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프리존=박인수기자] 언론과 삼성의 유착관계를 보여주는 문자메시지가 공개돼 파장이 일고 있다. . 언론사 편집국장이 장충기 전 미래전략실장에게 광고 청탁을 하면서 "좋은 기사로 보답하겠다"고 하는가 하면, 아들의 이름과 수험번호까지 적어가며 삼성전자 취업 청탁을 한 언론사 간부도 있었다. 영화 ‘내부자들’에서 묘사됐던 것만큼이나 각별한 사이를 보여준 이들은 장충기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차장에게 문자를 보내 자녀와 관련한 취업청탁을 하기도 하고, 자신의 사외이사 자리를 청탁하기도 했다.
특검이 국정농단 수사 과정에서 확보한 장충기 전 삼성 미래전략실장의 문자 메시지 일부를 주간지 시사인이 공개했다.
‘시사인’이 입수해 공개한 문자메시지에는 “존경하옵는 장충기 사장님”, “앞으로 좋은 기사, 좋은 지면으로 보답하겠습니다”라는 공손한 멘트와 함께 청탁을 하는 내용들이 다수 담겨 있었다.
먼저 문화일보의 한 간부는 “사장님(장충기 전 차장), 식사는 맛있게 하셨는지요? OOOO이라는 중책을 맡은 지 4개월. 저는 시간이 어떻게 가는지도 모를 정도로 정신없이 지내고 있습니다. 죄송스런 부탁드릴 게 있어 염치 불구하고 문자 드립니다. 제가 OOOO 맡으면서 OOO OOOO에서 당부한 게 하나 있었습니다”라고 운을 뗐다.
해당 간부는 “OOOO으로서 문화일보 잘 만드는 데만 집중할 수 있도록 제발 저한테는 영업 관련된 부담을 주지 말아 달라는 것이었습니다. 지금까지는 잘 지켜주는 듯 싶더니 이번에는 정말 심각한지 어제부터 제 목만 조르고 있습니다 ㅠㅠ 올 들어 문화일보에 대한 삼성의 협찬+광고지원액이 작년 대비 1.6억이 빠지는데 8월 협찬액을 작년(7억) 대비 1억 플러스(8억)할 수 있도록 장 사장님께 잘 좀 말씀드려달라는 게 요지입니다. 삼성도 많은 어려움이 있겠지만 혹시 여지가 없을지 사장님께서 관심 갖고 챙겨봐 주십시오. 죄송합니다. 앞으로 좋은 기사, 좋은 지면으로 보답하겠습니다. OOO 배상”이라고 부탁을 했다.
CBS의 한 간부는 “존경하옵는 장충기 사장님! 그동안 평안하셨는지요? 몇 번을 망설이고 또 망설이다가 용기를 내서 문자를 드립니다. 제 아들아이 OOO이 삼성전자 OO부문에 지원을 했는데 결과 발표가 임박한 것 같습니다. 지난해 하반기에도 떨어졌는데 이번에 또 떨어지면 하반기에 다시 도전을 하겠다고 합니다만 올 하반기부터는 시험 과정과 방법도 바뀐다고 해서 이번에도 실패를 할까 봐 온 집안이 큰 걱정을 하고 있습니다”라며 자신의 아들의 삼성전자 취업을 청탁하는 문자를 보냈다.
CBS간부는 “이름은 OOO 수험번호는 1OOOOOOO 번이고 OOO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했습니다. 이같은 부탁이 무례한 줄 알면서도 부족한 자식을 둔 부모의 애끓는 마음을 가눌 길 없어 사장님의 하해와 같은 배려와 은혜를 간절히 앙망하오며 송구스러움을 무릅쓰고 감히 문자를 드립니다”라며 아예 구체적으로 이름과 수험번호 출신학교까지 거론하며 청탁했다.
그러면서 “사장님의 심기를 불편하게 해드리면서까지 폐를 끼쳐드린 데 대해 용서를 빕니다. 모쪼록 더욱 건강하시고 섬기시는 일들마다 하나님의 크신 은혜와 축복이 충만하시기를 기도드리겠습니다. 항상 감사합니다. CBS OOOOOOO OOO 올림”이라는 문구로 문자를 마무리했다.
