은데, 그래도 젊은이들의 행동에 잔소리를 꽤나 하는 것을 보면 꼰대는 분명 꼰대인 것 같습니다.


미국영화 ‘더 인턴’을 보셨는지요? '로버트 드니로'와 '애니 하서웨이'가 주연한 ‘더 인턴’입니다. 이 영화를 보면 우리가 중년이 되고 노인이 된다는 것은 그리 겁낼 일이 아니라 축복인 것을 새삼 깨닫게 해줍니다. 중년을 지나 이제 노년이 된 로버트 드니로(벤)는 은퇴 후에 일상적인 생활을 하다가 노인인턴 채용을 하는 해서웨이(줄리)의 회사에 지원을 하게 되어 다시 인턴으로 입사하게 됩니다. 재미있게도 그가 다시 입사하게 된 회사는 그가 지난 40년 동안 몸담았던 회사였습니다.


어쨌든 그 누구의 기대도 없었던, 그냥 사회봉사적인 회사의 의무 채용에 벤은 그의 경험과 놀라운 친화력을 살려서 잘 적응을 하며 결국 CEO 줄리의 비서 역할까지 맡게 됩니다. 처음에는 탐탁지 않게 귀찮기만 하던 할아버지 인턴의 존재가 이제 젊은 사장에게는 없어서는 안 될 인생의 ‘멘토’와 같은 존재가 되어가면서 직장 보스와 하부 인턴의 관계를 넘어선 친구가 되어가며 조화롭게 줄리의 인생에 참다운 선생으로, 또 동반자로 남겨지는 따뜻한 내용이었습니다.


어쩌면 이 시대에서는 70살 넘은 노인은 그저 불필요하고 귀찮은 존재로 여겨지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이런 경험 많고 세월을 겪은 사람들에게 지금 우리가 잊고 있는 것은 무엇인지 그리고 배워야 할 것이 무엇인지 배우게 하는 따뜻한 영화가 ‘더 인턴’입니다.


결국 이 영화를 통해서 깊게 느낄 수 있었던 부분은 노인이 되고 나이가 든다는 것은 슬픈 일이 아니라는 생각입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마음을 훈련하여 노년을 보내며 자신을 만들어갈 것인가를 우리 모두 고민해야 꼰대소리를 듣지 않고 노년을 보낼 수 있을 것이 아닌지요?


이 영화에서 눈여겨 볼 점은 꼰대들이 잘 알고 있는 것도 먼저 충고하려 들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도움을 요청하면 간결하게 거들어 스스로 깨우치도록 하는 것이지요. 벤은 이 회사의 부사장까지 지냈지만 인턴사원으로서 본분을 잘 지킵니다. 하찮은 일이라도 주어진 일은 늘 성실하게 처리를 합니다.


그러면서도 자신의 스타일을 유지합니다. 억지로 젊은 스타일을 흉내 내려 애쓰지 않습니다. 옛날 자신이 근무했던 때처럼 서류 가방을 들고 정장을 입고 출근합니다. 디지털 환경에서도 ‘아날로그’ 적인 요소가 필요할 때가 있는 법입니다. 사실 ‘꼰대’와 ‘멘토’는 조그만 차이에서 비롯됩니다. ‘꼰대’와 ‘멘토’는 둘 다 충고를 한다는 점에서는 같습니다. 하지만, 세 가지가 다릅니다.


첫째, 멘토는 남이 요청하면 충고를 해주지만, 꼰대는 자기 마음대로 충고를 합니다.

둘째, 멘토는 미래를 말하지만, 꼰대는 과거만 떠벌립니다.

셋째, 멘토는 자신의 실패 사례도 소개하지만, 꼰대는 자신의 성공 신화만을 말합니다.


위 세 가지 다른 점에서 보듯 꼰대의 가장 큰 착각은 자신을 멘토라고 착각하는 것입니다. 은퇴 후, 6개월 내에 새로운 것을 배운 것이 있는가를 스스로에게 물어보셔나요?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려고 노력하지 않고 자신의 오래된 경험을 일반화해서 남에게 일방적으로 말하면 꼰대라는 소리를 듣기 십상입니다. 나이 들어 꼰대가 되기 싫다 면서도 꼰대를 벗어나려는 노력은 안 한다는 것이 가장 큰 꼰대의 특징이 아닐까요?


아는 것이 많다고, 할 말이 많다고, 멘토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아무튼 꼰대는 말이 많고, 어떤 일에 그냥 지나치지 않는 특성을 지닙니다. 꼰대는 하는 말의 내용이 상당히 중요한 것이 많고 일견 논리정연 합니다. 그러나 방식이 다분히 ‘자기중심적’에다가 ‘과거 지향적’이고 때로는 ‘자기영웅화’에 집중합니다.


지혜가 출중한 사람이 조언을 하는 경우 ‘멘토’라 할 수 있습니다. 멘토는 타인이 요구할 때 조언을 합니다. 하지만, 꼰대는 자기가 내킬 때 합니다. 멘토는 미래를 말합니다. 그러나 꼰대는 과거를 부풀려 말합니다. 멘토는 자신의 비참한 실패도 과감히 들려줍니다. 그렇지만 꼰대는 오직 자신의 성공만 화려하게 떠벌립니다.


그렇다고 우리가 꼰대라고 젊은이들이 불의(不義)를 저지르는 것을 보고 그냥 지나친다면 그건 그야말로 꼰대가 되고 맙니다. 2009년 여름, 영국 남부 해안 도시 본머스에서 10대 폭력배들이 길거리에서 축구를 하다가 시민들에게 행패를 부렸습니다. 이 장면을 지나가던 한 꼰대가 휴대전화 동영상으로 찍으며 야단을 쳤습니다.


그는 폭력배 4명에게 집단폭행을 당해 병원 신세를 졌습니다. 이 꼰대는 이전에도 길거리서 소변보는 깡패들에게 경고를 하다가 “꼰대는 그냥 가!”하며 몰매를 맞을 뻔했는데, 출동한 경찰 때문에 겨우 살았습니다. 이 사람은 사실 보통 꼰대가 아닙니다. 지난 3월 22일 영국 런던 테러 때, 피하지 않고 사건현장에 뛰어들어 칼에 찔린 경찰관을 위해 인공호흡과 지혈을 했던 토비아스 엘우드 씨입니다. 그는 영국의 외무차관이자 보수당 소속 하원의원이지요.


사람의 용기(勇氣)에 세 가지가 있습니다. 하나는 만용(蠻勇)으로 일의 선후를 알지 못하고 완력만 주장하는 것입니다. 둘은 의용(義勇)으로 정의를 세우기 위하여 불의를 치는 것이요, 그리고 셋은 도용(道勇)입니다. 도용은 부정당한 것에는 굽히지 않습니다.  어제 문재인 대통령이 국회에서 '일자리 창출'을 위한 시정연설을  했습니다. 그 내용 중의 하나가 '노인 일자리대책'도 있었습니다. 우리도 다니던 회사에 '노인인턴'으로 들어가 멘토역활을 하는 참다운 꼰대가 되면 어떨 까요!

 

단기 4350년, 불기 2561년, 서기 2017년, 원기 102년 6월 13일

덕 산 김 덕 권(길호) 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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