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프리존= 손상철기자] 야당의 강력한 반발 속에 문재인 대통령이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의 임명을 강행했다. 새 정부 구성을 더는 늦출 수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야3당은 협치가 끝났다고 강력하게 반발하면서 정국은 급속도로 경색되고 있다. 문 대통령이 13일 야당의 반발로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채택이 미뤄지고 있는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를 위원장으로 정식 임명했다. 전날(12일) 국회를 찾아가 시정연설을 하며 '협치'를 강조한 문 대통령이 '임명 강행'이라는 정반대의 카드를 꺼내 든 셈이다.
문 대통령은 전날 김상조 위원장 임명장 수여식에서 "현재 인사청문회가 후보자의 자질·능력 등 정책적 지향을 검증하기보다 흠집내기식으로 하니 정말 좋은 분들이 특별한 흠이 없어도 인사청문회 과정이 싫다는 이유로 고사한 분들이 많다"며 "그런 것 때문에 더 폭넓은 인사를 하는 데 장애가 있다"고 말했다.
김이수 헌법재판소장과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강 후보자 등에 대한 야당의 청문보고서 채택 거부를 새 정부 발목잡기 내지 길들이기로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우선 문 대통령은 국회 외교통일위원회가 청문보고서 채택 시한인 이날을 넘기면 10일 이내의 기한을 정해 국회에 보고서 재송부 요청하는 절차에 들어갈 예정이며, 이후 강 후보자를 임명할 것으로 보인다.
전날 김상조 위원장을 임명했던 것과 같은 방식이다.
청와대는 국회의 보고서 채택 과정을 거쳐 '잡음' 없이 강 후보자를 임명하고 싶어 하지만 야당이 꿈쩍도 않고 있어 이는 요원해 보인다.
정치권과 관가의 시선은 이미 임명 강행 시점에 쏠리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한미정상회담 준비 때문이라도 더는 임명을 늦출 수 없다는 게 청와대의 공통적인 기류"라고 전했다. 최대한 이른 시기에 임명하겠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재송부 요청 기일을 2∼3일로 잡아 17일 또는 18일에는 강 후보자를 임명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때 강 후보자가 임명된다 해도 문 대통령이 한미정상회담을 위해 28일 출국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정상회담 준비 총지휘자인 외교장관 신분으로 불과 열흘의 시간밖에 주어지지 않는 셈이다.
문제는 김 위원장 임명으로 야당이 일제히 반발하고 있는 가운데 또 다시 강 후보자에 대한 임명 절차에 돌입할 경우 협치 정국이 무산되고 정국 경색이 불가피하다는 점이다.
이미 자유한국당은 김 위원장 임명을 '협치파기 선언'로 규정하고 나서 여야관계에 심상찮은 전운이 감도는 분위기다. 당장 추경안에 대한 국회 표결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하지만 청와대 관계자는 "인선과 추경은 별개"라고 선을 그었다.
이 관계자는 이달 하순으로 예정된 김이수 후보자에 대한 국회 표결과 관련해서도 "야당은 김 후보자에 대한 청문 보고서 채택도 못 하겠다는 것 아니냐"고 말해, 김 후보자 표결 문제를 다른 사안과 연계시키지 않겠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우선 국정 초기에 야당의 반대로 국정운영이 발목을 잡혀서는 안 된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윤 수석은 브리핑에서 "김상조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경과보고서를 어제(12일)까지 보내달라고 요청했지만 국회에서 논의되지 않고 기약없이 시간만 지나고 있다"며 "금쪽같은 시간을 허비할 수 없다는 게 저희 판단"이라고 말했다.
앞서 문 대통령은 국회에 청문보고서 마감시한인 12일까지 보고서 채택을 간절히 호소했다. 국회를 찾아 야당(자유한국당 불참)에 협조도 구했다. 하지만, 국회는 오히려 추경안에 대해서도 으름장을 놓으며 청와대를 압박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둘째는 국회가 김 위원장의 반대 이유로 꼽은 위장전입, 논문표절, 다운계약서 작성 등 흠결이 '국민 눈높이'에 부합한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80~90%에 달하는 문 대통령의 높은 국정수행 지지율에 따른 자신감으로 읽힌다.
윤 수석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흠결보다 정책과 능력을 높이 평가하는 국민 눈높이에서 김상조 위원장은 이미 검증을 통과했다"며 "공직자로서 도덕적이고 사회적인 비판이 있지만 중소상공인과 지식인, 경제학자 등 사회 각계 인사들이 그의 도덕적 청렴한 삶을 증명하고 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국민들께서도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으로 인정했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문 대통령의 공약인 재벌개혁 등을 추진할 수 있는 '정책' 능력을 높이 산 것으로 볼 수 있다. 윤 수석은 김 위원장 임명 배경에 대해 "극심한 경제 불평등에서 국민 삶이 위협받고 있는데 자유롭고 공정한 경제질서로 경제민주주의 만들어야 할 때"라며 "김 위원장은 국회 청문회 과정에서 공정한 경제질서를 통해 사회적 불평등과 양극화를 해결할 수 있는 정책적 능력을 갖췄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결론적으로 정권 초기 야당에 끌려 다니는 국정운영을 지양하며, '정책 능력'이 뛰어나고 '흠결'이 있더라도 국민 눈높이에 부합한다면 야당의 반발이 있더라도 임명을 강행하겠다는 게 문 대통령의 인사 원칙인 것이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김 위원장이나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 등에 대해 야당이 제기하는 의혹은 공직을 수행하지 못할 정도의 '흠결'이 아니라는 게 문 대통령의 판단인 것 같다"며 "향후 강 후보자 등에 대해서도 임명을 강행할 수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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