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프리존=심종완기자]햄버거병'에 대한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일명 '햄버거병' 사태가 일파만파 커지면서 소비자와 누리꾼 사이에서 '햄버거 포비아'(햄버거 공포증)가 확산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고기패티가 덜 익은 맥도날드 햄버거를 먹은 어린이가 용혈성요독증후군(HUS·속칭 햄버거병)에 걸렸다는 주장이 제기된 이후 육아 관련 카페 등 인터넷 카페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상에서는 관련 게시물이 쏟아지고 있다. 최근 4살바기 여자아이가 햄버거를 먹은 후 용혈성요독증후군(HUS·Hemolytic Uremic Syndrome) 진단을 받아 신장의 90%를 잃고 하루 10시간씩 복막투석을 하게 된 사건이 발생했다.
HUS가 다소 생소한 질병이다보니 발병의 원인 및 증상을 묻는 게시물과 함께 '불안하니 앞으론 아이한테 안 먹이겠다'는 취지의 게시글도 적지 않다. 일부는 맥도날드에 대한 '불매운동'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지난 5일 최은주씨는 자신의 딸 A양(사건 당시 4세)이 햄버거를 먹은 후 용혈성요독증후군(HUS)에 걸려 신장 기능을 잃었다며 한국맥도날드를 검찰에 고소했다. 논란의 중심에 있는 맥도날드는 "언론 보도가 나온 지 얼마 안 돼 매출 영향은 파악이 안 된다"는 입장이지만, 일선 매장에서는 이미 여파를 실감하고 있다.
실제로 기자가 찾은 서울 시내 한 맥도날드 매장의 직원은 "우리 매장 같은 경우 주변에 초·중학교와 학원이 있어 학생들이 단체로 하굣길에 오거나 부모와 함께 오는 경우가 많다"며 "확실히 요 며칠 어린 자녀를 데리고 오는 손님이 체감상 평소대비 30∼40% 이상 줄어든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매장의 또 다른 직원은 "주문할 때 '고기패티 좀 확실하게 익혀달라'고 하는 손님들도 생겼다"며 "근무하면서 그런 말을 들은 건 처음"이라고 말했다.
설사에 피가 섞여 나올 정도로 상태가 심각해져 사흘 후 중환자실에 입원했고 출혈성 장염에 이은 용혈성요독증후군 진단을 받은 뒤 2달 후 퇴원했지만, 신장장애 2급의 심각한 장애를 갖게 됐다. A양은 현재 신장의 90%를 잃고 하루 10시간씩 복막투석을 하고 있다. 최씨는 맥도날드 해피밀 세트를 먹은 딸(4)이 용혈성요독증후군에 걸려 신장장애를 갖게 되었다며 이날 검찰에 한국맥도날드 유한회사에 대한 고소장을 접수했다.
최씨와 피해자 측 황다연 변호사에 따르면 A양은 지난해 9월 집 근처 맥도날드 매장에서 햄버거를 먹고 2~3시간 후 복통을 호소했다. 상태가 심각해져 설사에 피가 섞여 나올 지경에 이르자 3일 뒤 중환자실에 입원, 출혈성 장염에 이어 용혈성요독증후군 진단을 받았다`며, `용혈성요독증후군은 주로 고기를 갈아서 덜 익혀 조리한 음식을 먹었을 때 발병한다`고 주장했다.
문제는 햄버거를 아예 꺼리는 분위기가 업계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맥도날드 외 다른 버거 전문점들은 표면적으로는 '맥도날드와 패티 제조 방식이 다르다'며 선을 긋는 분위기이지만, 자칫 이번 사태가 업계 전반의 매출 하락으로 이어질까 노심초사하는 분위기다.
치킨·버거 전문점 맘스터치 관계자는 "이번 주말을 포함해 일주일 정도는 더 매출 추이를 지켜봐야 할 것 같다"면서도 "수치상으론 집계가 안 되지만 체감상 이번 사태의 영향이 전혀 없진 않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판매 중인 제품이 대부분 치킨버거이고 튀기는 방식이라 갈아 만든 고기패티와는 연관이 없다"며 "거의 유일하게 소고기 패티를 사용하는 불고기 버거의 경우 안 익는 부분이 없도록 아예 분쇄 후 초벌을 한 뒤 얼려 납품받는 등 제조 과정을 철저히 지키고 있다"고 말했다.
