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프리존=김현태기자] 8월 7일 충주시 대소원면 첨단산업단지의 ㄱ사 베어링 공장 기숙사 옥상에서 네팔인 이주노동자 케서브 스레스터(27)가 숨진 채 발견됐다. ‘코리안 드림’을 꿈꾸며 찾은 낯선 한국땅에서 20대 네팔 청년이 1년 여 만에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가운데 ‘외국인 고용허가제’를 두고 ‘현대판 노예제도’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네팔에서 결혼한 직후 돈을 벌어오겠다며 두 형을 따라 한국행을 선택한 그는 한국에 온 지 1년 4개월 만에 싸늘한 주검이 됐다.
그는 전날 자신이 사용하던 공책에 유서를 썼다. 안녕하세요, 여러분. 저는 오늘 세상과 작별인사를 합니다. 회사에서 스트레스도 받았고, 다른 공장에 가고 싶어도 안되고 네팔 가서 치료를 받고 싶어도 안됐습니다. 제 계좌에 320만 원이 있으니 이 돈은 제 아내와 여동생에게 주시기 바란다”고 밝혔다.
9일 이주노동자단체와 ㄱ사 관계자 발언을 이들 단체가 파악한 내용을 종합해보면 스레스터는 최근 불면증에 시달려 충주와 서울을 오가며 치료를 받아왔다. 네팔 이주노동자 모임인 ‘청주네팔쉼터’ 관계자는 “스레스터는 회사 측에 ‘다른 회사로 가고 싶다’ ‘네팔로 잠시 돌아가 치료를 받고 오고 싶다’고 했지만 회사 측이 계속 ‘나중에’라고만 할 뿐 조치를 취하지 않아 많이 힘들어 했다”며 “동료들에게 ‘사람들은 왜 자살을 선택할까’라는 말도 했다고 한다”고 전했다. 민주노총 충북지역본부 등 지역 노동단체들로 구성된 ‘비정규직 없는 충북 만들기 운동본부’는 “이주노동자의 노동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고용허가제라는 악법이 수많은 이주노동자를 고통 속으로 내몰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들 단체가 가장 큰 문제점으로 꼽는 것은 이주노동자의 사업장 이동 제한 규정이다.
고용허가제로 들어온 이주노동자는 최초 취업한 사업장에서 3년을 일한다. 근로계약은 1년마다 갱신되고, 계약 연장 여부는 사업주가 결정한다. 사업주가 허락하지 않으면 이주노동자는 회사를 옮길 수 없으며, 사업주의 승인이 있거나 임금체불과 같은 근로기준법 위반 사항이 있는 등 예외적인 경우에만 가능하다.
이에 대해 ㄱ사 관계자는 “몸이 아프다고 해서 진료를 받으라고 수차례 병원에 보냈고 연장근로도 빼줬으며 좀 더 쉬운 다른 업무로 전환했다”며 “유서에서 ‘다른 공장에 가고 싶은데 안된다’는 표현은 (사측에서 막은 게 아니라) 본인의 몸 상태 때문에 갈 수 없었던 상황을 얘기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네팔에 돌아가려면 노동부에 신고를 해야 한다”며 “노동부 신고 절차상 필요한 네팔행 비행기 티켓을 미리 끊어두고 준비를 하는 게 좋겠다는 말을 지난 주말에도 했고 지난 7일에 더 이야기를 해보자고 했는데 이런 일이 벌어졌다”고 말했다.
한 이주·인권단체 지난 8일 ㄱ사 관계자는 “고용허가제는 더는 합리적인 제도가 아니라 ‘현대판 노예제도’라고 손가락질 받아도 이상할 게 없는 제도”라며 “고영허가제를 폐기하고, 이주노동자의 노동권을 보장하기 전에는 국제사회·다문화 존중이라는 말은 껍데기에 지나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6월에는 경북 경산과 대구에서 네팔인 노동자 3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