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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분석]내년부터 순차도입하는 고교학점제 꼼꼼히 들여다..
사회

[뉴스분석]내년부터 순차도입하는 고교학점제 꼼꼼히 들여다보니

온라인뉴스 기자 입력 2017/07/20 13:21
文대통령 교육공약 1호 ‘첫발’ 
 자율형공립고인 신현고에는 학생들이 ‘선택’할 수 있는 교과목이 다음 학기에 모두 80여개 개설됐다. 문·이과로 구성된 다른 학교들과 달리 신현고 학생들은 자연이공, 수리과학, 인문사회, 제2외국어의 4개 집중과정 중 하나를 희망 진로에 따라 선택한다. 학기초에 학교가 정해주는 시간표대로 수업을 듣는 대신, 세부 교과목들을 선택해 직접 시간표를 짠다. 교사 1명이 여러 과목을 담당하고, 어려울 경우 순회교사와 외부교사도 적극 활용한다. 매학기 말 선택교과를 조사해 다음 학기 교육과정을 짤 때 반영한다. 학생이 선택한 교과목은 수강인원이 소수여도 의미가 있다고 판단될 경우 개설하는 것이 원칙이다. 올해는 수강생이 6명뿐인 수업도 있다. ‘공강시간’에는 자습실이나 도서실 등에서 개인 공부를 한다. 
 
고교학점제와 유사한 완전개방형 선택 교육과정을 8년째 운영하는 서울 도봉고에서도 마찬가지 풍경이 펼쳐진다. 1학년 학생들은 학급 단위로 이동해 수업을 듣고, 2~3학년은 개인별 시간표에 따라 이동 수업을 한다. 2학년에는 22개 과목, 3학년에는 23개 과목이 개설돼 있다. 신청자가 많은 과목은 여러 반으로 나눠 수업을 하기도 한다. 학생들은 복도 한가운데의 사물함에서 각자 책을 꺼내 교과교실을 돌아다니며 수업을 듣는다. 
 
문재인 정부의 핵심 교육공약이었던 ‘고교학점제’가 내년부터 순차적으로 도입되면 이런 학교 풍경이 익숙해질 수 있다.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19일 100대 국정과제를 발표하며 고교학점제를 내년부터 도입해 확대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교육부 관계자는 “2018년에 연구학교를 지정해 시범운영해 보고 단계적으로 확대해 2022년에 전면 도입하는 것으로 계획하고 있다”며 “여건이 갖춰진 학교를 중심으로 먼저 도입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연구학교가 몇 개나 될 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내년부터 학교 현장에 적용되는 2015 개정 교육과정은 필수교과를 최소화하고 학생 선택과목을 크게 늘리게 했다. 고교학점제는 그 취지를 따르는 제도다. 이 교육과정은 고교 1학년 때 공통과목을 듣고, 그 이후에는 진로와 적성에 맞게 다양한 선택 과목을 이수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현재 일선 학교에 적용되고 있는 2009 개정 교육과정도 학생들의 과목 선택권을 보장하자는 취지로 만들어졌으나 교원 수급이나 학교시설 등의 문제로 과목 선택권이 실제로 보장되는 학교는 드물었다. 그래서 교육부는 지난 정부 시절부터 고교학점제 도입을 중장기 과제로 추진해왔다. 김상곤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이 취임한 직후에는 교육부 내에 고교학점제정책팀이 신설돼 제도 도입을 본격 준비하고 있다.
 
