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프리존 신년칼럼=이인권] 새로운 밀레이엄을 맞이하고 나서 20년이 되는 뜻깊은 경자년 새해가 밝았다. 사람으로 따지면 성숙해진다는 의미의 스무 해 약관이 되고 자연으로 치면 강산이 두 번쯤은 변했을 시기다.
벤자민 프랭클린이 ‘사람은 지체할 수도 있지만 시간은 그렇지 않다’라고 했는데 그 말대로 가는 시간을 잡을 수도 없이 새로운 희망의 한해가 시작된 것이다. 누구나 매년 새해가 되면 큰 기대와 소망을 갖게 되는데 올해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하지만 지난해를 돌이켜 보면 21세기에 들어 디지털로 상징되는 물질문명은 획기적으로 발전했지만 한국사회의 의식수준은 여전히 과거의 틀 속에서 정체되어 있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오죽했으면 전국의 대학교수들이 2019년을 ‘공명지조’(共命之鳥)라는 사자성어로 정리했었을까 싶다.
일년 내내 이념적 분열로 대립하며 갈등의 극치를 보였던 한국사회를 상상속의 새로 일컬어지는 공명조에 비유한 것이다. 공명조처럼 두 개의 머리를 갖고 서로를 적대시하며 자기주장만 하다가 공멸하게 된다는 것에 빗댄 것이다.
하지만 빠르게 변하며 발전하는 세상은 새로운 사회문화체계, 곧 진전된 시대에 부합하는 선진 패러다임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한국사회를 선도할 나갈 신진세대들은 과거와는 전혀 다른 가치관을 내면화 하고 있다. 그들은 구시대의 권위적 수직문화를 탈피하여 수평적 사고와 행동 양식으로 한국사회의 피륙을 날실과 씨실로 새롭게 짜내고 있다.
이 같은 시대에 지금 한국사회를 이끌어가고 있는 기성 계층의 의식구조로는 창해상전(滄海桑田) 같은 변화의 사회문화체계를 수용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마치 무빙워크 위를 걸어가는 속도를 일반 통로의 보폭으로 따라가는 격이다.
한 사회는 시간이 흐른다고 해서 저절로 발전되는 것이 아니다. 그 사회 구성원들의 긍정적인 노력과, 특히 지도자들이 솔선수범해 올바른 가치를 실천으로 보여줄 때 한줄 한줄 벽돌을 쌓아가듯이 이뤄지는 것이다. 그래서 앤디 워홀은 ‘시간이 해결해 준다는 말을 하지만 실제로 변화를 이끌어 내는 것은 시간이 아니라 사람’이라고 설파했다.
그런 만큼 이제 한국이 진정한 선진사회가 되기 위해서는 낡은 제도나 관습을 떨쳐버리고 사회지도층을 비롯해 국민의 의식이 환골탈태해야 한다. 즉 한 단계 더 성숙해져 전반적으로 사회문화체계가 격상되어야 할 것이다.
특히 올해는 지역사회의 선량들을 뽑는 선거가 치러진다. 그러면서 새해벽두부터 우리사회가 또 다시 선거 열풍에 휩싸이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기본적으로 선거에서는 누구나 당선되는 것이 목적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난잡한 투전장이 아닌 투명하고 정정당당한 겨룸을 통해 당락이 결정되는 정치문화의 출발점이 되기를 갈망한다.
선거에 나서는 후보자들은 국민들이 정치를 보는 수준이 과거와는 다르다는 것을 인식해서 그야말로 심기일전하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 미국의 제2대 대통령이었던 존 애덤스가 ‘선거만 끝나면 노예제가 시작’된다고 한 그런 이중성을 가져서는 안 된다. 곧 득표를 위해서는 국민을 받들다 뽑히고 나면 국민이 주인임을 잊어버리고 군림하는 행태로 변해서는 안 된다.
이제까지 한국은 사회 모든 부문에서 균형감과 일체감이 결여되어 있었다. 지역주의에다 정치적 파벌, 부와 권력과 출신에 따른 불공정과 불평등이 사회체계를 얽매어왔다. 그래서 시대는 변하면서도 갈등과 대립과 적대감이 한국사회를 지배했었다.
그러나 이제는 혁신이 요구되는 시대에 합당한 평등한 사회와 선진국가의 가치관이 정착되어야 한다. 그것이 새해를 맞아 국민들이 한결같이 염원하는 것이다. 그래서 아직 과거 속에 멈춰 ‘타임 워프’(time warp)라는 시간왜곡현상을 보여주는 현실에서 벗어나야 한다.
자연의 순리대로 뜨고 지는 태양이야 지난해나 새해나 똑같겠지만 올해는 진정 21세기를 지나 약관의 해의 성숙성이 실현되는 원년이 되기를 기대한다. 그것이 올 한해를 시작하며 부여하는 국민들의 큰 소망이며 시대적 의미이기도 하다.
이인권 문화경영미디어컨설팅 대표 · 칼럼니스트 · 문화커뮤니케이터
전 한국소리문화의전당 CEO 대표 / 예원예술대 겸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