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을 앞두고 갖추어야할 세 가지 보물
어제에 이어 오늘도 죽음에 대한 생각을 해 봅니다. 왜냐하면 우리가 ‘잘 죽어야 잘 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태어나고 죽는 것이 인간에게는 가장 큰 일입니다. 그래서 이 태어나고 죽는 일을 우리는 생사대사(生死大事)라고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한국인은 무척 죽음을 외면하려 듭니다. 그래서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좋다.”고 합니다. 가난에 찌들어도, 천대를 받아도, 이 세상에서 사는 것이 좋다는 것입니다. 죽음은 싫다고 합니다. 그뿐이 아닙니다. 삶에 강렬한 애착을 지니지요. 그리고 죽음을 재난으로 생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죽음이 두려운 것입니다.
사실 이 세상에서 가장 억울한 것은 ‘제명대로 못 살고 원통하게 죽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일찍 죽는 것을 요사(夭死), 객지에서 죽는 것을 객사(客死), 횡액으로 죽는 것을 횡사(橫死), 원통하게 죽는 것을 원사(寃死), 분하게 죽는 것은 분사(憤死) 등, 모두 억울한 죽음을 이렇게 표현하는 것입니다.
죽음은 여기에서 끝나지 않습니다. 저승길을 가야 하는 것이지요. 어떤 때는 혼자 가기도 하고 저승사자의 인도를 받아 가기도 합니다. 어쨌든 서러운 길입니다. 명부(冥府)로 가는 여행길은 험난하기 이를 데 없고 함정도 많습니다. 황천강(黃泉江)을 건너면 비로소 도달하게 되는데, 거기에서는 시왕(十王), 또는 십대왕(十大王)의 심판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여기서 생전의 잘잘못에 대하여 엄한 문초를 받게 되는 것입니다.
《반야심경(般若心經)》에는「낳지 않고 사그라지지 않고(不生不滅)」「더럽혀지지도 않고 깨끗해지지도 않고(不垢不淨)」「더해지지 않고 덜해지지 않고(不增不)」라 하였고,「드디어 늙음도 죽음도 없고, 또한 늙음과 죽음이 없어지지도 않게 되는 데 이르는 것이다(乃至 無老死 亦無老死盡)」라 하였습니다.
말하자면,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은 실체(實體)가 없으며, 따라서 낳았다고 말할 수 있는 것도 없고, 사그라져 없어졌다고 말할 수 있는 것도 없으며, 그러므로 더럽혀진 것도 깨끗한 것도, 더해졌느니 덜해졌느니 따질 것도 없다는 것입니다.
실체가 없으니 물질적 현상이나 감각이나 표상이나 의지 · 지식 같은 것이 있을 리 없고, 눈도 코도 귀도 혀도 몸뚱이도 없는 것입니다. 그러니 늙음과 죽음이 있을 수가 없지요. 따라서 삶이 곧 죽음이요, 죽음이 곧 삶이라, 처음부터 구별이 없기 때문에 생사도 없는 것입니다.
사람이 죽을 때는 단지 오온(五蘊 : 色 受 想 行 識)이 다 공(空)이고, 사대(四大 : 地水火風)가 내가 아닙니다. 참 마음은 없어지는 것도 아니고, 오는 것도 아니며, 살았을 때도 성품(性品)은 또한 살지 않았고, 죽을 때도 성품은 또한 떠나가지 않습니다. 그러니까 어쩌면 죽음은 이 티끌세상을 탈출해서 영원한 자유인이 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는 뜻입니다.
이 대자유인이 되는 길은 오직 <정신수양, 사리연구, 작업취사> 이 삼학수행을 통하지 않으면 불가능한 일입니다. 이렇게 삼대력(三大力)을 얻어야 비로소 마음이 거울처럼 맑고, 호수 같이 고요하게 지킬 수 있는 것입니다. 그렇게 되어야 삼세인과(三世因果)에 이끌리거나 얽매이지 않게 되어 자유인이 된다는 것입니다.
서산대사에 의하면, ‘인간은 사대로 이루어지고 오온으로 살아간다.’고 하셨습니다. 죽음에 다다라 사대, 곧 육신이 진정한 ‘나’가 아니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고, 오온, 곧 살아 움직이는 그것이 모두 공(空)이라는 것을 알아차려야 비로소 세간을 벗어난 자유인으로 해방된다는 것입니다. 그렇지 않고 이 세상에서 얽힌 매듭이 조금이라도 남아 있다면 다시 얽매임으로 굴러다니게 된다는 것이지요.
사람이 죽는다는 것은 무(無)로 되는 것이 아닙니다. 매미가 허물을 벗듯이(蟬脫) 훨훨 벗어 던지고 새로운 옷으로 갈아입는 것입니다. 이렇게 낡은 허물을 벗는 것이 죽음이며, 새로운 옷으로 갈아입는 것이 윤회(輪廻)이지요. 새로운 옷이 무슨 빛깔이 되고 어떤 모습이 될지는 이승의 업(業)에 따라 결정이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죽음은 ‘무’가 아닌 동시에 두려워할 일도 슬퍼할 일도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런데 과연 죽음에 다다라 두려워하지 않을 수 있을까요? 중국 정부계의 정보 포털사이트 중국 망(차이나 넷)은, 미국의 저명한 심리학자인 ‘레이몬드 무디(Raymond A.Moody)박사가 임사(臨死)체험자 150명의 증언을 근거로 작성한 ‘임사(臨死)체험’을 소개했습니다. 우리가 죽음의 공포에서 벗어나기 위해 어쩌면 큰 경험이 될 것 같아 알아봅니다.
01. 자신의 죽음의 선고가 들린다.
02. 지금껏 느껴본 적 없는 편안하고 유쾌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03. 알 수없는 목소리가 들려온다. 아름다운 음악소리가 들리기도 한다.
04. 돌연 어두운 터널 속으로 끌려들어 간다.
05. 정신이 육체로부터 벗어나, 외부로부터 자신의 신체를 관찰한다.
06. 아무리 구해 달라고 소리쳐도, 아무에게도 들리지 않는다.
07. 시간 감각이 없어진다.
08. 시각과 청각이 굉장히 민감해 진다.
09. 강한 고독감이 엄습한다.
10. 지금껏 알고 지낸 여러 사람들이 나타난다.
11. ‘빛의 존재’와 만난다.
12. 자신의 인생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간다.
13. 앞으로 나가는 것을 주저하게 된다.
14. 다시 살아난다.
어떻습니까? 우리에게 죽음을 앞두고 갖추어야할 세 가지 보물이 있습니다. 하나는 공덕(功德)이요, 둘은 상생의 선연(善緣)이며, 셋은 청정일념(淸淨一念)입니다. 우리가 아무리 공덕과 선연을 갖추었다 하더라도 평소에 수행을 하지 않은 사람은 다 아상(我相)이나 착심(着心)으로 화합니다. 그러므로 최후의 일념을 청정히 하는 것이 제일 큰 보배가 아니고 무엇일까요!
단기 4350년, 불기 2561년, 서기 2017년, 원기 102년 6월 30일
덕 산 김 덕 권(길호) 합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