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공정거래위원회에 입찰 담합으로 과징금 부과 처분을 받은 SK건설을 고발하라고 요청했다.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 개정 이후 첫 고발요청권 행사다.
[연합통신넷= 이형노] 김진태 검찰총장은 "2010년 새만금방수제 담합으로 과징금 22억원을 처분 받은 SK건설을 고발하라"고 공정위원장에게 고발요청권을 행사했다고 16일 밝혔다.
검찰로부터 고발 요청을 받은 공정위는 SK건설을 건설산업기본법 위반 혐의로 지난 12일 고발했다. 사건은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세조사부에 배당됐다.
공정위는 한국농어촌 공사가 2009년 12월 공고한 새만금방수제 건설공사에서 입찰 담합한 혐의로 12개 건설사에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260억원을 부과 처분했다.
서울중앙지검은 공정위 조사 결과를 검토한 뒤 SK건설에 대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대검찰청에 검찰총장 고발요청권 행사를 건의했다.
검찰 관계자는 "12개 건설사 중 입찰 담합 행위로 처벌받은 전력이나 공정위 조사 협조 여부를 고려해 형사처벌업체를 선정했다"고 설명했다.
개정된 공정거래법 71조 3항은 검찰총장이 고발 요청하면 공정위원장은 고발해야 한다는 의무 조항이다. 개정안은 지난해 1월부터 시행됐다.
하지만 지금까지 검찰총장 명의의 공식적인 고발요청권 행사는 전무했다. 이런 상황에서 검찰이 새만금 방수제 건설공사 과정에서 담합을 저지른 SK건설에 대해 고발요청권을 전격적으로 행사한 것이다.
앞서 공정위는 한국농어촌공사가 2009년 12월 발주한 새만금방수제 건설공사 입찰에서 담합한 혐의로 SK건설·현대산업개발·한라㈜·한화건설 등 12개 건설사에 시정명령을 내리고 총 26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하지만 검찰은 SK건설의 경우 담합을 주도해 실제로 사업을 낙찰 받았으며 낙찰 금액이 1,000억원을 웃도는 등 혐의가 중하다고 판단해 고발요청 결정을 내렸다.
검찰의 고발요청권 행사는 박성재 서울중앙지검장이 지난 6일 전국 검사장 회의에서 발표한 내용과 같은 맥락이다. 박 지검장은 2013년 신설된 이 제도를 공정위 사건의 대안으로 제시하며 "중대한 불공정거래 사건일 경우 권한을 적극 행사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검찰이 최근 포스코건설의 비자금 수사에 착수하면서 정준양 전 포스코 회장과 이명박 정권 시절 실세에까지 수사의 칼끝을 겨누는 상황에서 사상 최초로 고발요청권까지 행사함에 따라 대기업에 대한 대대적인 사정 수사가 본격화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