버거킹의 경우 패티 제조 과정을 다시 들여다보고 있다.
버거킹 관계자는 "매출 관련해서는 뚜렷하게 나타나는 건 없다"면서도 "고기패티와 관련해 제조 매뉴얼과 가이드라인이 있지만 최근 식약처 공문도 오고 해서 제조 전 과정을 다시 점검 중"이라고 밝혔다.
롯데리아는 "원래 6∼7월이 휴가에 장마철 등으로 식중독 발생 가능성이 큰 시기여서 매장별 불시 위생 점검을 강화하는 등 특별히 더 신경 쓰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 당사자인 최은주 씨는 지난해 9월 맥도날드 해피밀 세트를 먹은 딸(4)이 HUS에 걸려 신장장애를 갖게 되었다며 지난 5일 검찰에 맥도날드를 식품안전법 위반 등 혐의로 고소했다.
어머니 최씨에 따르면 그의 딸은 경기도 평택에 있는 한 맥도날드 매장에서 햄버거를 먹고 2∼3시간 뒤 복통을 느꼈다. 상태가 심각해져 설사에 피가 섞여 나오자 3일 뒤 중환자실에 입원했고, HUS 진단을 받았다.
최씨의 딸은 2달 뒤 퇴원했지만, 신장이 90% 가까이 손상돼 배에 뚫어놓은 구멍을 통해 하루 10시간씩 복막투석을 하고 있다.
맥도날드 측은 "해당 고객은 발병 원인으로 수입 쇠고기를 언급했지만, 사건 당일 고객이 먹은 제품에 사용된 패티의 원재료는 국산 돈육이고 내장 등이 포함돼 있지 않다"며 "당일 같은 제품이 300여개 판매됐지만 제품 이상이나 건강 이상 사례가 보고·접수된 바 없다"며 피해 고객의 주장을 사실상 전면 부인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는 7일 성명을 내고 "맥도날드는 해당 사건에 대해 햄버거 조리 시 문제는 없었는지 철저하고 정확한 진상규명과 동시에 진정성 있는 피해대책 마련 등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때문에 맥도날드도 직원들에게 고기를 완벽하게 익히도록 교육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맥도날드는 자사 햄버거가 A양의 용혈성요독증후군을 일으켰다는 점에 대해서는 일단 선을 그었다.
맥도날드는 "당사는 식품 안전을 최우선 가치로 여기고 있으며, 이번 사안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다"며 "이번 조사를 통해 정확한 원인이 밝혀지기를 바라며, 앞으로 이뤄질 조사에 적극 협조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햄버거병이 알려지자 누리꾼 'love****'는 자신의 사회관계망(SNS)에 "햄버거 하나 잘못 먹어서 평생 투석하고 살아야 한다니 아이가 너무 힘들겠어요"라는 글을 남겼다.
'sist****'는 "나도 4살 딸이 있고, 지난번에 햄버거를 같이 먹었다"며 "나에게도 생길 수 있는 일"이라고 우려했다. 또 "맥도날드는 해당 피해 아동과 부모에게 제대로 된 사과와 보상을 해줘라. 한국에서 영영 퇴출당하기 싫으면…"이라고도 밝혔다.
협의회는 또 "식품의약품안전처는 각 패스트푸드점의 햄버거 패티의 실태조사·성분공개와 이를 토대로 한 축산가공식품(분쇄가공육)의 위기대응관리 메뉴얼을 마련하라"며 "종업원에 대해서도 의무적으로 교육을 받도록 법령을 강화해야 한다"고 관계당국에 요구했다.
이 밖에 역학조사 시스템 마련 및 패스트푸드 작업장에 대한 '위해요소 중점관리 우수식품'(HACCP) 인증 의무화 등도 도입하라고 촉구했다.
햄버거 이외에 최근 물의를 빚은 피자와 치킨 등의 여파로 외식 프랜차이즈 업계 전반으로 매출 감소 등의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litim@nav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