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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한애자 장편소설 〖모델하우스〗제61회

한애자 기자 haj2010@hanmail.net 입력 2017/08/18 16:57 수정 2017.08.22 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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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를 지으면 그렇게 비참하게 되는 거야!”
“죄요? 자기가 끌리고 사랑하는 남자에게 용감하게 사랑을 찾아 간 것이 왜 죄가 될까요?. 브론스키는 정말 멋지잖아요!”
“그럼 멋있는 남자만 본다면 가정을 가진 여자가 그 남자를 따라가야 하나?”
“아무튼 안나는 너무 아름다운 여자예요. 정말 예뻤어요!”
그때 채성은 애춘에게 생각을 좀 깊게 하는 훈련이 필요하다고 했다. 딱딱한 어조로 마치 학자같이 말했다.
‘사고의 결핍….’
자신을 유치하게만 여기던 싸늘하고 냉소적인 채성의 얼굴이 떠올랐다. 그 때 자신은 채성의 사고의 용량이랄까 그의 감상에 대해선 왜 묻지도 않고 무관심했을까! 오직 채성은 자신을 공주처럼 받들어 주는 멋있고 친절한 남자가 되어주기만을 바랬다. 그러다가 애춘은 왜 지선이 ‘안나카레리나’를 읽고 있는 것일까 호기심이 생겼다. 문득 그 소설의 주인공처럼 어떤 사연이 있어서일까! 아니면 어떤 은밀한 사랑이 진행 중일까? 유혹해도 돌아보지 않는 여인에게 끝가지 집요하게 매달리는 사나이? 아니면 정숙해서 사랑을 포기하는 여인! 어쩌면 지선이 안나와 같이 불륜의 비참함을 경계하여 초연해 하는 것은 아닐까! 아름답고 우아한 지선도 안나와 같이 한 때는 어느 멋진 남자의 유혹과 사랑에 빠지는 로맨스가 있을 듯했다.

▲ 이미지=장 오노레 프라고나르'책읽는 여인'

애춘은 지선이 소설 속의 여주인공처럼 신비하게만 여겨졌다. 만일 자신이 소설가라면 반드시 이 민지선을 주인공으로 소설을 써 내려갔을 것이다. 학교에서 함께 생활하면서도 여가시간이면 다소곳이 책상에 앉아 책을 읽는 지선이 집에서도 역시 독서에 힘쓰고 있었다. 다른 여교사들은 삼삼오오 모여서 여가시간이면 저 선생은 옷이 어떻고, 이 선생은 액세서리가 어떻고, 어울린다 어색하다, 아파트값이 어떻고, 주가가 하락될 추세라는 등 누가 아파트를 3억에 사서 8억 가까운 아파트가 되어 돈을 벌었다는 등으로 세상살이 잡담이 언제나 오가고 있었다.
그들은 또 언제나 민지선이 특이한 여자라고도 빼놓지 않고 시부렁거렸다. 그들에겐 책을 들여다 볼 시간이 없다기보다 이미 그 자체가 생리에 맞지 않은 기질이었다. 오히려 그들은 열심히 독서하며 똑똑하고 잘난 여자를 깎아내리고 모함했다. 게다가 업신여기고 시기하고 질투하는 데는 한가락씩 하는 기질들이었다. 학생들에게도 늘 반복적인 학습내용으로 매너리즘에 빠져있었다. 한 반에서 떠들어댄 수업내용을 다음날 다른 반에서도 똑같이 재연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새로운 정보나 지식에 자신을 계발한다거나 책을 통해 메마른 매너리즘을 극복하려는 의지가 엿보이지 않았다. 

지선은 그들의 삶의 행태를 날카롭게 통찰하고 있었다. 언제나 말없이 고요하며 잠잠한 민지선은 사자와 같은 위엄과 권위가 있어 모든 면에 최고라고 애춘은 생각했다.
“책을 그렇게 많이 읽어서 좋겠어요!”
“네, 유일한 기쁨이죠. 최대의 쾌락이랄까요!”
“아휴, 나는 따분하고 지루해서 한 장도 넘기기가 힘들어요!”
“어렸을 때부터 책읽기를 좋아했어요. 친구들과 어울리기보다 혼자 책 읽는 걸 더 좋아하게 되다보니 사회성이 좀 결핍된 듯도 하지요. 그런데 저는 혼자 있어도 외롭다거나 소외감을 느껴본 적이 없었어요. 오히려 내적인 풍성함을 느끼며 충만한 완성의 기쁨에 젖게 되지요. 작가와의 대화를 나누는 듯한 그런 느낌이지요!”
지선은 외롭지 않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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