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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사의 深怨(심원)에 세운 梵文(범문)의 시집을 만나다..
기획

가족사의 深怨(심원)에 세운 梵文(범문)의 시집을 만나다

박지영 기자 입력 2019/11/25 23:46 수정 2019.12.02 23:11
- 박재홍 시집 『자복(自服)』

한사람의 작가가 11권의 시집을 내는 동안 화두 잡이로 “천륜”을 구르는 것은 우리 문학사에서도 다루기 어려운 소재라고 본다. 천륜은 가족사의 깊은 심원이라고 할 수 있다.

슬픔이 깊어지고 발효되면 울혈이 되어 형상으로 살아온다. 장애를 가지고 굴절된 삶과 왜곡된 사회적 편견 그리고 가정폭력 속에서도 시인의 유년으로부터 지금까지 긍정적 삶의 방향성을 놓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하루의 허물을 털었더니 우수수 짙은 진눈깨비처럼 비늘이 털어졌다.

누군가를 향해 하루치의 미늘이 이러하였을 것이니 참으로 허물 많은 삶이다

앞으로 곤고한 삶은 얼마나 더 많은 죄업이 되어기다리고 있을까?

- 「자복」 전문

금번 작품집에서 드러내고 있는 그의 삶은 곤고하다. 요양원에서 같이 계시던 부모님 중 어머님이 먼저 소천하였고, 어머님의 상을 치르는 자리에서 그 전년도에교통사고를 당한 형의 부고를 들어야 했고, 그 후로 3년 뒤 아버지의 소천을 접했다. 꽃도 진설도 없이 2일장으로 아버지를 보내드린 장애인 아들이 49재 동안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두권의 시집 『모성의 만다라』와 『자복』을 출간하는 것이었다.

누군들 그렇지 않겠는가? 위의 시처럼 ‘하루의 허물이 진눈깨비처럼 혹은 비늘처럼 털어지고, 누군가를 향한 날선 미늘이 되어 저지른 죄업의 삶이고, 앞으로의 얼마나 많은 곤고한 삶이 기다리고 있는가?’라고 되묻는 시인의 시업은 성경에서는 ‘허물없는 자가 죄를 물으라’라는 질문을 하고 있다.

박재홍 시인은 11권의 시집을 상재하는 동안 ‘삭과 망의 기운을 받은 나는 세상에 逆(역)의 기운으로 태어났습니다. 障碍(장애)를 가지고 태어난 것입니다.’ 라고 밝힌바 있다. 逆(역)은 중국에서는 走向新來者(주향신래자)라는 뜻으로“새로운 것을 향해 가다”이다.

놀랍게도 ‘雌雄同體(자웅동체)’의 음양이 그러하듯 소외된 자들을 위한 문화예술의 기능성은 ‘장애인문화운동’의 기능성을 직시하고 있었다. 거기에는 제도개선과 전문성, 역사성과 연대의 비밀이 숨어 있었다. 즉 들숨과 날숨의 기능성이 명쾌하게 스며있는 것이다.

왜곡된 세상에서 보여지는 편협된 사회적 구조에 대한 성실과 실천력 그리고 인식개선 등이 부모의 상중에서도 묵묵하게 걷는 ‘牛步(우보)의 辨(변)’이 시에서는 始終一貫(시종일관) 변하지 않고 있다.

평론가 김종회 교수는 이렇게 말한다. ‘ 이전에 출간된 박재홍 시인의 시집 『모성의 만다라』를 평가하는 글에서 필자는 ‘깨달음과 원융의 사모곡’이란 제목을 붙였다. 뿐 만 아니라 그의 가족을 향한 뜨거운 지향성은 어쩌면 단속(斷續)의 지점이 없는 종교의 그것과 닮아 있다. 그의 종교는 무속이나 불교에 근접한 동양정신의 원형을 가졌다. 이 글의 제목을 ‘가족사의 심원에 세운 범문의 시’라고 명명한 것은 이러한 시집의 특성을 반영하기 위해서였다. ‘심원’은 그윽하고 깊숙한 동산을 말하며 ‘범문’은 범서(梵書)가 범어로 씌어진 글, 곧 불교의 경전이라는 의미에 잇대어서 불교적 가르침을 공여하는 문장이라는 뜻이다.

이 중점적 개념들을 시집 전반에 활용하면서, 박재홍의 시는 스스로의 내면을 드러내고 이를 정화(淨化)하는 ‘자복’의 길을 모색한다. 이 시집의 서두를 점유하고 있는 표제의 시 「자복」은, 스스로 죄를 스스로 고백하고 그에 대한 문책에 복종하겠다는 뜻을 천명하는, 이를테면 이 시집을 관통하는 화두에 해당한다.‘라고 말했다.

자복 이라는 시를 통해 김종회 교수는 ‘아마도 그러한 시적 일관성이야말로 이 시집을 독창적 감성을 촉발하는 문학적 성과에 이르도록 견인했을 것이다. 그런데 그의 반성적 성찰은 언제나 어머니와 아버지, 그리고 가족 구성원에 대한 자책감 또는 죄의식에 잇대어져 있다.’라고 말하며 ‘자기 삶에 대한 전방위적 성찰과 회오의 진술은 시집 전반에 걸쳐 동일한 유형으로 등장한다. 아마도 그러한 시적 일관성이야말로 이 시집을 독창적 감성을 촉발하는 문학적 성과에 이르도록 견인했을 것이다. ’라고 추론하고 있다.

독자는 박재홍 시집 『자복』을 통하여 매우 선명하고 독특한 언어의 숲을 형성한 시집이 여기 있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라고 한  평론가 김종회 교수의 말미의 결어처럼  7년동안 동행한 사람으로서 시의 놀라운 참모습을 경험한 사례로 기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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