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결심공판을 앞둔 이재용(49·사진) 삼성전자 부회장 재판의 막판 변수로 재산국외도피·횡령 혐의가 거론되고 있다. 뇌물공여죄보다 법정형이 무거운 이들 혐의가 유죄로 인정될 경우 형량이 크게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달 중 내려질 것으로 예상되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1심 선고는 본인뿐 아니라 박근혜 전 대통령의 운명도 좌우할 전망입니다.
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27부(부장판사 김진동)에서 심리 중인 이 부회장의 혐의는 모두 5가지다. 이 부회장과 삼성 수뇌부가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에게 433억원대 뇌물을 주거나 주기로 약속한 뇌물공여 혐의는 가장 핵심이다. 이와 함께 삼성전자 등 회삿돈을 횡령하고 허위로 신고해 국외 도피시킨 혐의(특경가법상 횡령·재산국외도피), 지난해 12월 국회 청문회에서 위증을 한 혐의(국회증언감정법 위반) 등도 받고 있다.
반대로 법원이 이 부회장의 뇌물공여 혐의를 인정하지 않는다면 박 전 대통령 등도 자신의 재판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된다. 이 부회장의 재판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김진동 부장판사)에서, 박 전 대통령의 재판은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에서 독립적으로 진행한다.
특검과 이 부회장 측은 지난 5개월간 뇌물공여 혐의를 치열하게 다퉜다. 지난 3∼4일 열린 공방 절차에서도 이 부회장과 박 전 대통령 사이에 부정한 청탁이 오갔는지 등이 쟁점이었다. 이 부회장 등이 삼성 경영권 승계에 도움을 받을 목적으로 정유라씨 승마 훈련 등을 지원했는지를 놓고 법정 공방을 벌였다.
사실 뇌물공여죄의 법정형은 다른 혐의에 비해 그다지 높지 않다. 뇌물로 건넨 액수가 1억원 이상이고, 대법원 양형기준의 가중 요소가 모두 적용된다고 해도 징역 3∼5년형이다. 이 부회장의 뇌물액은 정유라씨 승마지원 135억원,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 204억원, 동계스포츠영재센터 지원 16억2천800만원 등 433억2천800만원에 달합니다. 액수 단위가 큰 만큼 한 가지 공여 행위만 유죄로 판단돼도 중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입니다. 박 전 대통령도 마찬가지입니다. 다만 인정되는 액수가 얼마인가에 따라 형량이 많이 줄어들 여지는 있습니다.
재산국외도피나 횡령죄는 상황이 다르다. 특검이 기소한 이 부회장 등의 재산도피, 횡령 액수는 각각 78억여원과 298억여원이다. 특경가법은 이득액이 50억원 이상인 횡령죄에는 무기징역이나 징역 5년 이상의 징역형을, 도피액이 50억원 이상인 재산도피죄에는 무기징역 10년 이상의 징역형을 선고토록 규정한다. 국회 청문회 위증 혐의도 유죄 시 징역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형이 선고된다.
5가지 혐의가 모두 유죄로 인정될 경우 최소 징역 5년에서 최대 무기징역까지 선고될 수 있다는 의미다. 일각에선 ‘배(뇌물)보다 배꼽(재산도피 등)이 더 클 수 있다’는 말까지 나온다.
다만 뇌물공여 혐의가 무죄로 선고되면 횡령·재산국외도피 혐의 등도 무죄가 선고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특검 측은 최씨가 독일에 세운 페이퍼컴퍼니 코어스포츠로 삼성이 송금할 때 허위 기재 등 절차적 위법이 발생했다고 주장한다. 이것이 최씨 등의 강압에 의해 이뤄진 일이라는 판단을 받는다면 일종의 선처 사유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결심공판에서는 이러한 이 부회장 등의 5가지 혐의에 대한 특검 측과 이 부회장 측 마지막 의견 진술이 이뤄진다. 이 부회장도 최후진술에서 직접 마지막 입장을 밝힐 전망이다. 뇌물 혐의를 모두 씻는다 해도 전체 혐의가 18개에 달하는 만큼 박 전 대통령 측의 재판에선 험로가 예상된다. 이 부회장 재판부는 이날 결심과 함께 선고 기일을 지정한다. 이달 27일이 구속 만기일인 만큼 선고일은 그 이전이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