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지런히 호객 행위를 하던 동대문 노점상이 한 남자가 다가서자 손사래를 친다. 옆에 있던 다른 노점상들도 뒷걸음을 친다.
이들을 벌벌 떨게 만든 사람은 바로 중구청 시장경제과 장세복(51) 주임. 장 주임은 동대문은 물론 명동과 남대문시장에서 '저승사자'로 통한다.
장 주임 앞에서 위조상품이 아니라고 우겨봤자 오히려 손해다. 그는 일부 상인이 협박해도 눈 하나 깜짝 않는 '독종'으로도 통한다.
장 주임은 전국 최초로 구성된 '중구 위조상품 전담 TF'의 최고참이기도 하다.
그를 포함해 전국에서 유일하게 위조상품 적발 특별사법경찰권을 부여받은 9명이 3개조로 나눠 주말과 휴일 없이 단속을 벌인다.
장 주임의 지휘로 지난해에만 명동, 남대문, 동대문 등에서 6만 8천828점, 313억원어치의 위조상품을 적발했다. 루이뷔통 등 명품 브랜드가 절반 이상이다.
장 주임의 위조상품 단속은 외국계 명품업체들의 주목도 받았다.
그래서 지난해 7월에는 프랑스 루이뷔통 글로벌 지식재산권 부서로부터 최창식 중구청장이 감사패를 받았다. 11월에는 최 구청장이 총리가 주관한 국가지식재산위원회에 참석해 위조상품 단속 성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1년 내내 단속이 계속되자 지난해 9월을 기점으로 중구 내 위조상품 판매량은 90%가량 줄었다.
장 주임이 이 일을 맡은 건 지난해 1월.
37세의 늦은 나이에 공직생활을 시작했지만 광고물 정비 단속, 관광특구 활성화, 구정 홍보 등 성실해야만 할 수 있는 업무를 해온 그는 '짝퉁 저승사자'의 적임자로 떠올랐다.
그는 1년 넘게 이 일을 하면서 원칙이 있다고 밝혔다.
한 번만 사법조치를 당해도 전과 기록이 남기 때문에 일단 홍보를 충분히 하고 단속한다는 것. 단속을 알렸는데도 걸린 상인들은 절대 봐주지 않는다.
장 주임은 15일 "이렇게 홍보를 열심히 해도 나 몰라라 하는 노점상들이 있다"며 "1년에 4번이나 걸려 사법처리된 상인도 있다"고 말했다.
위조상품 판매는 저녁부터 이뤄지는 경우가 많아 추운 날씨에는 강한 바람과 싸워가며 일한다. 단속 후 사무실에 들어와 실적을 정리하면 새벽 3∼4시가 넘는다.
장 주임은 "3일에 한 번씩 돌아오는 근무가 쉰을 넘긴 나이에 쉽지 않다"면서도 "함께 고생하는 직원과의 소주 한 잔이 때로 큰 힘이 된다"고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