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정부는 사드 배치와 관련해 아무 것도 결정된 바 없다고 하는데도 막무가내 식으로 자기 입장만 얘기하는 강대국의 갑질인 셈이다.
창완취안 중국 국방부장은 지난 4일 서울에서 열린 한중 국방장관회담에서 사드의 한반도 배치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
사드 문제는 당초 의제에 없었다는 점에서 창완취안 부장은 이날 외교적 결례를 감수하고 작심 발언한 것으로 보인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도 지난해 7월 한중 정상회담에서 사드 문제를 직접 거론하며 신중한 처리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말 바꾼 美 국방부 대변인.."사드 공식 협의 없다"
[연합통신넷= 임병용기자] 존 커비 미국 국방부 대변인이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의 한반도 배치 문제와 관련해 "한국과 아무런 공식적 협의를 하고 있지 않다"고 13일(현지시간) 밝혔다.
이는 "한국과 사드 문제를 지속적으로 협의하고 있다"고 했던 지난 10일 발언을 번복한 것이다.
커비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한국 측과 사드 문제와 관련해 공식적인 협의나 논의를 하고 있지 않다"며 "우리는 이 점에 관해 매우 분명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동맹인 한국과 군사적 능력의 전반적 분야를 논의하고 있다"면서 "여기에는 미사일 방어가 포함되지만 사드에 관해서는 협의가 없는 상태"라고 강조했다.
커비 대변인은 지난 10일 브리핑에서는 사드의 한반도 배치 문제와 관련해 "우리 모두 사드 미사일 능력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다'며 "한국 측과 지속적인 협의를 하고 있다"고 말해 실제 협의 여부를 놓고 논란이 일었다.
이에 대한 우리 정부의 입장은 한결같다.
외교부 관계자는 12일 "전략적 모호성이라는 표현은 언론이나 학계의 용어"라며 "정부 당국자가 그 말을 하는 순간 모호성에 따른 이득은 사라지게 된다"고 꼬집었다. 군 내에서도 "사드 배치를 놓고 질문이 거듭되는 와중에 육사 동기인 여당 의원이 전략적 모호성을 거론하니까 장관도 맞장구를 친 것으로 생각된다"면서 "아무리 그렇더라도 군 수장이 전략적 모호성을 직접 말한 건 신중하지 못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한 장관의 발언이 있던 11일 국방부는 그렇지 않아도 사드 배치 문제를 놓고 한바탕 홍역을 치렀다. 존 커비 미 국방부 대변인이 브리핑에서 "사드의 한국 배치에 관해 한국과 지속적인 협의를 하고 있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그간 정부는 "사드 배치를 미 측으로부터 요청 받은 적도, 논의한 적도 없다"고 강조해왔다. 한 순간에 국방부가 거짓말쟁이로 낙인 찍힌 것이다.
논란이 커지자 국방부는 극약 처방도 꺼냈다. 이날 서울에서 한미 양국간 회의에 참석 중이던 데이비드 헬비 미 국방부 부차관보와 국방부 기자단을 전화로 연결해 "미국은 사드의 한국 배치와 관련해 공식이든 비공식이든 논의한 바 없다"는 대답을 끄집어내는 퍼포먼스까지 벌인 것이다.
하지만 한 장관의 국회 발언으로 국방부의 노력은 물거품이 됐다. 당장 중국이 사드 배치와 관련해 한국의 입장을 명쾌하게 밝히라고 요구할 경우 우리 측 입장이 난처해질 수밖에 없다. 실제 중국은 지난해 사드 문제가 거론된 이후 주중 한국대사관과 다양한 외교채널을 통해 우리 정부에 압박을 가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4일 국방부를 찾은 창완취안(常萬全) 중국 국방부장도 한 장관을 만난 자리에서 의제에 없던 사드 문제를 꺼내 우리 측을 당혹하게 한 전례도 있어 한 장관 발언으로 상황은 더 꼬이게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