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이 무슨 농사를 지어야 하나. 농사를 지을 게 없다. 정부는 수십 년동안 개방정책을 추진했다. 513%로 수입쌀에 고율의 관세를 붙이겠다는데 아무도 안 믿는다. 언제까지 관세를 지키겠나. 농민은 쌀 관세화가 무효임을 선언한다. 농민을 무시하고 쌀개방 추진하면 박근혜 정부 퇴출시킬 것이다” (남주성 전농 경북도연맹 의장)
정부가 내년 수입쌀 관세율을 513% 결정하자 전국의 농민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경북지역 농민 1천여 명도 새누리당사 앞에서 집회를 열고 나락을 태우며 항의하자, 경찰은 최루액을 뿌리며 막아섰다.
전농 경북도연맹·전국여성농민회 경북연합·가톨릭농민회 안동교구연합회는 18일 오후 3시 40분 대구시 수성구 새누리당 대구시당, 경북도당 앞에서 ‘2014 경북농민대회’를 개최했다. 참가자 1000여 명은 앞서 오후 2시 대구시 국채보상공원에서 집회를 열고 행진으로 새누리당사 앞까지 이동했다.
이들은 ‘박근혜 정부’라고 적힌 상여를 쌀 등 농산물과 함께 불태우고 새누리당 경북도당 당사에 항의서한을 전달하려 했으나 경찰의 제지로 당사에 들어가지 못했다. 이날 경찰과의 충돌로 연행자는 없었다. 경찰 관계자는 “상여를 불태우는 것은 아직 판례가 없다. 불법행위는 처벌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항의서한을 통해 “경북은 대표적 농도로 전국 쌀 생산 14%를 차지해 피해를 가히 상상도 못한다”며 새누리당에 ▲쌀 관세화 전면개방 선언 철회
▲한·중 FTA 즉각 중단 ▲농산물가격 폭락 대책 수립하고 농민생존권을 보장할 것을 요구했다.
앞서, 결의대회에서 채상은 전농 부의장은 “513%는 높은 관세율이 아니다. 일본은 1,000%가 넘는 관세화로 시장개방 했다. 정부는 WTO에서 협상도 제대로 안 해보고 일방적으로 관세화 하겠다고 한다”며 “이에 지도부가 오늘 아침 당정협의에 가서 계란과 고춧가루를 투척했다. 이것이 우리의 생존권 투쟁이다. 죽기 각오하고 투쟁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창호 전농 영주시농민회 사무국장은 “쌀 관세화 못 막아내면 10년 20년 뒤에는 쌀 가격이 밀가루처럼 올라갈 것이다. 농민만의 문제가 아니다”며 “박근혜 정부는 나서서 서민 주머니를 털고 있다. 경상도에서 박근혜를 찍었는데 농산물가격 폭락으로 발등 찍으면 누구한테 하소연을 해야 하나. 아직 새누리당이 국회에서 방망이 두드리기 까지 시간은 좀 남았다. 새누리당에 가서 항의하자”고 주장했다.
한편, 정부는 쌀 관세화로 내년 1월부터 즉각 쌀 시장이 개방될 것처럼 말하지만 실제 쌀 시장 개방을 위해서는 양곡관리법, 관세법 등 관계법령 개정을 위한 국회 비준동의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어 논란의 여지가 있다.
농민대회를 지켜보던 오 모씨(36, 동구)는 “쌀 개방은 잘 모르지만 농민이 싫어하면 정부가 추진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수입쌀이 들어오면 우리 먹거리 안전이 위협 받을 것 같다. 우리 집에서는 수입쌀은 안 사먹는데 식당에서 수입쌀을 쓸 것이 걱정이다”고 말했고 박희득(79, 중구) 씨는 “농민도 살아야한다. 수입쌀이나 채소는 믿고 사먹을 수가 없다. 쌀 개방으로 수입쌀이 들어오면 가격이 싸도 내가 사먹지는 않을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한편, 농림축산식품부와 산업통상자원부, 새누리당은 18일 오전 당정회의에서 쌀 관세율 513%를 확정한 바 있다. 이날 전국에서 100여 개의 시·군·여성·가톨릭농민회는 각 시·군에서 쌀 관세화에 반대하는 집회를 개최했다.
27일 이들은 서울시 청계광장에서 쌀 전면개방 중단과 식량주권 사수를 위한 2차 범국민대회를 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