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프리존= 심종완기자] 고 백남기 농민이 경찰이 쏜 물대포에 맞아 쓰러지고 사흘 뒤, 경찰은 신형 살수차를 동원해 시연에 나섰다. 안전규정 3천 RPM을 넘지 않도록 수압 제한 장치가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문제의 9호 살수차는 구형이어서 수압 제한을 위한 개조가 불가능했다. 지난 2015년 민중총궐기 집회에서 농민 백남기(당시 69세) 씨를 물대포로 쏴 숨지게 한 경찰관이 백 씨가 쓰러진 이유를 음주로 추정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그런데 곳곳에서 경찰의 공개 해명과 다른 부분이 눈에 뛴다. 수압 제한이 걸려 있다던 살수차는 그런 게 안되는 구형이었고, 수십 차례 현장 경험이 있다던 살수차 요원은 그날이 두 번째 날이었다. '서울지방경찰청 청문감사담당관실 보고서'에 따르면, 살수차 조장이자 당시 물대포 세기조절을 담당한 한모 경장은 경찰 조사에서 "백 씨가 넘어진 것은 아마도 나이가 많아 견디는 데 힘이 부족했을 것으로 생각되고 야간 음주로 몸을 가누기가 힘들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진술했다.
경찰 감사에서 9호차 살수 요원은 수압조절장치는 버튼과 엑셀 페달 두 가지인데, 당시 엑셀 페달로 수압을 조절했고 이 장치는 개조가 안 됐다고 털어놨다.지난해 청문회에서 경찰은 살수 요원의 현장 경험이 많다고 증언했다. 이러한 '막말'은 규정을 위반하고 3000rpm 이상의 수압으로 물대포를 쏜 게 아니냐는 조사관의 질문에 한 경장이 "절대 2800rpm 이상 넘긴 적이 없다"고 답하면서 나왔다.
경찰은 이들 실무자 2명에 대해 질의 응답 형식의 조사만 벌인 채 목격자 조사 등은 하지 않았다. 경찰 관계자는 "검찰 조사가 시작돼 감찰을 마무리하지 못한 것이지 부실 감찰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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