1학년 때 듣는 필수과목을 제외한 대부분의 과목을 학생들이 고를 수 있게 되면 학교 현장은 수업뿐 아니라 평가와 시설 등에서 크게 달라질 수밖에 없다. 이 제도를 먼저 경험한 학교들은 과도한 입시 부담을 덜고 진로와 적성에 따른 수업을 할 수 있어 학생들이 흥미를 가지고 수업에 참여한다고 입을 모은다. 최영선 신현고 교감은 “본인이 선택한 과목을 듣는 학생들의 수업 만족도가 높고 학부모들도 만족하고 있어 우리 학교가 택한 방향이 맞다고 생각한다”며 “교사 입장에서도 흥미없는 수업시간에 잠을 자는 아이들을 지켜보는 것과 어려움은 있지만 적극적으로 호응하는 학생들과 눈을 마주쳐가며 수업을 하는 것 중 무엇이 나은지는 선택의 문제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선영규 도봉고 교무부장은 지난달 국정기획위와의 간담회에서 “학생들의 실질적 선택권을 보장할 수 있는 게 가장 큰 장점”이라며 “희망 진로와 적성에 맞춰 공부하게 하니까 학생들의 만족도가 올라갔고, 학급 단위로 발생하는 따돌림 같은 문제들도 줄었다”고 말했다. 
 
8월 개편이 예고된 고등학교 내신 평가 방식도 절대평가제로 바뀔 가능성이 크다. 현실적으로 고교 교육의 초점이 대입에 맞춰져 있는 상황에서 상대평가제를 그대로 두면 좋은 성적을 받기 쉬운 대형강의에 학생들이 몰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조창완 좋은교사운동 교육연구위원장은 “학생들에게 교과 선택권을 준다는 취지를 살리려면 수강인원이 적은 과목도 개설해야 하기 때문에 절대평가와 교사별 평가가 도입돼야 한다”고 말했다. 학교 공간은 교과교실 위주로 재편될 것으로 보인다. 책을 보관할 수 있는 대형 사물함과 학생들이 공강시간에 자율학습을 할 수 있는 자습실 등도 필요해져 학교공간의 대규모 변화도 불가피하다. 
 
그러나 입시에 유리한 과목으로 몰릴 것이라는 우려는 여전하다. 교사들이 자신의 전공과목이 아닌 교과목을 가르쳐야 할 수도 있다. 학생수가 적은 학교들은 운영하기 어렵다는 점도 문제다. 학교 통폐합이 가속화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교총이 지난달 말 전국 초중고 교원 2077명에게 물었을 때 고교학점제에 부정적이라는 응답(47.4%)이 긍정적이라는 응답(42.3%)보다 조금 많았다. 
▲ 지난달 2일 오전 서울 도봉고등학교에서 열린 고교 학점제 현장 간담회에서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위원들이 수업 참관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내년 서울 모든 일반·자율고에 ‘고교학점제’ 
 
고교 2학년인 재범(가명)이의 오늘 수업은 1교시 세계지리, 2교시 여행지리, 3교시 영어권 문화다. 여행가가 꿈인 재범이는 하루쯤은 내 꿈에 투자하는 수업을 듣고 싶어 직접 골랐다. 영어권 문화 수업에는 1·3학년이 섞여 있다. 대학수학능력시험 부담이 적은 2학년 땐 내 꿈에 집중하고 싶어서 수능 공통과목 수를 최소한으로 줄였다. 
 
문재인 대통령 교육공약 1호인 고교학점제가 도입되면 바뀌는 고교 풍경이다. 내년부터는 서울지역 모든 고등학교에 이런 고교학점제 초기 모델인 ‘개방형 선택 교육과정’이 전면 적용된다. 고교생도 대학생처럼 학년에 관계없이 원하는 과목을 선택해 듣고 학점을 채우면 졸업하도록 하는 제도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18일 “서울 모든 일반고·자율형 사립고에 공문을 보내 내년 교육과정 편성 시 문·이과 구별을 없애고 개방형 교육과정을 도입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내년 고1 학생들은 국어, 영어, 수학, 한국사, 통합사회, 통합과학 등 공통과목을 이수하면서 진로에 따라 각자 일부 과목을 선택할 수 있다. 시교육청은 최근 ‘교과영역 내 개방’, ‘영역 간 부분 개방’, ‘영역 간 전면 개방’에 2개씩 모두 6개 모형 개발을 완료하고 고교에 보급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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