서울경제에서 근무했던 초빙교수는 사외이사를 한자리 달라고 부탁했다. 문자에는 “별고 없으신지요? 염치불구 사외이사 한 자리 부탁드립니다. 부족합니다만 기회 주시면 열심히 하겠습니다. 작년에 서울경제 OOO 그만두고 OOO 초빙교수로 소일하고 있습니다. 미안합니다. OOO 드림”이라는 문구가 담겼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성매매 동영상 보도에 대한 비난도 담겨있었다. 연합뉴스 관계자는 “장사장님. 늘 감사드립니다. 시절이 하수상하니 안팎으로 조심하는 수밖에 없을 것 가습니다. 누워계시는 이건희 회장님을 소재로 돈을 뜯어내려는 자들도 있구요. 나라와 국민, 기업을 지키는 일이 점점 더 어려워져 갑니다. 연합뉴스 OOO 드림”라고 문자를 보내기도 했다.
매일경제의 한 관계자는 서울과 제주도 신규 면세점과 관련해 “존경하는 실차장님! 어제 감사했습니다. 면세점 관련해서 OOOOO과 상의해보니, 매경이 어떻게 해야 삼성의 면세점 사업을 도와줄 수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알려주셨으면 좋겠다고 합니다. OOO 올림”이라는 문자를 보냈다.
이에 따르면 언론사 전·현직 간부들이 각종 청탁을 하면서 우호적인 기사를 약속한 정황이 담겨 있다.
한 종합일간지의 편집국장은 지난해 8월 "이달 협찬액을 지난해 7억원보다 1억 늘릴 수 있도록 챙겨봐 달라"면서 "앞으로 좋은 기사, 좋은 지면으로 보답하겠다"고 했다.
임채진 전 검찰총장이 자신의 딸 내외의 인도 근무 배정을 요구하는 문자메시지를 보낸 것도 눈길을 끌었다.
임 전 총장은 “임채진이네. 그동안 건강하게 잘 계셨는가. 이번 토요일 미팅 계획은 예정대로 시행되겠지? 내공을 좀 더 깊이 갈고 닦아 그날 보세. 그리고. 내 사위 ““OOO””이 수원공장 OO실에 근무 중인데, 이번에 ““인도”” 근무를 지원했네. 본인의 능력과 적성에 대해 오랜 고민 끝에 해외근무를 신청한 것이라 하네. 조그만 방송사 기자를 하고 있는 내 딸 OO이도 무언가 새로운 길을 열기 위해 인도에서 몇 년간 공부하고 오면 좋겠다면서 날더러 꼭 좀 갈 수 있도록 자네에게 부탁해달라 하네 그려. 부적격자라면 안 되겠지만, 혹시 같은 조건이면 가급적 OOO이 인도로 나갈 수 있도록 좀 도와주시면 안 되겠는가. 쓸데없이 폐를 끼치는 것 같아 미안하네. 이번 토요일날 보세~~~!!”라는 문자를 보냈다.
이처럼 언론인들이 장충기 전 차장에게 메시지를 보내 각종 청탁을 한 것이 논란이 되자 CBS 측은 재빨리 공식입장을 냈다.
CBS는 공식입장을 통해 인사청탁을 한 사람은 현재 회사를 퇴직한 전직 보도국 간부라며 “회사는 부정한 인사청탁에 전직 CBS간부가 연루된 데 대해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 향후 이와 유사한 사건이 재발하지 않도록 노력할 것이며 특히 부정청탁과 금품수수, 성희롱 등 중대 비위행위에 대해서는 엄정하게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유력 경제지의 기자는 "우리가 어떻게 해야 삼성의 면세점 사업을 도와줄 수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알려주면 좋겠다고 한다"고 했다.
또 누가 보냈는지 이름은 드러나지 않았지만 지난해 이건희 회장의 성매매 의혹 동영상과 관련해 "모 언론사 사주가 신문과 방송에 기사 쓰지 않도록 얘기해두겠다고 했다"는 문자도 나왔다.
취업 청탁도 잇따랐다. 한 경제지의 퇴직 간부는 "사외이사 한 자리 부탁드린다"면서 "기회 주시면 열심히 하겠다"고 했고, 모 방송사의 간부는 자신의 아들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 삼성전자 입사시험을 보게 됐다면서 이름과 수험번호를 적어보냈다.
한편, 문자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알려진 언론사들은 아직까지 공식 입장을 내놓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