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임인사가 끝나자 곧 교가가 이어졌고 학생들은 각자 교실로 흩어지기 시작하였다. 조회대 맨 앞에서 학생들을 지켜보던 교사들은 모두 새로운 교장에게 호감을 보이는 분위기였다.
“교장 선생님 훈화말씀 정말 좋았어요!”
“맞아요. 전번 교장은 어디 그런 좋은 말이나 해주었나요? 그저 고함이나 버럭 지르고 학생들을 혼내주는 분위기였지요!”
“머리에 든 것 없이 그저 출세를 위한 점수 따는 데만 혈안이 되어 알랑방구나 잘하여 교장이 된 듯하고 어디 교양 있는 책을 읽었겠어. 말하는데도 구시대적인 아집과 권위의식만 높아가지고 말이야”
“맞는 말이야! 이제 그런 구시대적 교장이 물러났으니 속이 후련하구먼.”
“그런데 이번에 새로 부임하신 교장은 한 번 들어도 책도 많이 읽고 뭔가를 아시는 분 같아요. 어휘력도 풍부하시고요. 안 그래요, 임 선생?”
“아, 네, 좋으신 분 같아요.”
“그러니까 지도자 한 사람이 얼마나 중요한가 실감이 난다니까요.”
여론에 이전 교장에 대한 악평에 교무부장 조덕자도 한마디 끼어들었다.
“그래, 그 교장 잘 물러갔어. 싸이코 기질이 좀 있었잖아. 아, 오직 하면 교감선생이 네로황제라고 하였겠어. 까다롭고 변덕이 심하고 다혈질인데다가…….”
인간은 저토록 간사하단 말인가! 이전 교장에게 착 달라붙어서 갖은 아부를 다하여 총애를 받던 교무부장은 어느새 물러난 최정오 교장을 비판하며 고개를 설레설레 저어댔다. 임초애는 저렇게도 사람의 마음이 빨리 변할 수 있는지 의아스러웠다. 그러면서 한기수 교장에게 이제 어떻게 대할 것인가는 뻔하였다. 벌써부터 새로운 한 교장에게 잘 보이려고 애쓰는 움직임이 진행되고 있었다.
“퇴직한 최정오 교장과 언제 함께 저녁식사 해야지 않나?”
“뭐하러? 이젠 우리와는 별 볼일 없는 양반인데….”
“그래도 성과급 일등급을 주셔서 덕을 많이 보았잖아, 인간적으로 어떻게 그럴 수 있나!”
“퇴직하면 뭐 동네 할아버지처럼 초라하게 보이더군. 그냥 지나가지 뭘 그리 신경 쓰나. 이젠 새로 오신 교장 선생님께 잘하면 되는 거야!”
김미순은 좀 서운한 표정을 지었다.
“새로운 교장 선생님은 오늘 부임하신 날이니까 저녁식사 모시고 함께 하여야 하지 않을까? 어디 마땅한 장소를 좀 알아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