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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산 김덕권 칼럼] 덕근복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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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산 김덕권 칼럼] 덕근복당

김덕권 기자 duksan4037@daum.net 입력 2017/07/12 11:36

덕근복당

 

▲ 김덕권 전 문입협회장,칼럼니스트덕근복당(德根福堂)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 말은 <오월춘추(吳越春秋)>에서 ‘화(禍)는 덕의 뿌리가 되고, 근심은 복이 드는 집이 된다(禍爲德根, 憂爲福堂)’고 한 것에서 비롯된 것이라 합니다. 선조 때, 정온(鄭蘊 : 1569~1641)이 1614년 2월, 영창대군 복위상소를 올렸다가 의금부에 투옥되었습니다.

 

이 정온이 감옥에 들며 지은 시에도 복당이라는 얘기가 나옵니다.「政是三三節, 笙歌處處聞. 如何負, 獨入福堂門)」‘삼월이라 삼짇날, 젓대 소리 들려온다. 어이해 포승 묶여, 복당 문(福堂門)에 혼자 드나’ 그리고 정온은 그해 가을에 제주도 대정 현에 위리안치(圍籬安置)되었습니다. 그 후, 10년 동안 정온은 인조반정으로 풀려날 때까지 오로지 학문에만 몰두하며 시련의 시간을 성장의 동력으로 바꿔나갔습니다.

 

이와 같이 예로부터 선인(先人)들은 오히려 감옥을 복당(福堂)이라 했습니다. 사람들이 감옥을 ‘복당’이라 하는 까닭은 <위서(魏書)> ‘형벌지(刑罰志)’에도 나옵니다. 현조(顯祖)가 “사람이 갇혀 고생하면 착하게 살려고 생각한다. 그래서 감방과 복당이 함께 사는 셈이다. 짐은 회개시켜 가벼운 용서를 더하고자 한다(夫人幽苦則思善. 故囹圄與福堂同居. 朕欲改悔, 而加以輕恕耳)”고 했지요.

 

인간이 재앙을 돌려 덕의 뿌리로 삼고, 근심을 바꿔 복이 깃드는 집으로 만드는 힘은 오직 수행(修行)에서 나옵니다. 사람들이 시련 앞에 그 인격이 속절없이 무너지고 마는 것은 수행을 통해 인품을 도야(陶冶)하지 않았기 때문이 아닐까요?

 

김윤식(金允植 : 1835~1922)이 감옥에 갇힌 아들의 안위를 근심하며 쓴 시에서 이렇게 썼습니다.「군자는 궁할 때 굳게 지킴을 귀히 여기니, 환난에도 평소대로 행동한다./ 고요를 길러 신기(神氣)를 온전히 하면/ 봄바람이 폐부에서 일어나리라./ 감방을 복당이라 얘기하는데/ 이 말이 참으로 틀리지 않네.(君子貴固窮, 患難行其素. 養靜神氣全, 春風生肺腑. 囹圄稱福堂, 此語定不誤).」

 

《논어(論語)》에서도 “군자는 곤궁 속에서도 굳세지만, 소인은 궁하면 멋대로 군다(君子固窮, 小人窮斯濫矣)”고 했습니다. 그런데 이와 같이 감옥이 오히려 복당으로 만들 절호의 기회인데도 불구하고 요즘 감옥에 있는 박근혜 전 대통령(65)이 7월 10일 열린 자신의 재판에 ‘발 통증’을 이유로 출석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박 전 대통령이 자신의 재판에 출석하지 않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하네요. 박근혜 전 대통령은 이날 오후 증인으로 나올 예정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의 ‘법정대면’을 무산시킨 것입니다. 그런데 박 전 대통령의 변호인은 “치료 상황을 봐야겠지만, 내일부터는 바로 출석할 예정”이라고 전했습니다.

 

아직 박근혜 전 대통령은 ‘덕근복당’이라는 말을 모르는 것 같습니다. 지금 영어(囹圄)의 몸으로 있을 때가 그간 배우지 못하고 닦지 못한 인격을 도야할 절호의 기회건만 박근혜 전 대통령은 허송세월을 하는 것 같아 안타깝기 짝이 없습니다.

