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프리존= 김종용 기자 ] ‘세대 차이’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세대 차이는 서로 다른 세대들 사이에 나타나는 감정이나 가치관의 차이를 가리킨다. 세대 차이의 원인은 몇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세대 차이란, 서로 다른 시대를 경험한 세대 사이에 구별되는 태도나 가치관을 말한다. 첫째, 나이이다. 세대 차이는 우선 생물학적 나이의 차이를 반영한다. 젊은 세대가 버릇없다고 보는 기성세대의 관념은 수천 년을 내려오면서도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고대 사회에서도 10대와 30대의 차이가 있었던 것과 마찬가지로 지금도 10대와 30대의 차이가 존재한다. 둘째, 시기이다. 세대 차이는 시대별로 다른 사회 구조의 차이를 반영한다. 우리나라는 1960년대는 농경 사회, 1980년대는 산업 사회, 2000년대는 정보 사회의 특징이 나타나고 있는데, 어느 시기에 어떤 사회적 구조 속에서 성장했느냐에 따라 감정이나 가치관 등에서 중요한 차이가 나타날 수 있다. 셋째, 출생 동기 집단 효과이다. 이것은 특정 나이와 시대를 배경으로 태어나고 성장하는 과정에서 출생 시기가 비슷한 세대들끼리 비슷한 사회적 경험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특히 서로 다른 세대 사이에서 나타나는 가치관이나 행동 압축성장을 경험한 우리나라의 경우 불과 10년, 20년 차이라도 좁히기 힘든 세대 간 문화의 차이가 존재한다. 이런 상황에서 ‘뉴트로’라는 새로운 트렌드가 떠오르며 세대 간의 원활한 소통에 한몫하고 있다. ‘뉴트로(New-tro)’는 ‘새로움(New)’과 ‘레트로(Retro)’를 합친 신조어로, 과거의 것을 새롭게 재해석해 받아들이는 문화 현상을 말한다. 이 트렌드는 20~30대 사이에서 확산하기 시작해 최근엔 중고등학생, 10~20대들 사이에서도 인기이다.
서로 같지 아니하고 다른 상태, 뉴트로는 단순 추억팔이와는 다르다. 뉴트로 유행의 핵심은 ‘신선함’과 ‘새로움’이다. 이 트렌드를 소비하는 주체는 과거의 것을 이미 경험한 중장년층이 아닌 1020 세대이다. 이전의 복고 열풍인 ‘레트로’가 과거를 추억하는 것이라면, 뉴트로는 과거의 것을 경험하지 못한 세대가 과거의 것을 새로운 것으로 인식해 즐기는 것이다. 이처럼 뉴트로는 겪어보지 못한 과거를 바라보는 새로움에 초점을 둔 것이다.
정의는 바로 세대차이 이다. 현재 유행하는 뉴트로는 아날로그 감성뿐만 아니라 현대적인 디지털 감성도 가미된 것이다. 예를 들어, 서울 종로구 익선동은 한옥의 겉모습은 보존한 채 내부만 리모델링해 문을 연 가게들이 젊은 세대의 감성을 자극한다. 이렇게 복고풍으로 꾸며진 거리의 풍경과 예스러운 소품 사진을 찍고 SNS를 통해 다른 사람들과 공유한다. 서울의 대표적인 노후지역이었던 익선동은 젊은 세대 사이에 입소문이 나면서 빠른 속도로 인기를 끌었다. 이와 함께 SNS에서 ‘#익선동’ 해시태그의 게시물이 80만여 개를 넘어섰다. 이처럼 SNS를 기반으로 아날로그와 디지털 감성이 융합된 뉴트로 트렌드가 나타난 것이다.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뉴트로 열풍이 일자 뉴트로가 일종의 마케팅 전략으로 자리 잡기에 이르렀다. 기업들은 뉴트로 마케팅을 통해 이윤 창출을 꾀한다. 이미 개발된 과거 제품을 재출시하거나 원래 있던 제품에 복고풍 디자인만 입혀 제품을 개발할 때 드는 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 이는 제품을 새롭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들에게 이미 인지도가 있는 제품을 활용하는 것이기 때문에 마케팅 비용도 아낄 수 있다. 그 예로 하이트 진로는 ‘진로 이즈 백’을 출시했다. 1970~80년대에 유행한 ‘진로 소주’의 라벨을 현대적인 느낌으로 재현해 젊은 세대에게 인기를 얻었다. 20~30대에게 진로 이즈 백의 라벨과 병 모양, 병의 색이 오히려 신선하게 다가온 것이다. 이 상품은 2019년 4월 25일 출시됐는데, 72일 만에 1,104만 병이나 팔렸다.
