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원은 '90% 내면 합의' 역제안…고객은 '거부
[연합통신넷=이형노기자] 강남의 한 은행에서 고객에게 실수로 6천달러를 6만달러로 지급한 황당한 사건이 발생한 가운데 해당 고객이 은행에 피해를 반씩 부담하자고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고객은 사건이 불거진 직후 돈 봉투를 분실했다고 주장하고 있다도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13일 IT 사업가 A(51)씨는 지난 10일 오후 2시께 강남구 삼성동 모 시중은행 지점 직원 정모(38·여)씨에게 전화를 걸어 합의를 제안했다. 정씨는 지난 3일 오후 한국 돈 500만원을 싱가포르화 6천달러로 환전하려는 A씨에게 100달러 지폐 60장을 내주려다 실수로 1천달러 지폐 60장을 내줬다.
원래 내줘야 할 금액(486만여원)보다 4천375만여원을 더 준 것인데, A씨가 "돈 봉투에 든 내용물을 보지 못했고 그 봉투도 분실했다"며 반환을 거부하면서 정씨는 그만큼을 사비로 채워넣은 것으로 전해졌다. 그런데 A씨가 정씨에게 "4천400만원 정도 피해를 본 것이니 피해를 반분해 각자 2천200만원씩 부담하자"고 제안했다는 것이다.
남편과 상의해야 한다며 전화를 끊은 정씨는 같은 날 저녁 "90%를 준다면 합의하겠다"고 역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자 A씨는 "뭔가 오해하고 계신 것 같은데 제가 돈을 가져갔다고 생각하시는 것 같다"며 이를 거절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런데 A씨가 정씨에게 “4400만원 정도 피해를 본 것이니 피해를 반분해 각자 2200만원씩 부담하자”고 제안했다. 남편과 상의해야 한다며 전화를 끊은 정씨는 같은 날 저녁 “90%를 준다면 합의하겠다”고 역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자 A씨는 “뭔가 오해하고 계신 것 같은데 제가 돈을 가져갔다고 생각하시는 것 같다”며 이를 거절했다.
A씨는 “사건을 크게 만들지 말고 합의를 보라고 지인들이 권했고, 변호사도 재판까지 가면 판례상 돈을 전혀 물어주지 않을 수는 없다고 했다”고 말했다. 그는 “나는 큰 사업 건을 앞두고 있어 이 정도 돈으로 논란에 휘말리는 건 곤란한 입장”이라며 “그래서 5대 5 정도로 합의하려 했는데 정씨는 (내가 알고도 돈을 가져갔다고 인정한 것으로) 오해한 것 같다”고 했다.
A씨는 13일 강남경찰서에 재차 출석해 조사받을 예정이다.
경찰 관계자는 "합의를 시도했다는 사실은 알고 있으나 수사 결과에 영향을 미칠지 말할 단계는 아니다"며 "해당 지점 안팎의 폐쇄회로(CC)TV 분석 결과와 양측 진술을 자세히 분석해 진위를 가리겠다"고 말했다.
앞서 해당 은행 지점은 A씨를 횡령 혐의로 경찰에 신고했다. 법조계는 이 사건의 해결을 위해 ‘돈을 환전한 고객의 행적 파악’이 가장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또한 고의성을 입증하지 못하면 민사소송에서도 은행원이 불리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