 

복(福)을 받으려면 재판에 성실하게 임해 지금 당하고 있는 운(運)을 좋은 쪽으로 돌리는 것이 복 받는 길임을 어찌 모를까요? 그러면, 운은 무엇이고 좋은 운은 무엇이며, 나쁜 운은 무엇인가요? 예로부터 운을 말할 때는 명(命)을 함께 묶어서 ‘운명(運命)’이라 했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복 받고 잘 사는 것도 운명이고, 매사에 되는 일이 없고 죽을 고생을 하며 힘겹게 사는 것도 운명입니다.

 

그렇다면 누구나 운명을 좋게 바꾸면 복 받게 되고 행복한 삶을 영위할 수 있습니다. 운(運)자는 움직일 운, 행할 운, 운전할 운, 옮길 운, 운수 운으로 그 뜻이 고정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렇게 운명은 움직이고 변화하며 바꿀 수도 있고 옮길 수도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명(命)자는 목숨 명, 명령 명, 시킬 명, 운수 명으로 고정 불변으로 바꿀 수도 없고 옮길 수도 없는 고정적인 것입니다. 그래서 명은 천명이고, 숙명이며 무조건 따라야 하는 명령인 것이니 어찌할 수가 없는 것이지요. 그러니까 운명(運命)이란 두 글자 중에 운(運)은 움직이고 변할 수 있는 것이고, 명(命)은 움직일 수 없는 고정된 숙명이기에 운명(運命)중에서 명(命)을 바꿀 수는 없으나 운(運)을 바꿀 수는 있습니다.

 

운이 나쁘더라도 우리가 운을 좋게 바꾸면 하는 일이 잘 성취되고, 복 받고 행복한 삶이 될 수 있는 것입니다. 그 운을 좋게 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먹는 음식에 따라 건강하게 살 수도 있고, 병들어 신음할 수도 있습니다. 건강한 몸에서 바른 생각이 나오고, 건강하고 바른 생각에서 좋은 운도 따르는 것이지요.

 

그렇습니다. 건강하고 바른 생각에서 좋은 운도 따릅니다. 그것이 순리(順理) 아닌가요? 순(順)이라 함은 저 춘하추동 사시(四時)의 변천이 차서(次序)를 잃지 않고, 모든 일에 그 순서를 찾아서 행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역(逆)이라 함은 일의 순서를 알지 못하고 자신의 힘에 감당 못할 일을 억지로 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사람이 무슨 일을 할 때에는 먼저 이 ‘순과 역’을 잘 구분해서 순을 주로 행하고 나면 바로 이것이 운명을 바꾸는 지름길이 될 것입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이 운명을 바꾸는 법을 깨닫고 지금 받고 있는 감옥생활도 원인 없는 결과는 없다는 것을 알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지금의 처지를 순리로 알고 모든 재판에 성실하게 응하면 아마 더 좋은 결과를 얻지 않을 까 생각이 드네요.

 

어리석은 사람은 복을 받기는 좋아하나 복을 짓기는 싫어하고, 화(禍)를 받기는 싫어하나 죄를 짓기는 좋아합니다. 그러나 지혜 있는 사람은 지위의 고하를 막론하고 거짓 없이 그 일에만 충실하므로 갈수록 그 일과 공덕이 찬란하게 드러나게 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어리석은 사람은 그 일에는 충실하지 아니하면서 이름과 공(功)만을 구하므로 결국 이름과 공도 헛되이 없어지고 마는 것이지요.

 

원인 없는 결과는 없습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왜 영어의 몸이 되었는지 참회 반성하고, 감옥을 오히려 덕의 뿌리요, 복당이라고 생각하면 이 오욕스러운 운명을 자신은 물론 온 국민의 복조(福祚)로 다가올 것이 아닌지요!

 

단기 4350년, 불기 2561년, 서기 2017년, 원기 102년 7월 12일

덕 산 김 덕 권(길호) 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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