훗날의 사람들은 그의 이런 견해를 플랑크의 원리라고 정의했다. 물리학 이론이지만 주변에서 종종 듣거나 가끔은 직접 하기도 하는 말과 비슷하다. 한 세대가 완전히 모두 사라져야 새로운 시대가 올 수 있다는 다소 과격한 발언 등 그러나 결론부터 말하면 플랑크의 원리는 물리학계에서 꼭 들어맞지 않았다. 작년 10월 31일 개봉한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는 국내에서만 1000만 명 가까운 관객이 관람했다. 이 영화가 흥행한 것은 뉴트로 트렌드 덕분이다. 놀랍게도 이 영화의 흥행을 주도한 것은 퀸의 음악을 경험한 4050 세대가 아닌 2030 세대이다. ‘보헤미안 랩소디’를 관람한 20~30대의 비중은 60%가 넘고, 프레디 머큐리의 패러디에 앞장섰으며, 이와 함께 퀸의 노래까지 국내 차트를 휩쓸었다.
다시 고퐁, 80년대를 넘어 일제강점기 ‘감성’을 좇는 사람들
암살, 아가씨, 미스터 션샤인 등의 일제강점기 시대의 영화와 드라마가 흥행함에 따라 일제강점기 당시 유행했던 의상들을 대여해주는 업체가 등장했다. 이는 서울 종로구 익선동, 인천 차이나타운, 전주 한옥마을 등 다수의 관광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으며 그만큼 많은 사람이 이용하고 있다. 벨벳 드레스에 화려한 무늬가 수놓아진 외투, 망사 달린 모자가 준비된 여성의 옷과 스리피스(Three-piece)정장에 중절모로 구성된 남성복이 준비돼 있다.
이처럼 최근에는 20-30대를 중심으로 80-90년대를 넘어 이른바 ‘개화기 감성’을 좇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 이러한 유행에 따라 일제가 대한제국의 흔적을 지우고자 사용한 경성이란 칭호를 사용하는 등 잘못된 역사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는 점들이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경성은 일제강점기 때 일본이 우리나라의 수도를 칭했던 한성을 조선총독부 칙령에 강제로 바꾼 명칭이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개화기 감성’을 표방하는 유행을 좋지 않은 시선으로 보는 사람도 있지만 그러한 걱정들 자체가 기우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ㄱ 씨는 “개인 SNS에 올리고자 친구들과 개화기 의상을 입어본 적 있다”며 “일제강점기는 역사적으로 아팠던 시기지만 복고 유행의 한 면으로 볼 수 있기에 너무 비판적으로 보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뉴트로 트렌드를 가장 쉽게 체감할 수 있는 부분은 패션이다. 페이스북에 ‘최근 길거리 현황.jpg’라는 제목으로, 길거리를 다니는 모든 사람이 일명 ‘뽀글이 재킷’을 입고 있는 사진이 많은 이의 공감을 샀다. 뽀글이 재킷은 ‘플리스’라는 양털 질감의 소재로 만들어진 재킷이다. 이는 20년 전 유행했던 소재이지만 올해 국내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유행하는 패션 아이템으로 주목받고 있다. ‘어글리 슈즈’의 유행도 뉴트로의 유행과 연관이 있다. 휠라는 젊은 세대를 겨냥해 ‘디스럽터(Disruptor)’ 시리즈를 선보였다. 디스럽터는 20여 년 전에 ‘어글리 슈즈’로 불리며 유행했는데, 이 시리즈를 재출시했다. 미국 ‘풋 웨어 뉴스’는 이 시리즈를 ‘2018 올해의 신발’로 선정했다. 브랜드 인기가 예전만큼 좋지 못했던 휠라는 이 시리즈 덕분에 매출이 늘었고, 인지도 역시 높아졌다.
반복되는 일상에 지친 젊은이들이 1980~90년대 문화를 경험하며 신선한 자극을 얻는 것에서 유행하기 시작한 뉴트로. 빛바랜 따뜻한 아날로그 감성이 왠지 모를 위로가 된다. 1020 세대의 현대적 감성과 5060 세대의 아날로그 감성까지 품은 감성 트렌드, 뉴트로를 통해 색다른 즐거움과 동시에 작은 위로를 느껴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