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부실 당원운영협의회(당협)위원장 교체를 놓고 김무성 대표와 서청원 최고위원간 고성이 오가는 등 당내 ‘친박(친박근혜)’과 ‘비박(비박근혜)’의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김무성 대표는 9일 “지역구는 물론이고 비례대표도 내 사람 안 심는다”고 공언했다.
김 대표는 이날 오후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대외협력위원회 임명장 수여식에서 “나는 공천권을 행사하지 않기 위해 당대표가 되려한다는 말을 하고 여러분들의 지지를 받아 당대표가 됐다”며 “그래서 그 약속을 지켜야한다. 앞으로 두고 보시라”면서 이같이 밝혔다.
김 대표는 “지난 전당대회에서 모든 후보가 똑같이 주장한 게 있다. 그건 정당 민주주의 실현”이라며 “과거처럼 정당이 비민주적으로 운영되고 당 권력자가 공천권 휘두르는 상태가 계속되면 우리정치가 계속 국민으로부터 버림받을 수밖에 없다. 우리사회는 민주사회인데 제일 비민주적으로 운영된 것이 정당”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선거는 이기는 것이 목표로 어떠한 후보를 내세워야 이길 것인가는 지역주민, 국민들에게 물어봐야한다”면서 “과거처럼 당 대표 찾아다니며 90도로 절하고 충성을 다 바치겠다는 약속하고 그런 비굴한 모습은 전혀 필요없다”고 강조했다.
새누리당 조직강화특별위원회(조강특위)는 지난해 당무감사 결과를 토대로 전국 8곳의 당협위원장을 교체 대상으로 선정했다. 자신의 지역에 거주하지 않거나, 거주하더라도 활동이 거의 없는 경우, 혹은 총선 출마 의지가 없는 경우가 주된 고려대상이었다.
하지만 이에 대해 친박계 좌장격인 서 최고위원은 크게 반발했다. 교체 대상에 소위 '친박계'가 다수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서청원 의원 최고회의 말씀자료’라는 제목의 문건의 모두는 김영란법 국회 통과에 대해서였다. 그는 “이 법이 조속히 통과돼야 한다고 여론이 들끓더니 막상 통과되고 나니 위헌 소지가 있다는 목소리도 만만찮다. 다행히 유승민 원내대표가 보완책을 꺼내 들었다. 이왕 보완책을 내놓으려면 여야가 공동으로 공청회를 통해 보완책을 선보이길 기대한다”고 썼다.
본론은 뒷장이었다. “총선을 1년 앞두고 일부 위원장만 선별적으로 교체한다는 것은 설득력이 있을 수 없다. 당의 단합을 해치고 힘을 분산시키며 국민을 실망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 불 보듯 뻔하다. 몇몇 위원장부터 교체를 밀어붙이는 것은 마치 ‘리모델링할 건물의 설계도도 없이 서까래부터 뽑아 교체하자’는 엉뚱한 주장과 같다”고 쓰여 있었다.
문건 말미에는 “나는 공천학살이라는 아픔을 체험한 사람이고 그런 고리를 끊어야겠다는 사명으로 정당을 만들었다가 보복을 통해 옥고를 치렀던 한 사람이기에 당의 관계 당직자들은 오해의 소지가 많고 불합리한 당협위원장 교체작업을 중지하길 바란다”고 돼 있다.
친박과 비박, 그러니까 서청원 최고위원과 김무성 대표의 갈등은 지금 정점을 찍고 있다. 여의도연구원장에 박세일 한반도선진화재단 상임고문을 앉힐 것인가를 두고 싸우더니 이번엔 새누리당 조직강화특위가 사고 당협위원장 8명을 교체하려는 것을 두고 다시 링 위에 올라섰다.
이에 앞서 서 최고위원은 2일 최고위원회의 비공개회의에서 자신의 측근인 서울 동대문을 김형진 위원장과 인천 부평을 김연광 위원장이 교체 대상 부실 당협 관리자로 지목되자 거칠게 항의했다. 고함을 지르고 탁자를 내려친 뒤 회의장 밖으로 나가버린 것이다.
하지만 당 조강특위는 완강하다. 사고 당협으로 정한 곳은 크게 세 가지 원칙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지역구를 전혀 장악하지 못했거나, 3번 이상 공천을 줬지만 모두 낙선했거나, 도저히 너무 게을러서 지역구 장악이 불가능해 보이는 곳을 선정했다는 것이다. 조강특위는 또 보도자료까지 만들어 “당협위원장 교체는 일상적인 조강특위 활동으로 당협에 대한 감사는 매년 한 번씩 정기적으로 실시한다”고 설명했다. 위원장 교체를 그대로 진행하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밝힌 것이다. 정가에선 이참에 김 대표가 박세일 카드를 강력하게 밀어붙이지 않겠느냐고 관측하기도 한다. 여권의 계파 갈등이 폭풍전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